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연극 [7번 국도], 피해자다움, 4월 16일

피해자다움에 대한 직시
글 입력 2019.04.16 05:0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7번국도_포스터_최종_190312.jpg
 

누군가를 규정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되기도 하지만 상대를 오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은 특정 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층위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우리 학회의 부회장이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일개 학생사회에 관심이 부족한 8학기자이고, 아트인사이트의 필진이면서 취업을 걱정하는 흔한 밀레니얼 세대 중 한 명이다. 이렇게 다양한 방면으로 스스로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면 서로에 대한 오해는 줄고 낙인도 줄어들테지만 이러한 과정에는 정성과 시간이 담긴 사고가 필요하기에 대부분 우리는 상대의 대표적 이미지로 상대를 규정짓곤 한다.


윤지오인터뷰.png
(사진출처 : JTBC 뉴스룸)


그리고 그 중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것이 피해자다움에 대한 규정이다. 얼마 전 고 장자연 리스트의 마지막 증언자라고 알려져있는 윤지오 씨의 경찰 상담 내용 중 대중들의 분노를 야기한 부분이 있었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윤지오 씨는 키가 크기 때문에 토막살인을 당하기도 어렵고 그러니 위험에 처할 상황은 드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피해자는 꼭 작고 가녀려야하는 걸까?

뿐만 아니다. 윤지오 씨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자신의 생명보호를 위해 라이브 방송을 켜고, 자살할 의지가 없음을 공적 효력이 있는 문서로 남기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동시에 자신의 뜻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은 피해자, 혹은 어디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사람이 취할 태도가 아니라며 윤지오 씨를 나무랐다.

유죄다(오마이뉴스).jpg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조금 더 전으로 가보자. 안희정 전 도지사와 김지은 전 비서의 이야기다. 김지은 씨는 성폭력을 당한 이후에도 이모티콘을 쓰고, 평소처럼 안 지사를 대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를 규정하는 것은 피해사실이지 피해자의 태도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둘을 흔히, 종종, 헷갈린다. 그러다보니 피해자의 피해 사실 보다는 피해자의 태도에 집중하며 논점을 흐리게 된다.





7번국도_연습사진_(c)이강물 (3).jpg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리는 올해의 시즌 프로그램 <7번 국도>는 삼성 백혈병과 군 의문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피해자다움에 대해서 살펴본다. <7번 국도>는 2017년 남산예술센터 ‘초고를 부탁해’에서 처음 발굴돼 2018년 ‘서치라이트’ 낭독공연 등 2년간의 작품개발 과정을 거쳐 2019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선다. 인물과 서사의 구축이 탄탄한 극작가 배해률과 연극이 사회적 참사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지 고민해 온 연출가 구자혜가 함께 한다.

이 작품은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건과 군 의문사 사건을 다루면서 길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현실로부터 출발한 허구 속 인물이지만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죽음만큼은 사실과 다름없다. 또한 피해자들은 극 중에서 서로 연결되지만, 그 연결의 순간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사건의 양상이나 본질이 다를뿐더러 피해자들을 쉽게 연결시켜 무책임하게 삶을 아름답게 그리거나 사건의 무게를 증폭시키지 않는다.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 피해자 가족의 사이, 피해자끼리 등 피해 집단의 여러 층위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갈등은 무시되고, 소위 통칭의 피해자로 단순화시켜 ‘피해자다움’을 강요받는다. 공감과 혐오가 뒤섞인 우리 사회의 이런 통념은 그 너머를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이 작품은 각기 다른 5명의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과 충돌, 변화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피해 집단 사이의 균열을 슬프거나 아름답게 바라보지 않는다. 이를 통해 당사자 사이의 문제를 당사자만의 문제로 한정시키지 않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임을 투영한다. 통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전형성을 탈피해 나가는 것, 즉 우리가 그리고 연극이 피해자를 직시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7번국도_연습사진_(c)이강물 (6).jpg
 

우리는 피해자가 성인이 되길 바란다. 피해자에게는 도덕적 결함이 조금도 없기를, 그래서 그는 추앙받으며 신격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우리의 입맛에 맞는 서사가 완전해지기 때문이다. 악인에게 당한 무고하고 순결한 피해자. 하지만 여기서 피해자는 철저하게 수동적인 존재가 되고 사람들의 선의와 호의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된다. 피해자다움은 개인의 능동성과 주체성을 앗아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사실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문제에 온전히 개인만의 문제는 없다. 우리 사회는 대부분 같은 모습의 피해자들을 양산해냈고, 이에 맞지 않는 피해자를 본다면 이질감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질감으로 인한 거부감은 해소되어야한다. 다름이 혐오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되며, 잘못된 관습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
30601614_181523529163809_4683324324872978432_n.jpg
2019년이다. 다시 4월 16일이 돌아왔다.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재난과 상처에 대한 트라우마를 남긴 이 사건을 우리는 어떻게 계속 기억해야할까. 피해자들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연극을 통해 답을 찾고 싶다. 피해자다움에 대한, 나조차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스스로의 인식을 깨부술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시놉시스


강원도 속초, 7번국도 위.
동훈의 택시에 군복을 입은 주영이 오른다. 
그는 얼마 전 공장에서 일하다 죽은 초등학교 동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그 동창의 죽음을 두고, 주영은 안 좋은 소리만 늘어놓는다. 
이 낯선 군인 아저씨의 말을 듣고 있는 동훈은 바로 그 죽은 초등학교 동창의 엄마다.

동훈은 오늘도 경기도 수원의 공장 앞 1인 시위를 위해 집을 나선다.
하지만 남편인 민재는 동훈을 막아서고,
시위에 함께했던 용선은 피켓을 내려놓는다.

주영이 동훈의 택시에 다시 오른다.
이 낯선 택시 기사님은 주영에게 말한다.
이제 시위 나가는 것을 그만뒀다고.
때가 됐나 보다고.



*배리어 프리 공연


4.17.(수) 19:30 공연과 4.28.(일) 15:00 공연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과 수어통역,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이 제공됩니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휠체어석은 모든 회차 가능합니다. 

★통역 서비스 안내 
① 문자통역: 무대 위 중앙에 자막 제공 
② 수어통역: 무대 곳곳에 배치 
③ 음성해설: FM 수신기 제공 (데스크에 신분증을 맡긴 후 이용) 

★좌석안내
① 청각장애인: 모든 좌석에서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전 좌석 가능) 
② 시각장애인: 배우의 호흡과 움직임 등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A/B/C구역 2열을 우선 제공합니다. 
③ 지체장애인: B구역 10열(맨 뒷줄)에 휠체어석이 있습니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휠체어석은 모든 회차 가능합니다. 
단, 리프트 이동을 위해 전동 휠체어에서 일반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예매방법 
① 청각장애인: 홈페이지 직접 예매 또는 문자예매
※문자예약 시 예약자의 성명, 관람회차, 관람인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② 시각장애인: 전화예매
③ 지체장애인: 전화예매

★티켓가격: 정가 30,000원에서 50% 할인하여 15,000원/인 
※본인 및 동반 1인까지 할인 가능, 복지카드 등 지참 필수



*작가 소개 (배해률)


2016년 10분희곡릴레이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극작 분야 연구생으로 선정되어, 올 4월 <7번국도>와 더불어 신작 공연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



*연출가 소개(구자혜)


여기는 당연히, 극장에서 글을 쓰고 연출을 하고 있다.

<대성당> <타즈매니아 타이거> <셰익스피어 소네트> <가해자 탐구_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 <그로토프스키 트레이닝> <킬링타임>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외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


우리가 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질문, 그리고 연극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젊은 작업자들의 협력체이다. 여기는 당연히, 극장은 앞으로도 연극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생산하고 배치하는 작업을 기쁘게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움직임이 동시대의 현실과 환상에 조응하며, 다른 한편 그것을 기꺼이 내파 할 수 있는 힘으로 생동하기를 바란다.



■ 공 연 명 : <7번국도> 
■ 기    간 : 2019년 4월 17일(수) ~ 4월 28일(일) (월요일 공연 없음) 
■ 시    간 : 평일 오후7시30분 / 토・일 오후3시 
■ 장    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 부대행사 : 관객과의 대화 4월 20일(토) 15시 공연 종료 후 
■ 주    최 : 서울특별시
■ 주    관 : 서울문화재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 
■ 제    작 : 남산예술센터, 여기는 당연히, 극장
■ 관 람 료 : 전석 30,000원 / 직장인할인 24,000원 / 청소년・대학생 18,000원 / 복지할인 15,000원 
■ 관람연령 : 만13세(중학생)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 90분(예정)
■ 출    연 : 권은혜, 박수진, 이리, 전박찬, 최요한 
■ 스 태 프 : 작 배해률, 연출 구자혜, 무대 장호, 조명 김형연, 사운드 목소, 의상 우영주, 조연출 및 음향오퍼 류혜영, 자막오퍼 김효진, 조명오퍼 윤지영



[김나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