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더픽션" - 정의를 구현하다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4.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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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를 살해하는 블랙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그레이 헌트의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이에 대해 파헤치는 형사와 기자의 대화에서 극이 전개된다. 이 소설을 세상에 알린 트리뷴 신문사의 와이트 히스만 기자가 작가님을 용서할 수 없다며 자살을 하려 하지만 범죄자를 타깃으로 한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휴 대커 형사가 찾아오면서 자살에 실패하고, 그레이 헌트와 와이트 히스만이 만난 첫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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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 올라온 더픽션을 만났다. '소설 속 살인마가 현실에 나타났다'는 설정을 시작으로 정의를 대변하는 살인마가 등장하는 소설을 쓴 작가 그레이 헌트, 이 소설을 신문에 연재하게 한 담당 기자 와이트 히스만, 이 소설대로 살인이 일어나자 이에 대해 조사하는 형사 휴 대커가 나오는 3인극이다.


작년에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어떻게 무대가 바뀌었는지, 추가된 넘버는 무엇인지, 전체적으로 바뀐 부분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보러 갔다. 이 후반부터 굉장히 스포일러가 많다.

 


'작가님의 소설은

제게 소설 그 이상이에요!'



​사회정의를 위한 블랙의 범죄자 살인 이야기, <그림자 없는 남자>를 읽게 된 어린 와이트는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는 무참히 살해된 엄마를 떠나보내고 혼자 슬퍼하던 도중 살해한 그 범죄자가 자신의 앞에서 용서를 구하는 상황을 겪는다. 그러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그는 이 소설을 읽게 되고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이 소설을 통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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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로하고 희망이 될 거야.

한 줄의 글로 세상을 바꾸게 될 거야'



그레이의 다짐처럼 와이트는 가족을 잃은 고통을 이겨내고 기자로서 성장한다. 신문에 연재된 그림자 없는 남자의 성공을 위해 살인사건까지 모방해 만드는 그를 보면서 인간의 잘못된 생각과 욕망이 현실로 나타나면 얼마나 무서운지를 느꼈다. 하지만 무연고자 시체를 태우고 마치 소설의 살인사건처럼 모방하는 그를 보면서 어릴적 그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정의를 구현하는 존재


 

극에서 모든 인물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정의를 구현한다. 그레이 헌트가 불량한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정의의 살인마 블랙이 나오는 소설을 쓰게 된 이유에도 자신의 경험이 담겨있다. 그는 살인 사건의 피해자 아들이 어머니의 장례식에 혼자 쓸쓸하게 남겨져 있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아본 사람은 그 마음을 모른다며 이유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하고자 이러한 소설을 쓰게 된 것이다.


세상에는 이유도 없이, 가당치도 않은 이유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많다. 그 피해가 삶의 영원한 상처로 남기도 한다. 특히 요즘 그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가족을 잃고, 잘못하지 않았는데 씻지 못할 상처가 생기는 사람들 말이다. 작년에 볼 때와는 색다른 감정들이 더 풍부하게 다가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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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림자 없는 남자를 살리기 위해서 이를 현실로 만드는 와이트 히스만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자신을 다시 일어나게 만든 그런 애착 소설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며 비난의 대상이 되니 이를 막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방안을 강구하다가 결국 이런 선택을 한 것같다.


이 선택은 결국 사회의 잘못 아닐까. 그는 어릴 때 어머니를 살인사건으로 잃는다. 너무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된 그를 달래준 건 유일하게 그 소설 한권뿐이었다.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가 용서를 빌면서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법이 지켜줘야 할 자신과 같은 약자들은 두려움에 떨며, 모순적이게도 법은 정의를 대변하지 않는다. 법이 오히려 가해자들을 보호해준다고 생각하며 온갖 무서움과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한 줄기 희망처럼 다가온 것은 그 <그림자 없는 남자> 소설이었다. 그렇기에 더 애착이 컸을 것이다.


이런 사실에 너무 마음 아팠다. 어린아이가 보호받지 못하고 결국 의지할 수 있었던 것이 책이라는 것. 우리 사회도 이런 이야기들이 존재할 것 같았다. 그 소설에 의지하며 살다 보니 결국 픽션과 논픽션을 구분하지 못하며 자신의 신념대로 정의를 구현한 것같아 그가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런 그를 보며 힘들어하는 작가 그레이 헌트도 너무나 슬퍼보였다.


둘이 마음을 다지며 신문에 연재할 소설을 편집하는 모습을 담은 넘버들은 굉장히 경쾌해서 보는데 재미있었는데 이런 행복한 모습을 봐서인지 후반으로 가면서 갈등이 폭발하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굉장히 큰 반전이 있는 작품이고 담긴 메시지도 우리에게 주는 것이 많은 극이다.


현실의 삶이란 때때로 한편의 소설보다 소설 같으며, 한사람은 하나의 이야기로 남는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하나의 이야기로 남길 원한다. 이 이야기는 내가 간직하게 된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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