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꼬리박각시

위태롭게 비틀거리는 롤라의 삶
글 입력 2019.05.0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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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박각시

원제: MORO-SPHINX


소설 / 외국소설 / 프랑스 소설
지은이: 줄리 에스테브(Julie Estéve)
옮긴이: 이해연
출판사: 도서출판 잔
발행일: 2019년 4월 15일
판형: 130×195(mm) / 페이퍼백
페이지: 176쪽
정가: 13,000원
ISBN: 979-11-965176-5-6 03860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것에 중독되어야만 한다. 아니, 중독될 수밖에 없다. 술이든, 섹스든, 담배든, 마약이든, 잠자는 것이든, 자해하는 것이나 영화 혹은 음악에라도.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망각'하기 위해서이다.


흡사 스티븐 킹의 '그것'에 등장하는 공포의 피에로 페니 와이즈처럼, 무의식의 끄트머리에서 끊임없이 기어 나오는 트라우마를 잊기 위해서이다. 이 책 속 주인공인 롤라가 겪은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와 혼자 남겨진 고독은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이기도 하다.



그만둘 수가 없다. 밤이 오기를 기다리느라 몸에 녹이 슬 것 같다. 푸른 하늘 따위는 그녀에게 아무 쓸모가 없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짝짓기를 하고 인공 조명 주위를 미친 듯이 맴도는 나방 같다.


/29p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또다시 다가오는 일요일. 낮에는 좀비처럼 일만 하고 밤에는 술에 잔뜩 취해 아무하고 나 관계를 가지는 롤라. 남자들과 관계를 가진 후 그들의 손톱을 하나씩 잘라 유리병에 모으는 롤라. 손톱으로 가득한 유리병을 매만지며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롤라. 책을 읽는 내내 롤라가 벌이는 극단적인 자기 파괴적 행위가 안쓰럽기까지 했다.


솔직히 말해서 롤라의 감정 선과 행동에 대해 특별히 공감이 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너무나 극단적이고 거칠고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각자의 고통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사건이라도 누군가는 1부터 10까지의 고통지수에서 2 정도를 느낀다면, 다른 누군가는 9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먹던 엄마의 케이크 냄새를 맡다가 어린아이의 미소가 떠오르자 얼굴을 찡그린다. 그때 문 뒤에서 휘파람 소리와 발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재빨리 계단으로 도망친다. 바람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그녀는 걸음을 서두른다. 롤라는 자신을 살아가게 해 줄 무언가를 찾아 밤거리로 떠난다.


/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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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박각시'를 읽으면서 영화, '셰임'이 떠올랐다. 스티브 맥퀸 감독, 마이클 패스벤더와 캐리 멀리건 주연의 이 영화는 롤라와 같이 주인공 브랜든은 섹스 중독자로 자극적인 성적 행위에 집착한다. 자위, 원나잇, 매춘부, 음란 채팅, 포르노 등.. 혼자 남겨졌을 때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원 나잇에 매달리는 인물이다.


롤라도 브랜든처럼 밤마다 그저 순간적인 자극만을 원할 뿐이다. 후에 롤라는 도브(Dove)라는 이름의 매력적인 호박색 눈동자를 가진 남자를 만나게 된다. 도브의 이름 중 앞 글자 D만 L로 바꾸면 Love가 된다는 설정은 다소 유치하기까지 하지만 오랫동안 거리를 방황한 롤라에게는 더없이 낭만적인 상대로 묘사된다.


또한 끊임없는 자기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는 롤라를 보면서 나는 트랄라를 떠올렸다. 사실 책에 묘사된 롤라의 모습을 상상할 때 계속 트랄라를 떠올렸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Last Exit to Brooklyn, 1989)'. 휴버트 셀비 2세의 책을 원작으로 하고, 울리 에델이 감독하고, 제니퍼 제이슨 리와 스티븐 랭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1950년대 미국 브루클린 부두를 배경으로 하여 1960년대 당시 미국이 짊어지고 있던 여러 이슈를 다룬다.


트랄라는 어린 나이에 매춘부로 거리를 전전하다가 우연히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군인을 만나지만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하러 브루클린을 떠난다. 그러자 트랄라는 또다시 혼자 남겨진 채로 고독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 차라리 처음부터 쭉 혼자였다면 고독에 무뎌졌을 텐데, 이미 사랑의 달콤함을 맛본 후라 연인의 부재를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롤라 역시 어린 시절의 풋풋하지만 상처만 남은 첫사랑과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롤라의 과거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롤라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되감기 하며 그녀를 괴롭게 한다.


내 생각에 롤라도, 트랄라도, 브랜든도 모두 내면이 공허하고 외로운 사람들이다. 너무나 외롭기 때문에 온몸이 타들어가는 환한 불빛에 주저 않고 자신을 내던진다. 마치 나방처럼 끊임없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순간적인 쾌락을 위해 날갯짓을 한다. 우리들 모두도 각자의 크고 작은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고, 롤라와 트랄라, 브랜든은 육체적 쾌락으로 트라우마를 잊고자 했을 뿐이다.






출판사 서평


저자 줄리 에스테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해냈다. 소설은 독자가 한 여자의 나방 같은 삶을 바라보며 충격받고, 꽁꽁 숨겨진 욕망으로 모호한 표정을 짓게 만든다. 이러한 성격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책을 디자인했다. 소설의 제목이자 소재가 된, 롤라를 대신하는 나방을 표지에 그려 넣었고, 뒤표지에는 꼬리박각시의 속날개를 크게 확대하여 추상화처럼 쾌락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모호한 이미지로 표현했다.


롤라가 사는 세상과 우리가 사는 실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저마다 상처를 입고 치료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누군가를 찾으며 망각을 위한 즐거움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그 종류와 정도만 다를 뿐. 책을 읽은 독자라면 현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때로는 위로받으며, 소설을 아우르는 문학적 시도를 통해 순수한 읽는 즐거움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줄리 에스테브 Julie Estéve


1979년 프랑스 파리 출생. 2004년 파리소르본대학(Paris IV-Sorbonne University)에서 예술학(Art History) DEA 수료 후 현대미술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꼬리박각시(Moro-sphinx)》(Stock, 2016)는 첫 번째 소설이며 독일에서는 《Lola》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최근 《Simple》(Stock, 2018)을 발표했다.



옮긴이: 이해연


중앙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비싼 장난감, 절대 사 주지 마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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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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