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살기 위해 먹는 것 보단, 먹기 위해 산다.[도서]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미식견문록'
글 입력 2019.06.09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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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1분 만에,

음악은 3분 만에,

영화는 2시간 만에

새로운 세계를 맛볼 수 있다.





'우리는 왜 사는 것일까?'


   

때는 중학교 2학년, 친구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 ‘우리는 왜 사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나왔다. ‘중2병 답다.’라는 코멘트를 할 수도 있으나 어렸던 우리는 이러한 엉뚱한 질문에 열심히 고심하며 토론했다. 여행, 행복, 사랑...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나 마땅히 만족스러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마냥 해매이고 있을 무렵, 갑자기 전구가 켜진 듯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계의 맛있는 음식을

다 먹어보기 위해서 사는 것 아닐까?


꼬리를 물고 또 물 듯 기나긴 토론은 친구의 말 한 마디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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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 '미식견문록'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사는 부류의 인간이다.(p187)’


일명 ‘먹기 위해 사는’ 요네하라 마리의 책 ‘미식 견문록’은 그녀의 먹는 것과 산다는 것에 대한 유머러스한 성찰의 기록이 담겨져 있다. 그녀는 책을 하루에 일곱 권씩 ‘읽어치우던’ 지식여행자였으나 이번에는 ‘먹어치우기’를 주제로 인문학적인 지식을 음식에 곁들였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에 관한 동서고금의 얘깃거리와 속담, 문화사까지 아우른 37편의 음식론이 부드러운 음식을 삼키듯 술술 읽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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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바?



특히 그녀만의 경험을 토대로 음식에 관한 역사, 문화, 식습관 등을 덧붙이기에 그녀가 음식에 특별한 애정을 지녔다는 점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이는 ‘진짜 할바를 찾아서’라는 챕터에서 생생히 맛 볼 수 있다.


그녀는 어릴 적 먹었던 ‘할바’라는 과자를 이야기하며 역사와 문화를 덧붙인다. 다양한 조리법이 적혀져 있어 맛을 상상하면서도 궁금함을 못 참고 인터넷을 열어 검색하게 만든다. ‘할바’를 통해 누가와 터키 꿀엿, 규히엿, 라쿠간 그리고 폴보른은 혈연관계에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이를 읽다보면 고대에서 중세에 걸쳐 유라시아 대륙이 음식을 통해서 여러 유목민이나 상인들로 맺어져 있던 정경이 눈앞에 어리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아쉬운 점...



이처럼 그녀는 음식을 먹는 것에서 사람을 보고 세계를 읽어나간다. 그 점이 흥미로우면서도 계속 책장을 넘기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안타까운 점도 존재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녀가 ‘일본인’이기에 일본과 관련된 우화나 음식, 문화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일본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못한다면 갸우뚱 거리는 순간이 한두 번은 아닐 것이다. 마치 한국 사람이 외국에 가서 김치가 그리운 듯, 일본 사람은 주먹밥(혹은 초밥)이 그립다고 말하며 ‘히노마루 벤또가 그립다면 당신도 애국자’라던지 ‘주먹밥이 데굴데굴’의 책 등을 접할 때면 가까운 일본이 살짝은 먼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다가갈 경우 ‘우리나라라면 어떤 것과 연관 지을 수 있을까?’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끔 만들어 준다. 예를 들어 작가는 시베리아에 가서 초밥 집 놀이를 하며 “오늘은 붉은 살부터 부탁하오. 흰 살은 가오리로, 또 피조개, 다랑어에 오징어, 연어, 참치...”라고 했다곤 한다.


마치 우리가 외국에 가서 먹고 싶은 것 말하기 릴레이를 하며 “떡볶이랑,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댓국...”이라고 하는 것 같아 피식 웃게 만든다.

    



마지막 한 마디



책을 덮을 때쯤이면 ‘나와 음식에는 어떤 추억이 있지?’라는 질문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득 어렸을 적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시루떡이 생각이 났다. 쌀로 떡을 빚고, 팥을 찌고, 가마솥으로 만든 시루떡은 그 어느 떡과 비교할레야 할 수가 없었다.


그러한 시루떡을 먹기 전에는 항상 빈 접시에 담아 장독대, 부엌, 등 할머니 댁의 곳곳에 먼저 두었다.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이유를 물어보니 집을 지켜주는 신들에게 먼저 드린다는 할머니의 대답이 들려왔다.


이처럼 책을 읽는 동안에는 요네하라 마리라는 작가와 일본의 감성이 담긴 음식에 대한 이야기에 젖어들었다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자신 스스로와 관련된 음식 이야기를 떠올려보는 여운을 가지는 것을 권장한다.

 

 

[김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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