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한다고 하면 가장 처음 듣는 말 중 하나가 힘든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예술가' 하면 상업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보다 대체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열정을 쏟아내고 있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예술에 있어 돈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움 속에서 명작이 탄생한다는 말도 있지만 창작에 있어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져야 작가들이 창의력을 꽃피울 수 있고 예술로 진입하려는 사람 또한 늘어날 것이다.

오래 전부터 예술계에서 이런 안정적 기반을 해왔던 돈줄에는 후원 제도가 있었다.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이 가장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15~16세기 피렌체 공화국에서 가장 유력하고 영향력이 높았던 시민 가문이며 공화국의 실제적인 통치자였고 학문과 예술을 후원하여 르네상스시대가 피렌체에서 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던 메디치 가문은 예술가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유명한 작가들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모두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통해 오늘날 거장으로 불리는 예술가가 될 수 있었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은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큰 이익이 되었다. 뛰어난 안목으로 뛰어난 예술가들에게 투자를 함으로써 큰 명성을 얻게 되었다. 메디치 가의 코시모 데 메디치는 여러분야의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희귀서적 소장에 힘써 피렌체의 발전에 기여한 공헌을 인정받았고 사후 시민들로부터 국부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다.

오늘날에 메디치 가문은 없지만 예술가들을 후원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정부의 정책, 프로그램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사업,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이 있다. 앞의 두가지 방법은 개인이 자신의 안목으로 예술가를 선정해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단체에서 여러 과정의 논의를 거친 후 진행되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시간과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많이 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의견에 따라 원하지 않는 작가나 프로젝트를 후원하게 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에 비해 크라우드 펀딩은 이미 해외에서 자금 조달 방법으로 활발하게 사용되는 방법으로, 주로 온라인 상에서 작가가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기획과 필요 금액을 설정해서 올리면 투자자들이 원하는 금액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기부나 후원이 아닌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투자자는 자신의 안목으로 프로젝트를 보고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면 만기기간에 약정된 이자율, 수익률에 의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크라우드 펀딩은 크게 두 가지 종류를 띄는데, 투자한 돈을 제품으로 돌려주는 '리워드형'과 투자한 금액에 정해진 기간 동안 이자를 붙여 돌려받는 '투자형'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이기 때문에 사전에 관련 정보를 꼼꼼히 살펴본 후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가의 자질을 알아보는 안목으로 막대한 부뿐만 아니라 명예도 얻을 수 있었던 메디치 가문. 메디치 가는 예술가를 후원하며, 그 누구보다 작가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긴밀하게 오랫동안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대의 예술 투자 방식에 발맞춰 나의 안목으로 예술가의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보다 깊게 작품에 빠져들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