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상에 따뜻함을,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展

톤코하우스 특별전시관, 압구정로데오역 삼아빌딩
글 입력 2019.05.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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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애니메이션에 대한 내 생각



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았다. 싫어하는 건 아니고, 관심이 없는 정도? 정확히 말하자면 오타쿠 문화라고 생각해서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그 유명한 겨울 왕국이 엄청난 흥행을 쳤을 때도, 절대 보지 않았으니까. (아직까지도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


그러다가, 영화 '너의 이름은'이 개봉했을 때, 친구의 권유로 억지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스토리도 정말 탄탄했고, 작화도 정말 예뻤다. 무엇보다 알 수 없는 벅찬 감동이 정말 좋았다.


그 후 나는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쳐먹었다. 애니메이션이라고 마냥 유치하지 않고, 그 작품 속 내면에는 일반 장르의 영화 못지않게 깊은 의미가 숨겨져있다고. 그리고, 어렸을 때 막노동이라고 생각했던 '스톱모션'이 이런 엄청난 길이의 영화에서도 정말 가능하다고.


그래서 나는 애니메이션이 좋아졌다. 덕후가 되진 않았지만, 적어도 애니메이션을 오타쿠 문화라고 생각하며 관심을 끄진 않게되었다. 또한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엄청난 존경심과 경외감..까지 생겨났다.




02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 展



애니메이션 영화는 많이 들어봤어도, 애니메이션 전시는 조금 생소했다. 그래서 톤코하우스의 전시 소식을 듣고는, '그럼 전시장에서 단편 영상을 주로 전시한다는 건가?'(그럼 꽤 시간이 걸릴 텐데), '아니면 캐릭터 작화 과정을 전시하려나?'(그럼 좀 심심할 것 같은데) 등등 별별 생각을 다 했었다. 걱정 반 기대 반하는 마음을 가지고 압구정 로데오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는 미술관이 아닌 삼아 빌딩이라는 어떤 건물 1,2 층에서 진행되었다. 사실 특정 전시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는 게 아니어서, 다른 전시보다 퀄리티가 조금 떨어지진 않을까, 보러 오는 관객은 많을까 등 걱정을 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기대를 좀 낮추고 가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재밌고 행복했다.


우선 그림체가 정말 귀엽다. 돼지를 어찌 이리 귀엽게 표현할 수 있는지. 또한 톤코하우스 특유의 빛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과하지도 않으면서, 은은하게 음영과 그 상황의 분위기가 다 표현되는 느낌. 픽사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다 나오신 분들이라 그런지 작화 능력이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약간 한지에 먹으로 그린 듯한 느낌의 그림이 있는데, 제작진들이 동양화를 생각하고 그린 건 아닌 것 같지만 동양화 전공생인 나는 혼자 괜히 설레발을 쳤다. (이거 동양화를 모티브 한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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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 댐키퍼, 정말 귀엽다



두 번째. 전시 내용이 정말 알차다. 1층은 캐릭터 소개, 작화 과정 등 전시의 애피타이저 같은 느낌이고, 증강현실, 영상 상영, 낙서 등 참여 위주의 재밌는 전시는 2층에서 진행되었다.


생각했던 대로 미디어실에서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는데, 내용이 재밌고 애틋해서 무려 45분짜리 영상을 앉은 자리에서 넋 놓고 봤다. 챕터 하나하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고, 그 메시지는 환경오염, 미세먼지, 학교 내 따돌림과 같은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룬다. 짤막한 영상들이었지만 느끼는 바가 많았고, 마음이 따듯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서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억지로 관객에게 주입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영상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영상 외에도 증강현실(AR) 앱을 다운로드해 다양한 참여를 할 수 있다는 점, 드로잉 벽을 마련하여 관객들이 보고 느낀 것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참 좋았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많아지면 자칫 본질을 잃고 가벼운 전시가 될 수도 있는데, 톤코하우스는 적당한 정도였고, 설령 그렇게 느꼈다 하더라도 비전공자들의 전시 참여 그리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장벽을 허무는 데에 그 의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학교 학생들의 작품 참여(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을 대학생들이 개발했다),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 협회(KIAFA)와의 협업 등 다양한 시도가 신선했다. 단순하게 '우리 스튜디오에서 이런 것 그렸으니 구경해라. 우리 잘났다!'가 아니라 관객과의 소통, 타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이끌어내려고 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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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 앱을 다운 받고, 이 그림을 촬영하면

다른 페이지의 그림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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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낙서 공간. 금손들 많다.



세 번째. 아트샵마저 귀엽다. 다른 전시의 아트샵을 보다 보면 전시와 전혀 상관없는 상품들도 진열돼있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데, 톤코하우스의 아트샵은 상품 수는 적지만, 전시와 관련된 캐릭터 상품 위주로 진열이 돼있어서 정말 '전시에 충실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영상에 잠깐잠깐 나왔던 물고기도 인형으로 만들어진 걸 보니 제작진들이 캐릭터 하나하나에 쏟는 정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되었다.




03 전시장을 나오며



매번 느끼는 거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정말 남들과 다른 감성과 손재주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애니메이션 제작 자체가 스톱모션 방법 하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서 막노동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웬만한 열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로 인해 어떠한 성과물을 내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일 것 같다. 정말 부러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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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빌딩) 외관.



그리고 전시장이 빌딩에서 진행되었다고 해도 왠만한 전시장 못지 않은 퀄리티였다. 빌딩 외관도 예쁘게 꾸며져있었고, 도슨트도 있었다. 애니메이션을 틀어놓은 타블렛이나 그림수가 좀 더 많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톤코하우스 전시 목표 자체가 '참여와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아서 그만 아쉬워하기로 했다.


톤코하우스가 차기작을 제작 중에 있다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꼭 보고 싶다. 뭔가 대중적인 주제는 아닐 것 같지만, 독립영화도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마이너 애니메이션일지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향유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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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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