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금시조를 품은 예술적 자아와 방황 [도서]

이문열 '금시조'를 읽고
글 입력 2019.05.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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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자아. 이 두 단어는 소설 ‘금시조’에서 상당히 중요한 키워드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고죽’은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 이것을 탐색하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그의 평생에 걸쳐 일어난 예술적 자아 확립하기. 이것은 스승 ‘석담’과의 갈등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 갈등은 간단히 말하면 스승과의 예(藝)와 도(道)에 대한 갈등인데, 고죽은 예에 관한 가치를, 그리고 스승은 도에 관한 가치를 중시한다. 고죽은 스승 석담 밑에서 수년을 지내오면서 그의 배움을 전수받지만, 끝까지 고뇌하며 방황하고 결국 그의 가르침을 거스른다. 그리고 결국 죽음을 앞두고서야 자신의 작품에 불을 지르고 그 속에서 금시조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그로써 예술적 경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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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주인공의 예술적 고뇌와 성장 과정을 다룬 예술가 소설의 전형적인 작품이다. 주인공의 평생에 걸친 예술적 고뇌와 방황은 유가적 사상, 즉 전통적인 예술관을 지향하는 스승과의 갈등에서 기인한다.


이는 오히려 예술을 예술로 대하고자 하는 근대적 예술관을 지닌 주인공으로 하여금 예술적 자아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탐색을 시도하게 한다. 그 결과 주인공은 스승의 예술관을 수동적으로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창조자로서 독자적인 미적 성취를 이루어 끝내는 예술적 완성을 이룬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문열은 이렇게 우리에게 또 하나의 예술적 고민을 던진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이에게 금시조라는 작은 동물 한 마리를 내어준다. 소설을 읽고 내게 다가오는 ‘금시조’의 날갯짓은 분명하고도 인상 깊었다. 고죽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살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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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승의 가르침 아래에서도 그와 다른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그것을 고수해왔다. 그의 예술적 고뇌와 그것에 대한 지조는 내게 여태껏 생각지 못한 예술인의 예술을 대하는 태도의 방황을 느끼게 해주었고, 자신의 작품을 태움으로써 새로운 예술인으로 거듭나는 장면을 읽었을 땐 나조차 금시조가 되어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의 ‘금시조’는 무엇일까? 내게도 ‘예술적 가치’에 대한 고뇌와 방황이 있었을까? 예술적 금시조를 본 적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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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취미로서 ‘음악’을 하고 있다. 그저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소규모로 음악을 하고 있는데, 햇수로만 따지면 거의 11년은 돼간다. 그러나 성인이 된 내게 그간 11년 동안의 음악 생활은 상당한 고뇌와 방황이 있었다. 패기만 가득하던 초등-중등학교 시절, 나와 친구들은 취미를 삼아 악기를 다루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점차 진지해지고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하자 많은 갈등이 생겨났다. 우리끼리의 모임이었지만, 악단 내에서의 역할 분담에서부터 음악 장르와 스타일 갈등, 또 이 예술을 단순히 취미로 남길 것인가 혹은 진로로 결정할 것인가의 고민 등. 그것들은 어린 우리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으며 각자가 누군가에게는 고죽이 되고 누군가는 석담이 되게 하였다.


그러한 갈등은 결국 누군가의 예술관을 불태움으로써 끝을 맺게 되거나, 혹은 다시금 활활 타올라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끝없는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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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런 서사를 다루면 나도 하나의 예술인이 되지 않을까. 나 또한 이 과정에서 고죽이 되고 석담이 되어 나의 금시조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 과정이 바로 어떤 면에서는 ‘예술적 가치’에 대한 고뇌와 방황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방황의 중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모든 것이 무너지지 않았으므로 이 꿈도 역시 포기하고 있지 않다. 나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고뇌와 방황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정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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