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의 일상을 예술로 -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

글 입력 2019.05.10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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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봐도사는데지장없는전시: Unnecessary Exhibition in Life>는 하루 24시간 동안 무의미하게 스쳐지나가는 순간들이 '예술'로 어던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지, 그래서 그것이 내 삶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를 시각적을 재현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 전시 소개 中



일상, 사전적 의미를 풀어쓰자면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을 일컫는다. 쳇바퀴 같은 삶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예술을 지나치고 있을까? 그리고 심심하고 지루한 나의 일상 중 얼마만큼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전시를 보기 전, 전시 소개 글을 읽으며 품게 된 물음들이었다. 전시를 보며 그 답들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서울미술관으로 향했다.

경복궁 역에서도 버스를 타고 들어가 마주한 서울미술관은 참 조용하고 한적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오롯이 혼자서 전시를 즐길 수 있었다. 전시장 입구로 들어가니 이번 전시의 흐름인 "시간"에 맞게 아침, 낮, 저녁, 새벽 순으로 시계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환한 대낮인 바깥과는 별개로 이곳에서 새로운 아침이 시작하는 듯 전시장의 내부는 살짝 어두웠다.

전시의 첫 시작인 아침. 누군가에겐 가장 고요한 시간인 동시에 누군가에겐 세상에서 제일 바쁜 시간이다. 이런 아침을 여러 작가들은 다각적으로 바라보며 표현해냈다. 누군가는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일상의 모습을 표현하였지만 누군가의 작품은 출근길 지옥철 속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는 우리의 일상을 투영하였다. 그중에서도 오랜 시간 바라보게 만든 작품은 단연 빛을 이용하여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황선태 작가의 작품이었다.


황선태_빛이 드는 공간, 2015,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116x73x4cm.jpg


어두운 전시장 내에서도 환히 빛나는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작가는 창문을 통해 거실, 계단, 화장실 등 다양한 공간을 비추는 햇살과 그림자를 단순하면서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모든 공간의 표현은 선으로 단순화한 반면 빛이 들어오는 곳은 단순한 명암이 아닌 실제 LED를 사용하여 표현했다. 덕분에 나무들 사이로 들어와 거실을 비추는 햇빛은 영롱했고 일상 속 비슷한 경험들을 상기시켜 주었다. 언젠가 화장실에서나 거실에서 빛이 들어와 바닥을 비추는 것을 보자면 이 작품들이 다시 생각날 것 같았다. 이를 떠올리며 일상이 더 이상 일상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또 다른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플로렌스 체험 (1).jpg
 

고요하기도 하고 혼란하기도 한 아침을 지나 낮으로 가면 한결 활기가 느껴지는 작품들이 펼쳐진다. 그중 전시회 포스터의 이미지인 플로렌스 게임이 눈길을 끌었다. 직접 아이패드를 이용해 게임을 해보니 누군가와 싸워야하는 경쟁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라 참 좋았다.

게임 자체는 상당히 단순하지만 게임의 주인공인 플로렌스의 이야기 끝이 궁금하여 계속 게임을 하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심지어 게임은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순간순간들을 담아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우리가 이미 겪어본 그 순간들을 게임으로 마주하니 그 순간의 감정들이 되살아나고 게임의 주인공인 플로렌스에게 어느덧 이입을 하게 되었다.

폭력적인 게임을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아주 제격인 무자극 콘텐츠였다.


요시유키 오쿠야마(Yoshiyuki Okuyama)_Sunlight coming from outside, 2015, 디지털 프린트, 84x56cm.jpg
 

낮을 지나면 전시는 저녁과 새벽을 지나며 끝에 다다른다. 차갑고도 무정한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닮아 놀랄만한 작품도 있었고 의외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순간들을 포착해낸 작품들도 있었다. 시간 흐름에 따라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작품을 들여다봐야 겨우 이해가 될까 했던 어려운 전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어떤 작품을 이해해야 한다라는 생각보단 공감이 앞서는 전시였다. 작가의 작품에 공감하고 또 그를 통해 나의 일상 속 일부가 공감받는 기분이었다. 아침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전시의 흐름과 배달의 민족 같이 익숙한 브랜드,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작품 설명이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예술을 지나치고 있을까? 그리고 일상은 얼만큼 예술이 될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한 정확한 수를 알 수는 없지만 전시를 보며 과연 일상에 대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부분을 놓치고 있음을 느꼈다. 예를 들어, 빗물 젖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나 스푼에 부딪혀 퍼지는 물줄기 등은 우리가 이미 여러 번 보아왔던 순간들이지 않은가.

무심하게 지나쳤던 순간들이 사실은 예술과 같은 것이었다니 삶에 대한 나의 태도가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가 고민해보게 만든 전시였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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