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채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 도서 '매일매일, 와비사비'

글 입력 2019.04.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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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마치 불안증이라는 병에 시달리는 듯 했다. 4학년이라서, 취업 준비생의 신분으로 들어서야 할 때가 와서 그런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는 쉬는 시간일 뿐이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결코 마음이 편한, 진정한 휴식은 아니었다.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쉬고 있을 만한 시기가 아닌데. 내가 뒤쳐지면 어떡하지. 머리 속에는 걱정과 근심이 가득했고 마음 한 켠에는 불안함이 항상 자리를 꿰고 있었다.


잡다한 생각 없이 오로지 나에 집중하고 온전한 휴식을 가진 시간을 가졌던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행복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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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쫓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아졌다. 자신을 과시하는 어떠한 큰 것에 소비하는 것보다 하루의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하나의 트렌드였다.


이러한 생활적인 흐름은 와비사비가 이만큼 대두하게 된 것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빨리 빨리를 외치고 진득한 생각보다는 빠른 판단과 행동을 강요받는 지금,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해결책으로 등장한 개념들이었다.


책을 읽고도 개념을 명확히 말하기 어려운, 이 책의 저자 또한 정의하기 어려웠던 와비사비는 이런 시대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채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는 부제목부터 그 주제를 뿜어내고 있다.


맹목적인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향해 무조건적으로 달려나가는 삶이 아닌 현재 나의 것에 대해 둘러보게끔 한다. 마치 앞만 보고 뛰어야 하는 질주가 아닌 주변 자연을 보며 걷는 산책의 개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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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마음가짐과 시선에 따라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조언은 수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말대로 안되는 것이 마음이더라. 자꾸만 마음의 여유를 잊어버리고 다급함만 남는 일이 십시일반이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러한 경향이 바로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삶을 되돌아보게끔 하며 조금씩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말들이었다. 나를 되돌아볼 시간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변화의 폭은 더 클지도 모른다.


얼마 전, 문화에 관련된 책을 접했었다. 동서양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잘 설명되어 있는 책이었는데, 와비사비에도 이러한 개념이 중요하게 반영되어 있었다. 일본에서 시작된 단어, 와비사비는 마치 자연과 닮아있다. 흘러가는 것에 순응하며 자연의 시계를 따라가고자 한다.


마치 계절이 변할 때 몸이 휴식을 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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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을 좋아한다. 스타일적으로나 생활 습관으로나 심플함은 또다른 아름다움을 창조해낸다고 생각한다.


사실 책의 초반을 읽으며 “미니멀리즘과 비슷한 것 아닐까?”라고 혼자 생각했다. 미니멀리즘이 더욱 내게 익숙한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곧 저자는 이에 반박했다.



“미니멀리즘이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는 있지만, 미니멀리즘 또한 또 다른 형태의 완벽함이 될 수 있다. 자신을 자책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 매일매일, 와비사비 中



이 파트를 읽은 후 나는 탄식을 내뱉었다. 깨닫음과 동의가 더해진 것이었다. 미니멀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보이는 것의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은근한 노력이 들어갔음을 느껴본 적도 없었다. 마비되었던 것 같은 생각이 현실을 바라보게끔 했다.


 


현재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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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삶의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행복은 매우 잠시 느껴지는 감정이며, 곧 고통과 인내가 뒤따라오는 것을 몸소 깨닫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서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서 내 삶의 최종적인 행복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한창 던졌었다.

 

내 고민을 들은 친구는 이렇게 조언해주었다.



“삶의 이유를 굳이 찾으려고 하지마. 그렇게 따지고 들어가면 결과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 뿐이야. 당장 행복한 것들에 집중하자. 하루하루 행복한 일이 생기면 그게 이유가 되는거야”



친구는 와비사비라는 개념을 알까. 아마 그녀가 이 책을 본다면 고개를 끄덕이며 휙휙 넘겼을 지도 모른다. 그녀 마음 속은 이미 와비사비이다.


책을 덮었을 때는 운좋게도 본가인 영종도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종도를 향해 가던 지하철 안이었는데, 정말 우연히도 내 옆에는 스님이 앉아 계셨다. 영종대교를 지나갈 즈음 눈앞에는 창문 너머 바다가 원활히 펼쳐졌다.


덕분에 자연을 느끼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연습이 책을 덮는 즉시 이루어졌다.



[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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