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혼자서 행복하게 [기타]

글 입력 2019.04.19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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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아니 어쩌면 혼자 있을 수 없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항상 누군가와 함께 하는 생활을 했다. 학교에서는 매 순간 친구들과 함께했고, 집에서는 언제나 가족과 함께했다. 심지어 동생과 같은 방을 쓰며 잠을 자는 순간에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여러 사람들과 북적북적 살아가는 삶이 좋았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되던 해,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되면서 나는 혼자 자취를 시작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의 작은 자취방에서 혼자 잠들던 첫날의 차가운 공기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설렘도 있었지만, 두려움과 외로움이 더 크게 밀려왔다. 외딴곳에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아 무섭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은 혼자일 것 같은 대학생활이 시작되었다.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과 혼자 있기 싫은 마음으로 인해 나의 자취방은 목욕탕과 같은 용도로 전락했다. 아침부터 나가서 밤늦게야 들어가는 날이 많았고, 그것도 모자라 밤새워 작업을 하기도 했다. 할 일이 없는 날에도 많은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즐기며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조금씩 혼자 보내는 시간이 생겼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잠에 들기 전, 아무런 약속이 없는 주말에 나는 혼자였다. 처음 집에 혼자 있었을 때에는 조용한 방안이 어색해서 노래를 틀거나 TV를 켜두었다. 밖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에는, 괜히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쭈뼛거리기도 했다. 좋아하는 영화나 공연 등을 즐기고 싶어도, 함께 갈 사람이 없을 땐 포기하곤 했다.


이렇듯 무엇이든 혼자 한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않았던 내가, 혼자인 것이 어색하기만 했던 내가 지금은 프로 혼자족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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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봤던 뮤지컬 일부


혼자인 것을 어색해하며 대학교 1, 2학년을 보내고 3학년이 되면서 혼자인 시간이 급격하게 늘었다. 대학 동기들은 군대로, 해외로 다들 흩어졌고,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던 학회나 동아리도 졸업했다. 혼자 강의를 듣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점차 혼자서 하는 것들이 익숙해졌다. 심심한 저녁에는 혼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기도 했고, 고된 밤에는 혼자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했던 것들을 조금씩 혼자 해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뮤지컬을 마음대로 봤고, 코인 노래방에 가서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불렀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서 하는 것들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혼밥, 혼술, 혼영, 혼공은 물론이고 혼자 여행도 떠나고, 혼자 페스티벌도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취향을 존중할 수 있다. 남들과 일정을 맞추고 약속을 잡지 않아도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내가 먹고 싶은 것, 내가 보고 듣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자연에 귀 기울이고, 멋진 풍경을 만나면 하염없이 멈춰 서있을 수도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게 있을 수도, 터무니없는 상상이나 깊은 사색에 빠져 허우적댈 수도 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이 별로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나에게 잠겨서 나만을 생각할 수 있는, 혼자인 시간도 소중할 뿐이다. 앞으로도 나는 북적북적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 이따금씩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아주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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