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구운몽에 집약된 우리들의 진정한 꿈 [도서]

한국의 고전소설 <구운몽>을 읽고
글 입력 2019.06.0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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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은 성진이라는 인물의 꿈을 다룬 대표적인 액자소설이다. 구운몽은 주인공 성진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성진이 꿈을 꾸고 난 뒤 새로 태어나는 ‘양소유’의 이야기로 전환되고 성진이 다시 꿈을 깨 현실세계의 성진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액자소설의 구조로 저번에 살펴보았던 ‘주생전’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구운몽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중국 당나라 육관대사의 제자인 성진은 스승의 명을 받고 동정호의 용왕에게 사례를 하러 가게 된다. 용왕의 접대로 술에 취하여 돌아오던 성진은 팔선녀를 만나 희롱하는 과정에서 불교에 회의를 느끼고 속세의 부귀를 흠모하게 된다. 이를 알아챈 육관대사는 성진을 인간세상으로 추방하고, 팔선녀 또한 위부인의 노여움으로 인간세상으로 보내진다.


성진은 수나라 양처사의 아들인 양소유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벌을 받는다. 양소유는 15세에 과거를 보러 서울로 가던 중 진어사의 딸 채봉을 만나게 되고 혼약을 맺는다. 하지만 구사량의 난으로 진채봉은 관원에게 잡혀 경사로 끌려가게 되고 양소유는 남전산으로 피신한다. 이듬해 다시 과거를 보러 서울로 올라가던 양소유는 낙양의 시회(詩會)에 참석하였다가 기생 계섬월과 인연을 맺는다. 서울에 당도한 양소유는 어머니의 친척인 두련사의 도움으로 여관으로 가장한 뒤 정사도의 딸 정경패를 만나는 데 성공한다.


과거에 급제한 양소유는 정사도의 사위로 정해지는데 정경패는 모욕을 갚는다는 명목으로 시비 가춘운으로 하여금 선녀처럼 꾸며 양소유를 속이고 두 사람이 인연을 맺도록 한다. 이때 하북의 세 왕이 역모하려 하자 양소유가 절도사로 나가 이들을 다스리고 돌아오는 길에 하북의 명기 적경홍과 다시 운우의 정을 나눈다. 어느날 밤, 양소유는 난양공주의 퉁소소리에 화답한 것이 인연이 되어 부마로 간택되지만 정경패와의 혼약을 이유로 이를 물리치다가 옥에 갇힌다.


그 때 토번왕이 쳐들어와서 양소유가 대원수가 되어 출전한다. 진중에서 토번왕이 보낸 여자자객 심요연, 백룡담에서 용왕의 딸인 백릉파와 인연을 맺는다. 그 사이 난양공주는 정경패를 만나 그 인물에 감탄하여 정경패를 제1공주인 영양공주로 삼는다. 토번왕을 물리치고 돌아온 양소유는 위국공에 봉해지고, 영양공주·난양공주와 혼인한 후, 진궁녀와 만나 동침하는 가운데 그녀가 진채봉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 뒤 양소유는 2처 6첩을 거느리면서 부귀공명을 누리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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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생일을 맞아 가무를 즐기던 양소유는 역대 영웅들의 황폐한 무덤을 보고 문득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2처 6첩과 인간세계의 허무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불교에 귀의하고자 결심하게 되는 순간 어떤 승려가 나타나고 성진은 잠에서 깨게 된다. 꿈에서 깨어보니 성진은 자신이 번민하던 그날 밤의 자신의 방에 앉아있고, 밤은 아직 지나지 않고 있었다. 알고 보니 육관대사가 하룻밤의 꿈을 통해 성진을 깨우쳐주려 한 것이었다. 잠시 후 팔선녀가 찾아오는데 육관대사는 성진뿐만 아니라 팔선녀에게 또한 꿈으로 깨우침을 주었던 것이었다. 성진과 팔선녀는 육관대사의 가르침으로 득도하고, 아홉 사람은 불도를 닦은 뒤 열반의 경지에 올라 모두 극락에 가게 된다.


이렇듯 ‘구운몽’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액자소설’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비록 주생전처럼 마지막에 반전이 있는 종류의 액자소설은 아니지만, 현재 성진의 시간 흐름 속에 거대한 ‘양소유’의 이야기가 주가 되어 소설을 이끌어가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그 모든 내용이 사실은 결국 ‘허망’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어 독자들은 소설 전반에 걸친 이야기가 결국 속세의 허망한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구운몽은 요즘 소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세련되고 독자적인 모티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설에서 독자들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육관대사는 성진에게 어떤 가르침을, 나아가 작가는 독자들에게 어떤 교훈을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한 것일까? 육관대사는 소설 결말부에서 “성진과 소유가 누가 꿈이며 누가 꿈이 아니뇨?”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이는 소설의 가장 핵심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성진이 경험한 꿈의 세계 또한 성진의 일부분이라는 것. 그리하여 꿈과 현실의 경계는 모호하고 그곳의 경험이 단지 허망하고 필요이하로 쓸데없는 것이 아닌 여전히 현실과 연결된, 그리하여 일말의 가능성이 잔재하고 있는 ‘꿈’의 특징을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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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이 성진과 양소유의 관계는 더 이상 현실과 꿈의 관계가 아니다. 그 둘의 경계는 모호하고 어느 것이 환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이로써 육관대사는 부귀영화를 누렸던 소유의 삶을 부정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육관대사는 성진에게 부귀영화 자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 단지 성진에게 더 이상 꿈과 동떨어지지 않은 소유의 삶을 통해 그의 내면에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세속적 욕망과 이념적 욕망을 깨우치게 하고, 그 속에서 성진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부귀영화’ 혹은 ‘세속적 삶’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그것이 무한하지 않고 끝내는 ‘유한한’ 것임을 육과대사는 일러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이는 작가의 작품 창작의도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운몽은 작가 김만중이 유배생활 중 자신의 유배로 슬퍼할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하여 창작한 소설인데, 이로 미루어보아 김만중은 소설을 통해 어머니에게 “부귀영화는 본래 유한하고 허망한 성질의 것이므로, 비록 자신이 유배당했더라도 그리 상심하지 말라”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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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사회에서 우리들은 그 변화의 속도를 못 따라가 쉽게 좌절하거나 절망하여 주저앉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서도 대학교 4학년이 되면 이른바 ‘취준생’이 되어 본인의 꿈도 망각한 채 그저 먹고살기 위한 ‘일’을 찾아 도시를 배회하게 된다. 우리들이 꿈꾸는 건 그야말로 ‘일장춘몽’의 ‘부귀영화’인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꿈’을 버리고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그 ‘꿈’에 다가서는 일에 좌절하고 회의하며 끝없이 세속을 바라보며 양소유를 자처하고 있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구운몽은 양소유의 꿈이 아닌 각자의 ‘꿈’을 꾸라고 권고한다. 앞서 언급했듯 부귀영화가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돈은 많이 벌면 좋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대기업에 취직하여 떳떳이 어깨 펴고 다니는 것 역시 좋다. 그러나 그 모든 부귀영화들이 ‘무한한’ 것은 절대 아니다. ‘유한함’의 성질을 가진 한 그것들은 언젠가 모두 소멸할 것이며 그때가 찾아오는 순간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양상의 회의를 느낄 것이다. 꿈이 없는 삶은 아무리 풍족해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며 그 풍족 또한 유한하기에 이를 절대적으로 좇아 인생의 꿈까지 저버리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구운몽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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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불교에 귀의하는 성진의 마지막처럼, 우리가 각자 꾸고 있는 진정한 ‘꿈’의 성질은 유한하지 않다. 진정으로 원해서 꾸는 꿈, 그리하여 정말 간절히 원하는 꿈은 그 꿈을 꾸고 있을 때나 깨어 있을 때, 우리는 무한한 행복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무한한 꿈을 좇고 유한하여 언젠가 끝이 있을 세속의 꿈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정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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