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죽겠다'는 말 [사람]

이 말의 참혹한 진실을 알았다면, 이제는 줄여야 할 때
글 입력 2019.05.2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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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경기도 의정부에서 발생한 일가족 3명의 안타까운 사연이 세상에 알려졌다.


아직 확실한 판결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부검 결과 아버지(51)가 어머니(48)와 딸(19)을 흉기로 살해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던 막대한 빚과 끔찍한 생활고 때문에 이러한 참변이 일어났다고 보았고, 이로 인해 홀로 남겨진 어린 아들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을 접하고 나서부터,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이전에 일어났던 수많은 참변들을 마주하고 나서부터, 죽음에 대해 꽤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 빚에 허덕이는 사람, 그 밖에도 가히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이유들로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나도 많다.


죽고 싶은 순간이 왜 없겠는가. 인생이 우리에겐 준 선택지라고는 사는 것과 죽는 것, 이 두 가지뿐인데 살고 싶지 않지 순간이 곧 죽고 싶은 순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살고 싶지 않을 때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두 가지 선택지 중 반드시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인간에게 주어진 당연한 운명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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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죽음을 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간절하게 살기를 원하고 죽음으로부터 멀어지려 애쓴다.


인생이 긴 터널이고 터널의 양 끝에 '죽음'과 '삶'이 있다고 한다면, 이들은 '삶'보다는 '죽음'에 더 가까운 위치에 놓여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라고 말하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보이지 않는 '삶'을 향해 뛰어가고 있는 것이다.


'존버'. 버티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라는 의미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이 단어가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매우 긍정적인 단어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이 단어 속에는 포기의 의미가 전혀 내포되어 있지 않다.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것. 끝까지 버텨내서 이기는 것. 이것이 단어가 의미하는 전부였다.


삶을 포기하고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죽겠다'라는 말을 참 많이도 한다. '배고파 죽겠다', '졸려 죽겠다', '힘들어 죽겠다' , '아파 죽겠다' 등등..


심지어는 좋은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의 끝에도 '죽겠다'라는 말을 붙인다. '재밌어 죽겠다', '행복해 죽겠다', '좋아 죽겠다', '귀여워 죽겠다' 와 같이 말이다.


어느새 습관이, 일상이 되어버린 말들이다. 저 '죽겠다'라는 말 때문에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들 중 늘 1,2위를 다투는 것 아니겠냐며 가볍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생각이었음을 느낀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저 '죽겠다'라는 말이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주장에 자신 있게 반박할 수 없다. '힘들어 죽겠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힘든 상황에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과연 의문이 든다.


'죽겠다'라는 말속에 숨겨진 참혹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면, 아니 그전에, 말이 지닌 힘을 잘 알고 있다면 일상에서 이제는 '죽겠다'라는 말을 줄여보는 건 어떨까. 인생이라는 긴 터널 속 모두가 '죽음'보다는 '삶'쪽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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