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상적인 사랑에 관하여 [여행]

남부 프랑스, '생 크로와 호수'에서의 여행 에세이
글 입력 2019.05.2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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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프랑스, '생 크로와 호수'에서의 여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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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연애의 종지부가 결혼으로 이어진 것이라면, 그들에게 있어 ’우리‘라는 단어의 관념은 어떠한 형태와 양상을 띠고 있을까.
 
나와 효진이는 운전면허가 없는 학생들이었기에 뚜벅이 여행자라 할 수 있었다. 주로 기차와 버스. 튼튼한 두 다리를 이용하여 도시 곳곳을 쏘아 다니는, 파릇한 나그네들.
 
우리가 남부 프랑스에서 가고 싶었던 목록 표에는 라벤더 밭과, 생 크로와 호수 그리고 베르동 계곡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승용차가 없으면 상당히 가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기에, 안타깝지만 포기해야 할지에 관하여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프랑스 아비뇽이라는 도시에서는 당일치기로 근교 마을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참 다양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심히 검색해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인터넷에서 현지 한국인 투어를 발견했고, 손쉽게 신청할 수 있었다. 원했던 지역 모두를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일일 투어를 예약하게 된 것이다. 가이드 아저씨께서는 전 날 오후, 자신이 다음 날 아침 7시 30분이라는 조금 이른 시각에 우리 숙소 앞에서 자신의 차량을 통해 픽업하실 예정이라는 말을 전하셨다. 우리는 아침 6시 정도에 울리는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모든 준비를 끝냈고 시간에 맞춰 아저씨를 만나 뵐 수 있었다.
 
호탕하고 유쾌하셨던 아저씨는 우리가 첫 픽업 손님들이라 말씀하시며 어떻게 여행을 하게 된 것인지, 둘은 어떤 친구관계인지, 지금까지 여행한 기간은 얼마 정도인지와 같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셨다. 오늘 투어 손님들이 총 7명인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손님들 느낌이 참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이시며. 이렇게 우연히 여행지에서 새롭게 만나게 될, ‘언어가 통하는’ 의미 있는 인연들은 어떤 이들일지에 관하여 약간의 기대감을 갖고 그들의 숙소로 달려가 본다.
 
두 번째 손님들은 서로 친구 관계인 30대 초반의 여성 3명이었고, 마지막 손님은 어느 정도의 나이 대 일지 예측할 수 없었던 꽤 젊어 보이는 커플이었다. 모든 투어 손님이 모이자 아저씨께서는 반복하여 각자의 이름을 물어보셨고, 차별없는 선량한 관심을 내비치셨다. 그러다 그는 연인 관계와 같은 한 쌍에게 그저 사귀는 관계인지에 관해 물어보셨고, 그들은 결혼한 사이라고 했다. 자연스레 그 부부에게 모두의 이목이 쏠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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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그들은 신혼여행으로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 아저씨께서는 흥미로워하시며, 자신의 투어를 찾아주어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얼마간의 기간을 연애하고 결혼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하셨다.
 
놀랍게도, 그들은 ‘15년’이라는 말을 꺼냈다. 그것도 아주 담담하게. 듣고 있던 우리 모두는 다른 의미로서의 충격을 받은 듯했다. 애인이 있지만 장거리 연애라 혼자 지내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는, 40대 미혼 남성의 삶을 살고 계신다는 아저씨께서는 탄성을 지르시기도 했다. 소년처럼 궁금증이 많은 아저씨께서는 두 분이 혹시 헤어진 적은 없었는지 혹은 그 기간 내에 다른 이를 만난 적은 정말 없었는지에 관하여 물어보셨다.
 
M : ‘있죠. 군대 갔을 때, 이 친구가 저에게 헤어지자 했었거든요. 얘는 소개팅도 하고 미팅도 하고, 다른 애도 만났었어요. 그러다가 저랑 다시 재회하기도 하고, 또 헤어지고. 또 만나고. 만나는 동안 꽤 반복했어요. 이 친구는 공백기에 다른 사람 잠깐씩 만났었는데, 저는 단 한 번도 다른 여자를 만난 적 없어요. 정말 솔직하게. 이 친구만한 사람이 없더라고요.’
 
남자는 진지하게 말을 했다. 여성은 남성에게 자신을 흡사 쓰레기로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며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했다.
 
W : ‘저 또한 다른 사람들 만나보면서 알게 된 거죠. 이 사람만한 사람은 정말 없구나. 이런 것들? 이렇게 끈질기게 만난 인연이랑 결국 혼인 신고할 줄 알았으면, 우리 조금 더 일찍 결혼할걸. 요즘은 서로 그런 얘기를 하곤 해요.’
 
그렇다. 10대 시절부터 34세까지. 그들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드디어 서로를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현재 안정감을 갖고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이며,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자연스레 그들을 흥미롭게 관찰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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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한 점심 식사시간 속, 서로에게 가장 맛있는 부분을 먹여주는 세심함. 꽤 장난스러운 말투 사이에 느껴지는 담백한 낭만스러움부터 무심한 태도 속 여실히 드러나는 진심의 눈빛과 행동들까지. 그 오묘한 간격을 억지스러움 없이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랑은 전달이라기보다는 발산에 가까운 행위라는 말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데, 그들이 서로를 대하는 모습은 명확히 그와 같았다. 객관적인 삼자의 입장을 가졌던 나는 그들처럼 군더더기 없는, 삼삼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며 사랑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자연스레 학습하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곧바로 낭떠러지인, 좁은 벽 위에 올라가 사뿐히 걸어 다니는 경험을 하고 있는 모험심 가득한 여성과, 이를 보며 제발 조심히 내려오라며 부탁하듯 이야기를 하는 조심성 있고 차분한 남성. 그런 그에게 안정감을 주려는 듯 걸터앉아 무섭지 않으니 올라와서 함께 풍경을 바라보자는 말을 꺼내는 그녀와, 못 이기겠다는 듯 그녀를 따라 근밀하게 올라가 보는 그이. 매우 순조롭고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서로가 각자의 부족한 면을 보완적으로 충족해주는 존재라 감상할 수 있도록 연출된 장면 같기도 했다.
 
그들의 형상은 각자의 부품이 조립되어 하나의 구조물로서 맞춰진 꽤 짜임새 있는 구성과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그저 부분이 모여서 완성된 전신이 아니라 완벽한 설계를 협의해가며 실현해낸 통합된 전체같았다. 참으로 야무지고 다부진 관계라는 생각을 해보며.
 
문득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사랑은 타인과 사랑을 나눌 때, 자신이 가진 기질의 협소한 정도가 옅어진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 사람을 통해 연마하고 변해가는 현재의 모습이 긍정적이라 느낄 수 있는 것. 즉,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흡수력이 진해지고 인간의 입체성이라는 보편적 특성이 더욱 호화로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닐지.
 
어떠한 사람과 삶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인생의 전개도가 무한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타인을 자신의 곁에 가까이 둔다는 것은 실로 굉장한 의미가 된다는 누군가의 사담을 납득해본다.




[류승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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