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빠와 단 둘이 떠난 괌 여행

글 입력 2019.04.2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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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아빠와 단 둘이 여행을 간다. 엄마가 휴가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기억하는 아빠는 가부장적이고 무서운 모습이었다. 그런 아빠와 유난히 자주 부딪혔던 나는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야 닮기 싫은 아빠의 모습까지도 꽤 많이 닮아버린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빠이기 이전에 한 성인으로써 아빠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IMF가 터지고 가정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아빠는 일적으로도 가정 내에서도 꼼꼼하고 엄격해지셨던 것이다. 아빠의 성향을 빼다 닮은 내는 이제 뒤돌아 그 상황을 상상하기만 해도 답답함이 조여 온다.


그런 아빠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섞여 일거리가 줄어들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아빠의 빈 시간을 오랜만에 채워드리고 싶었다.



 

괌에 가다


 

괌에 간 이유는 그냥 아빠가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해서이다.


깨끗하고 예쁜 바다를 기대하신 것 같다. 꽉 찬 이틀의 일정을 계획했다. 저렴한 차와 호텔을 예약했다. 숙소 자체는 예상보다 훨씬 대만족이었다. 넓고 깨끗했다.


휴양지니 만큼 조금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아빠는 휴양지에서도 느긋해지지 못하셨다. 함께 오지 못한 엄마와 동생에게 미안해했고, 서울에 남겨둔 일이 신경 쓰이신 모양이었다. 이 짧은 일정도 맘껏 즐기지 못하는 아빠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아마 내가 비싼 호텔과 식당, 렌터카를 예약했더라면 더 맘이 편하지 않으셨을 거다. 나는 돈을 더 쓰고 싶었지만 아빠는 돈을 더 아끼고만 싶어 하셨다.



 

투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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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에서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인 투어를 예약했다. 남부 지역 바다를 배를 타고 들어가서 돌고래도 보고 스노클링도 하고 참치회도 먹는 투어다. 바다에 사는 돌고래를 직접 본다는 게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바다 한 가운데에서 스노클링을 하는데 아빠와 함께 바다에 들어 간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여서 그 또한 새로웠다.


어릴 적에는 물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바다로 여행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 날도 엄마는 바빠서 함께 하지 못했었는데 나와 동생이 바다 속에서 수영하며 놀고 있을 때 그 당시엔 스마트 폰도 없던 아빠는 무엇을 했었을까 싶다. 나이가 들면서 물을 좋아 했던 나도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면 모래가 묻고 다시 씻고 화장 하는 게 귀찮아서 꺼리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뛰어들고 나니 어린 시절도 돌아간 느낌이었다.


상상이 잘 되지는 않지만 아빠도 어린 아이였던 때가 있었겠지. 여행은 무심코 지나치는 사실들을 일깨워 주는 힘이 있는 거 같다.



 

함께 하기


    

사실 여행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낯선 공간에서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은 표현이 어색한 부녀사이의 끈끈함을 더해주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아빠와 단 둘도 좋았지만 다음엔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점점 더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게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따로 또 같이. 이 균형 잡힌 시간들이 나를,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시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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