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이드북은 아니지만 가이드로 삼고 싶은 책 - 맛과 멋이 있는 도쿄 건축 산책

<맛과 멋이 있는 도쿄 건축 산책> 리뷰
글 입력 2019.05.0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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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내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집안환경으로 인해 어릴 적부터 또래친구들에 비해 많은 외국을 다녀본 덕이다.


하지만 일본은 낯선 단어다. 수많은 나라 중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가본 적 없고(본토와 멀리 떨어진 오키나와는 제외했다), 제2외국어로는 중국어를 오랫동안 배운 탓에 일본어는 물론이요 일본의 문화에 대해서도 문외한이기 때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나라지만 일본은 한 번쯤 여행해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이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만큼 좋은 자극제가 되는 것이 있을까. 봄을 닮은 노란 표지와 본문에 수록된 다채로운 사진들은 일본 여행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손길을 거침없이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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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고 싶은 세 가지 포인트


 

이 책은 여행 가이드북은 아니다. 하지만 화려한 색감의 사진과 더불어 건물과 식당에 대한 소개, 가는 길까지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한 마디로 ‘친절한’ 도쿄 건축 소개서 같은 느낌이다. 도쿄 여행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이 책을 집어 드는 건 추천하지 않지만,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도쿄의 건축물들을 세세하게 살펴보며 도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는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추천하고 싶은 또 한 가지 이유는 매 건축물마다 그곳의 레스토랑, 카페 등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은 모두 제각각이겠지만 나는 식도락 여행을 가장 좋아한다. 그 지역의 유명한 식당을 탐방하며 대표 음식을 먹어야 진정으로 그곳을 다녀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 식당과 음식의 배경, 역사를 알고 먹는다면 그 맛은 한층 더 깊고 풍부해진다. 이 책은 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낸다. 음식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입에서 ‘먹고 싶다’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사실 내가 그랬다).

 

저자의 건축에 대한 애정표현도 놓칠 수 없는 독서 포인트다.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지나치는 건축의 각종 문양, 소품 등을 소개하며 저자는 ‘아름답다’, ‘사랑스럽다’ 등의 표현을 스스럼없이 사용한다. 음식을 소개할 때는 ‘행복이 가득 퍼진다’ 등의 기분 좋은 어휘도 곁들인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이처럼 애정을 쏟고 그를 표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저자의 아낌없는 애정표현에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번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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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남다르다!




세심함, 고즈넉함, 그리고 조화


 

모든 건축물에는 그곳만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그리고 그 역사는 건축의 주체인 사람들의 문화적 발자취를 나타내준다. 나는 건축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이른바 ‘건알못’이라 기술적 접근보다는 감상적 접근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손잡이의 문양, 계단의 난간, 사소한 소품 배치 등 건축의 모든 것에 ‘세심함’이 담겨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몇 주 전, 일본의 철학을 살짝 엿볼 수 있었던 책 <매일매일, 와비사비>를 읽으며 느꼈던 ‘고요함’, ‘고즈넉함’과도 조화롭게 어울렸다. 건축은 사람이 하지만, 그곳에서 머무는 것도 곧 사람이다. 사람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건축은 결국 그 나라와 지역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축은 오랜 시간 사람과 함께하는 만큼 필연적으로 사람과 닮게 된다. 시라스 부부의 옛 저택을 보며 저자는 ‘집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문득 4년째 나를 품어주는 내 작은 자취방을 둘러보았다. 처음 이사할 때보다 누래진 벽지와 꺼진 매트리스, 군데군데 상처 난 마룻바닥이 보인다. 이 집도 나와 함께 성장했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노화한 건 아닌지 걱정이다. 앞으로는 조금 더 애정을 쏟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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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감탄한 디자인.
리허설 때 관객이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좌석의 색을 다르게 칠했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늦지 않은 시일내에 일본여행을 꼭 한 번 가보리라 결심했다. 만약 도쿄를 가게 된다면 이 책이 좋은 여행메이트가 되어줄 것 같다.

 


맛과 멋이 있는 도쿄 건축 산책

 

⋅가이 미노리 지음|강태욱 옮김

⋅판형: 148*210*17(무선)

⋅쪽수: 214쪽

⋅값: 14,000원

⋅발행: 2019년 4월 15일

⋅ISBN: 979-11-89199-83-8 (13980)

⋅분야: 국내도서 > 여행 > 해외여행 > 일본여행

국내도서 > 건축 > 건축교양/건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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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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