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 속 지친 삶을 위로해주는 영화, 오베라는 남자 [영화]

까칠한 츤데레 아저씨 오베의 이야기
글 입력 2019.05.0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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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이 원작인 ‘오베라는 남자’는 한국에서는 2016년에 개봉했다. 어느 할아버지의 따분한 영화라고 생각했던 내가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책이 너무 재미있다던 친구의 추천 때문이었다. 소설을 읽고 싶지는 않고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다. 관객 평점도 꽤 높다. 시간이 남는 어느 오후 나른한 몸을 뉘인 채 유료 결제를 하고 별다른 기대 없이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손에는 맥주한잔. 어느새 나는 이 영화에 푹 빠져있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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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인공인 59살의 남자 오베는 인상을 팍 쓴 채 심술궂은 표정으로 등장한다. 영화 초반 그는 젊은 시절부터 몸담았던 직장에서 갑자기 해고를 당한다. 그는 사소한 화를 참지 못한다. 가령 죽은 아내 무덤에 놓을 꽃을 사는 과정에서 두 다발에 70크로나 하는 꽃을 한 다발만 사려면 50크로나를 내야한다는 점원의 말에 왜 35크로나가 아니냐며 ‘소비자 고발원에 고발할 거’라고 화를 낸다.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이에게,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웃에게, 자전거 주차를 제대로 하지 않는 청년에게 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분을 삭이지 못한다. 고인이 된 로빈 윌리엄스의 <앵그리스트맨>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물론 그는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거다. 그러나 그게 너무 지나치다. 융통성이란 전혀 없이 모든 규칙을 지켜야만 하고, 사소한 작은 실수에도 화를 참지 못하는 등 다혈질의 노망난 아저씨로 소문이 나있다.

 

그는 죽고 싶어 했다.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그녀의 무덤에 가서 곧 당신을 따라 가겠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집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자살에 실패를 하게 되는데 이 에피소드가 웃프다. 이사 온 이란 이민자 가족이 주차를 잘못해서 오베의 집 우체통이 찌그러지는데 거기에 화가 나서 자살을 하려다가 내려와 훈계를 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쫓겨난 게이 청년이 잠자리를 부탁해서, 앞집의 파르바네가 급하게 병원에 가자고 문을 두들겨서 그는 자살에 집중하지 못하고 일상으로 잠시 복귀하기를 반복한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 소냐와의 추억이 가장 소중하다. 그녀가 죽고 나서 삶의 모든 전의를 잃은 상태다. 그녀는 영화 시작 반 년 전쯤에 병사한 것으로 나온다. 정말 지극히 사랑했던 사람이 죽고 나서 방황하는 노년의 모습에 마음이 짠해졌다.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하루하루에서 그는 아무런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죽기만을 바랐던 것이다.


그가 아이가 없는 것에 대한 에피소드도 나온다. 아이가 없는 그에게 혼자 남겨진 삶이란 꽤 가혹하리만큼 쓸쓸한 것일 뿐이다. 거기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에서도 잘리고 주변에는 의지할만한 사람도 없다. 영화 곳곳에는 그가 까칠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이야기한다.


그는 정말 힘겹지만 열심히 삶을 살아왔다. 그의 삶 곳곳에는 피로가 묻어있었다. 그가 이렇게 괴팍스러울 정도로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데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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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새로 온 이웃 파르바네 가족과의 교류 덕분이다. 그녀는 나이 차이와 인종, 오베의 차가운 말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다가간다. 오베 역시 처음에는 귀찮기만 하다고 여기지만 그들이 건넨 음식을 마지못해 먹기도 하고, 그녀의 아이들을 봐주면서 그와 가족은 특별한 이웃이 되어간다.

 



#3.



영화는 특별한 에피소드를 선사하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오베에 아빠가 겹쳐 보이기도 했다. 까칠한 원칙주의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이자 흔한 이야기소재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흡입력이 있었다.


영화가 나에게 전달해준 메시지는 이와 같다. 사람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면서 그들을 판단하면 안 된다. 누구나 마음의 상처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는 결국 사람으로 치유된다.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라. 행복은 아주 사소한 만남으로부터 시작한다. 현재를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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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결국에는 나이가 들 것이고 언젠가는 내 곁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의 순간을 겪을 것이다. 삶에서의 부당한 일이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일이고 억울하고 답답한 것이 삶이기도 하다.


왜 나에게만 이런 불행이 일어났지 삶을 원망하고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도피시키거나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삶이 언제나 밝지만은 않다. 그래도 삶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크고 거대한 목표가 아니라 이 영화에서처럼 사소한 만남과 사건이다. 함께 밥을 먹고 웃고 떠들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이 많은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다.

 

이전에 행복의 기원이란 책에서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행복의 순간은 잠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과 같이 짧은 한 순간의 경험이다. 행복한 삶이란 그저 그런 순간들이 많은 삶이다. 행복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면 늘 행복은 멀리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은 행복을 찾자.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자. 영화는 오베의삶으로 지친 일상에 위로를 건네며 깊은 여운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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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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