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피곤한 현대인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까?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5.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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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는 TV를 잘 보지 않는다고 한다. 스마트폰에서 클립 영상으로 토막 나 있는 재밌는 장면들만 골라서 보는 게 고작이다. 예전처럼 가장 핫한 프로그램을 ‘본방사수’하기 위해 무슨 요일 어느 시간만 기다리는 시절은 지났다는 애기다.

그러려니 했다. 사실 요즘은 나부터가 TV를 잘 보지 않으니까. 하지만 날 놀라게 했던 사실은 요즘 초등학생들의 타자가 느리다는 사실이었다. 아! 하기야 당연한 얘기다. 기어다닐 때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았을 텐데, 컴퓨터 자판을 만져볼 일이 뭐 얼마나 있었겠는가.

하지만 내게는 이 사실이 적잖은 충격이었다. 내 나이는 고작 이십대 중반이다. 당연히 언제나 나의 세대는 젊음과 변덕을 상징했다. 하지만 이제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다. 나에게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요즘 것들’이라는 대상이 생긴 것이다.

10대들 사이에서 그렇게 핫하다는 틱톡을 깔았을 때 이러한 이질감은 몇 배로 와 닿았다. 대체 이게 뭐지? 15초 TVCF보다도 서사 없는 무의미한 영상이 눈앞을 스쳐지나갔을 때 나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이 열광하는 지점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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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플랫폼 '틱톡'


틱톡에 대한 이해까지는 접어두더라도, 날이 갈수록 길이가 긴 영상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에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사실 나라는 개인의 사례에만 비추어 본다면 집중력 하락은 단순히 이 세상을 유튜브가 점령하고, 토막 콘텐츠들이 유행하기 때문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10년 전, 스마트폰이 내 손안에 없었을 시기에, 나는 책을 읽을 마음이 없을 때에는 인터넷 서핑을 했다. 게임을 하기도 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덥잖은 연예인 토크를 읽으며 킬킬대기도 했다. 10년 후,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달고 다니는 지금 나는 영화를 보고 싶지 않을 때에는 SNS를 뒤적거리다가 유튜브로 짧은 영상들을 탐험하고 다닌다.

요컨대,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나의 집중력 저하는 매체의 발달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의한 장기적인 영향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 나의 컨디션에 따른 개인의 단기적인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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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유튜브만 볼 수도 있다


요즘은 문화생활을 즐길 여력이 없다, 라는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몸과 정신이 피곤할 때면 2시간짜리 영화를 인내심 있게 앉아서 볼 체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볼 체력이 조금 더 충전된 주말에도 내가 선택하는 영화는 다르덴 형제의 작품이 아니라 그냥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하고 있는 오락영화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에게 남아도는 것은 시간이었고,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따라갈 ‘용의’가 있었다. 그러나 그 용의는 결국 나의 체력과 비례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지금보다도 직장인이 된 나에게는 더 많은 용의가 사라질 것이다.

보고 싶은 영화 목록을 장르별 감독별로 정리해 도장깨기를 하던 과거의 나는 소멸되고 주말에 스크린 앞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현대인이 남아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현대인의 모습은 내가 지금 장래희망으로 걸고 열심히 달려가는 바로 그 직장인의 전형이다.

아무래도 내가 앞서 했던 말을 정정해야 할 것 같다. 딱히 매체의 발달 때문은 아니지만, 이건 사회적 문제가 맞다고 말이다.


[한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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