[Review] 고양이가 인간의 멍청함을 받아들이는 이유 [도서]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리뷰
글 입력 2019.06.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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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이라니,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고양이의 이야기임을 짐작하고 바로 문화초대를 신청한 에디터가 한 두 명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서점에서도 책 표지만 보고 이끌리듯 읽어내려간 사람도 분명 한 둘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고양이는 분명히 인간을 업신여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고양이를 보살피지만, 고양이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꼬리를 탁탁 대거나 외면해버리거나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집에서 6년간 길렀던 고양이 도리는 나를 전봇대 기둥쯤으로 여기는지, 내가 마당에서 운동을 할 때마다 나에게 영역 표시를 하곤 했다. 다리에 뭔가 차가운 기분이 들어서 내려다보면 도리가 한 발을 들고 나에게 뭔가를 흩뿌리고 갔다. 고양이들 사이에서만 맡을 수 있는 냄새인지 고약한 냄새가 나지는 않았지만, 양말로 주르륵 흐르는 그 액체의 느낌이 정말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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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양이가 어떻게 인간의 삶으로 들어와 주인이 되었는가에 대한 방법이 적힌 글로, 모든 고양이가 읽은 인기도서라고 한다. 고양이 집사라면, 이 글을 읽으면서 자신이 왜 고양이에게 삶을 점령당했는지, 고양이가 떼를 써도 왜 져줄 수밖에 없는지, 오늘까지 써야 하는 글을 앞두고서도 고양이가 노트북에 올라오면 놀아줄 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내가 글을 써야 하는데 미뤄야 하는 핑계를 대는 것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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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미 고양이를 잃고 산속에서 벌레만 먹으며 버티다 안 되겠다 싶어 인간 가족을 접수하기로 마음먹은 6주 된 암컷 고양이의 조언으로 시작된다. 어떻게 인간 가족을 구슬릴 것인지, 자기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면 인간 가족의 품으로 들어갈 것인지 주도면밀하게 계획한다.


사실 그 첫 챕터부터 시작해서 우리 집 고양이들이 생각나서 완전히 공감하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 둘째 젖소도 첫째 귀동이를 데리고 산책하던 길에 만났는데, 갑작스럽게 귀동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다리를 와락 껴안았다. 사실 그때 엄마는 이미 젖소에게 사랑에 빠진 게 틀림없었다. 그러고는 엄마와 나, 그리고 귀동이를 집까지 따라왔다. 대문을 아무렇지 않게 프리패스해버리고, 종일 우리 집 마당에서 놀다가 밤이 되어 아빠의 손에 들려서 밖으로 쫒겨났지만 밖에서 온종일 울어대는 통에, 결국 다음날 고양이가 걱정된 아빠가 종일 찾아다니다가 결국 우리 집 고양이가 된 거였다.


젖소는 분명 아빠가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기 위해 목이 쉬도록 그 날 밤새 울었던 것이 틀림없다. 책에 나오는 '인간 남자 사로잡기'에 나오는 방법과 정말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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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하는 말로 분명 엄마에게 어떻게 사랑받는지 알아서 다리를 일부러 껴안은 거라고. 그 젖소는 여전히 엄마를 너무 좋아해서 엄마가 뭘 하든, 엄마 위에서 잠을 자고 하루의 시간을 보낸다. 엄마는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면서도, 젖소를 내려놓지 않는다. 우리 엄마는 결국 딸 셋을 성인으로 다 키우고 여섯 마리 고양이의 엄마가 되어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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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중간중간 고양이가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너무나 뛰어나서 놀라울 지경이었다. 정말로 책의 저자가 말한대로, 고양이가 쓴 원고를 번역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를 무시하는 고양이의 입장에서 상상력을 발휘해서 글을 쓴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고양이는 인간 남자가 어떻게 자기에게 사랑에 빠질지를 잘 알고 있었다. 바로 골골거리면 사랑할 것을 알면서도, 성급하지 않게 한 단계 한 단계씩 밟으며 천천히 길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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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남자를 구워삶는 방법을 그대로 인간 여자에게 쓰면 안 된다. 절대 안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 여자도 우리 고양이랑 똑같은 방법을 인간 남자에게 써먹기 때문이다."



인간 남자, 인간 여자, 인간 아이, 혼자 사는 사람 각 부류별로 길들이는 방법이 전부 다르다. 사실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한다면, 성차별이니 그런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온통 혐오의 범벅이 될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저 우스운 해프닝 하나로 넘어가게 된다. 고양이는 그 정도로 모든 잘못도 허용받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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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인간의 집에서 자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어떤 스킬을 써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방법, 침실에서 함께 자는 방법을 모두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원하는 게 있어도 한번에 요구하지 않고, 습관의 동물인 사람이 어느새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익숙해지게 슬그머니 다가온다. 원래부터 고양이가 그 자리에 있었고, 원래부터 이 음식을 먹었던 것처럼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인간은 자기 처지를 불평한다. 고양이가 우리집에서 상전이라느니, 어떤 비싼 음식밖에 먹지 않는다고 너도나도 자랑을 해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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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숲길에서 만난 산책냥

물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고 겁이 없었다



얼마 전에 경의선숲길을 산책했는데, 그 길에는 길고양이가 매우 많다. 어떤 길고양이가 병에 걸렸는데 츄르라는 간식에 약을 섞어서 주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츄르를 당분간 주지 말라고 당부하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약 냄새를 맡고 약이 섞인 츄르를 먹지 않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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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오는 아수라

인간이 다가가면 경멸하는 눈빛으로 피한다.



우리 집에서 밥을 주는 길고양이도 10마리쯤 되는데, 언제부턴가 우리 집 고양이들이 안 먹는 간식을 길 고양이들에게 주다보니 사료를 안 먹기 시작했다. 사료를 주면 간식을 줄 때까지 굶고 있다. 그러면 다른 길고양이가 와서 사료를 먹고, 정작 원래 밥을 주던 길고양이는 집 문 앞까지 와서 하루종일 울고 있다. 그러면 배고픈 고양이가 걱정되어 결국 간식을 주게 되는 것이다. 알면서도 그 투정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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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포도의 소리없이 울기 기술

엄마에게만 한정



고양이가 인간에게 하는 애교 중 가장 인상 깊은 방법은 소리 없이 울기인데, 이게 진짜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엄청나다. 입 모양으로만 야옹-하고, 말을 끝내지 않은 듯이 다시 입을 다무는 순간에, 어쩐지 가슴이 내려앉는 것만 같은 철렁함을 느끼게 된다. 고양이 자신도 왜 인간이 이것에 그토록 큰 열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가장 갖기 힘든 것을 가지려고 할 때 소리 없이 우는 방법을 써먹으라고 한다.


우리 집 6마리 고양이 중 ‘소리 없이 울기’를 사용하는 고양이는 넷째 포도밖에 없다. 아마 다른 애들이 소리없이 울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어서가 아닐까?


어쨌든 포도가 소리 없이 울기를 적용하는 사람도 식구 5명 중 엄마에게 한정되어 있다. 고양이는 무척 눈치가 빨라 식구 중에서 자기들의 밥 숟가락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만 온갖 애정을 다 부린다. 하지만 책에 나오는 것처럼 고양이야말로 인간의 진실한 외로움을 알아주는 존재이며, 우리의 사랑에 보답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이 멍청하고 바보같고, 한심하고 게으르다는 그 모든 단점을 알면서도 우리 곁에서 있어준다. 고양이가 먼저 인간의 사랑을 떠나는 일은 없다. 인간은 사랑하다가도 떠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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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노릇 고양이 3마리
왼쪽부터 첫째 귀동이, 막내 카레, 다섯째 피망이



인간이 고양이를 사랑하듯, 우리의 사랑은 그들에게 전달된다. 나는 예전부터 지금껏 오래 고양이를 키워왔지만 여전히 고양이를 안지 못한다. 내가 혹시 고양이를 잘못 잡아서 어딘가 장기를 다칠까 봐, 고양이가 울면서 발버둥 치는 모습이 너무 불쌍해서. 고양이가 문을 열고 집 밖으로 튀어나가 버려도 안아서 잡아오지 못해서 걱정이긴 하다. 집고양이의 산책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셋째 고양이 치카가 새벽에 탈출해서 뛰어다니며 놀다가 남의 집 옥상에서 떨어져 내출혈과 무릎이 180도 돌아가 버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무엇보다 가까이 가고 싶지만, 고양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방식으로 놀아주며 그들의 행복을 지켜본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가족 중 나를 제일 귀찮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매번 놀이담당이 되어 내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고양이와 놀아주며 보내게 되지만, 그래도 고양이에게 귀찮은 존재가 아닌 것이 감사하다.


고양이 집사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책, 그리고 언젠가 고양이를 키울 사람이라면, 또는 고양이를 키우지는 못하지만 정말로 사랑하는 랜선 집사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나는 너무나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 집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올라가서 두고두고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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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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