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빅토리아 윌리엄슨 -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음악, 우리 삶이 닿는 곳 어디에나 있는 것
글 입력 2019.04.1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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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빅토리아 윌리엄슨 지음



나의 온몸이 기억하는 음악


수년 전, 나는 5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에 미쳐 살았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내 친구들, 우리 학교에 있던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그 아이돌 그룹에 미쳐있었다. 한 반에 ‘○○부인, □□마눌’이 여러 명이던 시절이었다.

당시 지방의 학생 신분이었던 나는 강제로 안방 1열 팬일 수밖에 없었다. 참 억울했지만 ‘꼭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서 당당하게 오빠들을 볼 것이다’ 마음먹고 공부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무사히 진학했지만 대학에 들어가기도 전에 그 아이돌 그룹 다섯 명의 모습은 영영 다시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나의 지고지순했던 사랑은 강제 종료 당한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어느 순간 ‘탈덕’해버렸다.

그런데 종종 사람들은 추억에서 힘을 빌려와 다시 씩씩하게 살아갈 힘을 만들어내지 않나. 나에겐 최근 몇 달 동안 추억의 힘이 절실했다. 우연히 유튜브를 돌아보다 웃긴 동영상으로 내가 좋아하던 그 아이돌 그룹의 과거 무대 영상을 접하게 됐다. 그 영상을 시작으로 웬만한 영상들을 다 섭렵하곤 ‘추억 팔이’를 시작하게 됐다. 과거를 돌이켰을 때 내 추억 속에 애증의 그 아이돌 그룹이 항상 끼어있었다. 거의 10년 만에 음악 스트리밍 어플에 그 아이돌 그룹 이름을 검색했다. 앨범 별로 타이틀곡들만 골라서 듣다가 참을 수가 없어졌다. 꽤 충동적인 행동이었지만, 나는 코인 노래방에 갔다.

천 원권 열 장을 기계에 넣고 미친듯이 그 아이돌 그룹 노래 전곡을 계속해서 불렀다. 부르다가 문득 소름이 끼쳤다. 탈덕을 한 지 오래라 멜로디 라인도 박자도 명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데, 내 몸이 저절로 자연스럽게 노래를 ‘뽑아내고’ 있던 것이다. 각 멤버들의 애드리브부터 수록곡들과 해외에서 발매된 곡들까지도! 탈덕 후에는 숨어서조차 듣지도 않던, 그야말로 내 기억의 저편으로 미련 없이 훌쩍 넘겨버린 곡들인데 내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심지어 친구들과 함께 장기자랑을 한답시고 준비했던 춤은 어째서인지 내적 댄스로 그치지 않고 외적 댄스로까지 뿜어져 나왔다. 동작은 부정확했지만 포인트가 되는 부분들은 징글맞게도 놓치지 않았다. 추억의 힘이 그렇게 세다더니. 어쩐지 조금은 무서워졌다.

그렇게 지겨울 정도로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고 나니 다시 몸에 힘이 솟았다. 그때 이 음악을 즐겨 듣던 학창 시절의 에너지를 다시 그대로 옮겨온 것 같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삶에 치여 깜빡 잊었으나 애초에 내가 내 안에 가지고 있던 열정이기도 했다. 물론 신체 에너지는 그때에 비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지칠 때에 종종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가장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절을 돌아본다. 그렇게 새롭게 힘을 얻고 기운을 충전한다.



노동요야 나의 일을 부탁해


지옥의 과제 시즌이었다. 친구와 도서관에서 프로젝트 발표를 위한 PPT를 만들고 있었다. 한참을 작업을 하다 보니 이미 동틀 시간을 바라보는 때였다. 며칠 내내 밤을 새워서 좀비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커피나 카페인 음료는 이미 실컷 들이부은 터라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마시면 속에서 그대로 뭐라도 치솟을 것만 같았다. 다른 방식으로 신체에 활력을 줄 필요가 있었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 넋이 나가서는 기계처럼 마우스만 깔짝이고 있는데, 친구가 내 몰골을 보다가 메신저로 유튜브 링크를 보내왔다.




반신반의하며 노래를 들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지쳐서 얼굴 근육조차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일부러 배속을 더 높인 댄스 음악을 들으니 갑자기 웃겨서 웃음이 터졌다. 더더욱 이상한 일은, 노동요를 듣기 전에도 ‘이보다 더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노동요를 들으면서 작업을 하니 몇 시간을 질질 끌던 일들이 순식간에 착착 제자리를 찾아가듯 작업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사히 PPT를 완성하고 아침 해가 빵끗 떠오를 때쯤 드디어 귀가했다. 사실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겨우 귀가할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엄청난 수확인 셈이다. 나중에 친구들에게 이 경험을 털어놓으니 다들 눈을 둥그렇게 뜨곤 말했다.

‘나도 급하게 완성해야 하는 작업물 있었는데
그거 듣고 2시간 안에 끝냈잖아!’

‘나 요즘 운동하는데 그거 들으면서
사이클 타면 시간 엄청 빨리 가더라.’

물론 반례도 있긴 있다. 레포트 과제를 빠르게 끝내기 위해 노동요를 듣던 친구의 사례다. 일단 제시간 안에 끝내기는 끝냈으나, 정신없이 써 내려간 글이다 보니 퇴고하는 과정이 고역이었다고 한다. 여러 사례와 그리고 유튜브 댓글 내용들을 종합하여 볼 때 단순 반복 작업에는 이 노동요 플레이리스트가 개개인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음악, 우리 삶이 닿는 곳 어디에나 있는 것


음악과 나의 삶, 이렇게 두 가지를 동시에 떠올렸을 때 기억에 가장 먼저 떠오른 최근의 에피소드를 글로 옮겨보았다. 가장 먼저 또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 에피소드를 추려내긴 했지만, 음악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심지어 이 글을 쓰는 순간조차도 자꾸만 새롭게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하여 쓰고 싶은 내용이 자꾸만 튀어나온다는 사실은 그만큼 내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수많은 음악과 함께 살아왔다는 증거일 것이다. (비단 이런 경험은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

도서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에서는 이처럼 우리가 음악과 관련하여 흔히 겪을 수 있는, 혹은 우리의 경험에서 음악이 문득 연결 지어 떠오르는 경험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그동안 궁금해했던 음악과 관련한 인간 신체와 정신의 메커니즘에 대한 정보들을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앞서 길게 설명한 나만의 에피소드들을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통해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음악은 내 인생 그 자체. 음악만이 내 구원. 이렇게 음악을 추앙하거나 신성시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나는 음악이 내 인생에서 절대로 제외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안다. 내 인생의 전부가 음악은 아니겠지만, 나에게 음악은 내 인생의 재미있는 파트너로서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와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나와 함께 할 것이다. 음악에 대한 생각이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늘 내 곁에 있는 파트너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은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웠으니 말이다!

*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 음악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지은이
빅토리아 윌리엄슨

옮긴이
노승림

출판사
바다출판사

분야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이야기

규격
138*213mm

쪽 수
336쪽

발행일
2019년 2월 28일

정가
17,800원

ISBN
979-11-89932-00-8 (03670)


도서 소개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는 음악심리학을 배경으로 인간 발달심리를 설명한다. 태아기, 유아기, 아동기, 성인기를 거쳐 노년기 치매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생애주기에 음악이 미치는 영향력을 차근차근 안내한다. 또한, 그 시기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음악적 선입견에 대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반박한다. 인간이 음악적으로 태어난 이유, 음악과 IQ의 연관성, 기억력 장애(치매 및 알츠하이머, 뇌 손상 등), 스트레스, 우울증은 물론 여러 감정 반응에 대한 음악의 영향력을 다루며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음악과 관련된 궁금증을 낱낱이 파헤친다.




[심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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