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삐삐 할머니가 포근히 안아주는 동화 [도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난 뭐든지 할 수 있어』를 읽고
글 입력 2019.04.1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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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말썽쟁이

빨간머리 삐삐를 기억하나요?



학교 책상에 다리를 죽 뻗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수업을 듣는 아이. 주근깨가 콕콕박힌 귀여운 얼굴로 말을 번쩍 들어올리는 여자아이. 어릴 때 나는 삐삐를 보면서 정말 말괄량이야.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른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로 커야 한다는 생각과 다르게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삐삐를 보며 참 좋아했었다.


삐삐는 나에게 마치 그렇게 해도 된다는 듯이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런 삐삐를 만들어낸 할머니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집 『난 뭐든지 할 수 있어』에서는 아이들의 시각으로 아이들만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스웨덴 아이들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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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동화책은 따뜻한 감동이 있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에는 즐겁고 아기자기하게 풀어내다가 마지막에선 주인공들의 기분이 어떨까 마음깊이 생각하게 된다. 별로 대단하지 않은 평범한 아이들이 훼손되지 않은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행동하여 더 잔잔한 감동이 있다.


이 책 속 주인공들은 감정을 삼키고 타인을 먼저 생각하여 행동하는 아이들이 아니다. 무언가 자기만의 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어른들에게, 또래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나는 이러한 주인공이 마음에 든다. 또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신해 이런 주인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서사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풍부하고 다양한 서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대단하다. 「귀염둥이」 속 에바는 감자가루 심부름으로 폭풍우 속을 거친다. 온몸이 흠뻑 젖고 아끼는 인형들이 젖은 것을 보며 슬프게 울부짖는다. 독자들이 에바의 곁에서 계속 붙어 다니며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우리는 에바를 마음 아프게 여길 수밖에 없다.


아파서 누워있는 엄마, 이모들과 베리트에게 겪는 수모들, 폭풍우치는 심부름길, 피아, 리사 인형의 엄마가 된 에바. 이러한 상황들로 이모들과 베리트에게 지옥에나 떨어져 버리라고 소리 지르는 에바는 마음에 깊게 새겨진 자국이 더 이상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마음에 집중하여 이야기 내내 아이의 눈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야기를 끝맺는다. 「벚나무 아래에서」를 보면 안네가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간다. 내용 속에서도 아줌마는 청자의 입장이 된다. 안네의 이야기로 아줌마를 빠져들게 만들고 마지막에는 아줌마가 떠나고 안네가 혼자 남아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엄마의 그리움을 상상 속 벚나무로 추억하는 것이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 중 가장 비현실적이고 아름다웠다.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서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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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뭐든지 할 수 있어!


 

내가 가장 재밌게 읽은 작품은 「난 뭐든지 할 수 있어」다.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전나무를 로타가 얻고 뿌듯해하는 것을 보고 나는 로타에게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 언제나 엄마 아빠에게 나의 자랑스럽고 멋있는 모습,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자라왔던 나의 모습을 떠올렸고, 그렇게 해냈을 때 결국 행복한 사람은 나라는 것을 크면서 알게 되었다. 로타는 아마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제목과는 다르게 로타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다(그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로타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스키 활강에 매달리지 않고 경사가 낮은 정원에서 스키활강을 즐긴다. 아주 낙천적이다. 또 마지막에서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물론 스키활강을 할 수 없는 건 분명하지만!” 이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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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삐삐와 수많은 동화 속 아이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즐거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던 린드그렌은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한다. 다른 동화들처럼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교육하기 위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계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이 아닐까.


자신의 어릴 적 기억속으로 가기 위해 꾸준히 글을 썼던 린드그렌. 나 또한 동화를 읽으며 계속 어린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내 마음속 작은 아이는 계속해서 더 성장하는 중이다.

 

 

[김혜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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