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에 철학을 담다, 뉴필로소퍼 6호 [도서]

당신의 시간은 안녕하십니까?
글 입력 2019.05.1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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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필로소퍼 6호

- 일상을 철학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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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


나와의 만남을 원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바쁘다는 핑계로 이런 말을 줄곧 내뱉는다면, 자신의 시간 씀씀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간 어디에 시간을 몽땅 썼기에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연인과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서로의 일상을 더듬는 가장 소중한 시간도 없다는 걸까.


여태껏 시간이 있냐는 물음에 지겹도록 “바빠.”를 연발해왔다.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가까운 사람들의 서운함도 뒤로한 채 쓸데없는 일에 몰두하며 시간을 낭비했다. 그런데도 시간이 나기만을 기다려준 꾸준한 사람들 덕분에 뒤늦게나마 나의 시간을 쏟아야 할 방향이 중심에서 한참 벗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엉킨 시간을 정처 없이 떠돌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당신의 시간은 안녕하십니까?’를 주제로 ‘시간과 삶’을 깊이 있게 다뤘다는 잡지 소개 글에 마음이 동해, 말만 들어도 어려워 보이는 철학 잡지를 무작정 손에 들고 말았다. 다 읽고 나면 나의 시간 씀씀이를 조절할 수 있는 명쾌한 해결책이 떠오르진 않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기대를 걸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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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잡지 《뉴필로소퍼》 6호가 다루는 것은 우리의 보편적인 ‘시간’이다. 죽기 직전, SNS를 들여다봤던 기억을 특별한 추억으로 되새기진 않을 텐데, 많은 사람이 인터넷에 접속해 막상 중요한 일은 제쳐두고 의미 없는 것들을 클릭하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을 보낸다. 어쩌면 바쁘다는 건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렇듯 유독 시간 낭비벽이 심한 사람들을 위해 《뉴필로소퍼》 6호는 시간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형태로 침투하는지, 또 우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사용하는지 찬찬히 들여다보기를 권유한다.




시간 도둑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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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기자이자 작가 올리버 버크먼은 정부와 기업이 교묘하게 사람들의 관심사를 엉뚱한 곳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우리의 시간을 야금야금 빼앗아가는 실상을 고발한다. 오늘날 우리는 관심경제 시대를 살고 있다. 관심경제에서 값진 상품이란 곧 인터넷 사용자들의 시선과 뇌를 사로잡는 것이다. 즉 미디어 시대에 쏟아지는 수많은 콘텐츠에서 기업이 관심 있는 건 오직 한 가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지의 여부이다.


문제는 “분노를 유발하는 거짓말이 가장 높은 관심을 끌 때가 많다”는 것인데, 우리는 종종 기업이 놓은 덫에 걸려 함정에 빠지면서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남들이 우리의 관심을 통제하는 일에 점점 더 능숙해질수록, 그들이 우리의 관심을 통제한다는 사실을 의식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시간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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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관리 전문가 로라 밴더캠은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동영상 스트리밍이나 SNS에 손쉽게 접근한다. 물론 이런 것에 쏟을 시간을 다른 일에 더 알차게 사용할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무심코 흘려보낸 짧은 시간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 시간은 “우리가 귀중하게 여긴다면 귀중하게 바뀔 수도 있다.” 밴더캠은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을 열심히 연구하고 세세히 계획을 세운다면, 일과 가족, 사교 생활, 나만을 위한 휴식, 그리고 취미를 위한 시간을 모두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간이 없어”라는 말은 “그 일은 우선순위가 아니야”라는 말로 바뀔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말이다.



갈수록 삶이 정신없이 돌아간다고 느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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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낮에는 회사 일을 하고 연세가 많으신 아버지도 보살피며 틈틈이 강의까지 수강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그 중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어 고민이라는 사람에게 도덕철학자이자 윤리학자인 매슈 비어드는 이렇게 조언한다.



“어떤 선택에 따라 포기하게 된 일들의 목록은 끝없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미 내린 선택을 두고 기회비용을 따져보는 것은 아주 현명한 습관입니다. 우리는 이런 행위를 통해 삶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렬하고 있는지, 일상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어요.”



매 순간이 끊임없는 과제처럼 다가온다면,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가 내가 좋아서 하는 “욕망에 따른 선택”인지, 도덕성이나 죄책감에 의한 “의무에 따른 선택”인지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매기기 어렵다면, 우리는 어디에 시간을 쓸지 더욱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 누군가를 향한 의무와 스스로를 향한 의무 사이에서 말이다.




당신의 시간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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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6호를 한 페이지씩 넘기며 읽는 행위는 시간에 대한 경각심을 조금씩 일깨우는 과정과 같았다. 돌이켜보면 나의 시간은 그다지 안녕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동안 남들이 시간을 조금씩 앗아가는 걸 지켜만 보며 내 삶을 단축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의 얄궂은 굴레 속에서 사람은 비슷한 실수를 한다. 다만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정신과 마음과 삶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아는 사람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결국 안녕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매순간 선택해야 한다. 당신은 이 글을 읽고 난 다음에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할 수도 있고, 읽다 만 책을 한 장이라도 더 읽거나 어제 꾼 꿈을 떠올리며 무언가를 끄적이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이 됐든, 평소와 다름없는 그 순간을 다르게 보고 충실히 보내는 건 오롯이 자신의 순간적 결정에 달려 있다. 확실한 건, 정직한 순간이 켜켜이 쌓인 현재의 시간은 결코 우리에게 야박하게 굴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필로소퍼 6호

- 일상을 철학하다 -


엮음 : 뉴필로소퍼 편집부


출간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철학

문예지


규격

180*245mm


쪽 수 : 172쪽


발행일

2019년 4월 1일


정가 : 15,000원


ISBN

977-2586-4760-05-92


*

《뉴필로소퍼》는

1월, 4월, 7월, 10월

연 4회 발행되는 계간지이며

광고가 없습니다.






뉴필로소퍼


《뉴필로소퍼》는 인류가 축적한 웅숭깊은 철학적 사상을 탐구하여 "보다 충실한 삶on ways to live a more fulfilling life"의 원형을 찾고자 2013년 호주에서 처음 창간된 계간지다. 《뉴필로소퍼》의 창간 목표는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으로, 소비주의와 기술만능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뉴필로소퍼》가 천착하는 주제는 '지금, 여기'의 삶이다. 인간의 삶과 그 삶을 지지하는 정체성은 물론 문학, 철학, 역사, 예술 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인문적 관점을 선보인다. 영미권 대개의 나라에서 발간되고 있다. 인문학과 철학적 관점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2013년 창간 당시부터 광고 없는 잡지로 발간되고 있다.


《뉴필로소퍼》 한국판 역시 이러한 정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일체의 광고 없이 잡지를 발간한다.


옮긴이 - 서유라, 성소희, 이시은, 최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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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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