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극복할 수 있을까.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자기혐오를 다룬 음악 3곡

극복하려는 의지와 냉소적인 자조, 그 사이에서 헤매는 당신이 공감할 노래
글 입력 2019.04.1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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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혹은 지금의 내 처지가 너무나도 싫어서 지독한 자기혐오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런 모습들이 외부로 표출될 때도 있었지만, 내 못난 모습을 남에게 티 내는 것은 더 못난 모습임을 알게된 이후로는 행여라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 못난 모습들이 새나갈까 싶어, 아예 나에 대한 언급 자체를 줄이기도 했다.


또 어떤 때는 사람들과 무리 없이 즐거워하며 대화하고 일상생활을 했지만, 머릿 속은 내 부족한 점으로 꽉 차서 많은 순간을 남의 것으로 채우기 급급했다. 하지만 그렇게 자기혐오에 빠지면 내 정신건강을 헤치게 되고, 결국 그 모든 소모적 행위가 내 발전에는 큰 걸림돌이 될 거라는 걸 ‘이성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극복하려고 애썼고, 애쓰다 보면 또 무던해져 자기혐오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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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자기혐오


 

자기혐오는 지속해서 찾아왔다. 스스로 부족한 점이 보여서 그 부분을 개선하고 나면 또 다른 부분이 보였다.


문제는 부족한 점이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여러 방면에서 발견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수없이 많은 MEME(밈)을 만들어내는 SNS 속에서, 셀럽을 비롯한 타인의 일상을 관음하는 행위는 타인의 삶을 보는 그 짧은 몇 초의 순간과 동시에 나를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게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남들과의 비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 <프레임>의 저자 최인철 교수가 저서에 남긴 말



알지만, 쉽지 않다.




무의식적 자기혐오의 반복과 타고난 결점


 

그렇게 누적된 타인과의 비교는 마치 AI의 딥러닝 체계처럼 인간이 스스로 개선해나가도록 만들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개선의 요구범위가 너무 넓고 빨라서 평생 배우는 존재라는 인간의 속도를 초월하며, 진짜로 내가 바라는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사람을 혹사 시킨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자기혐오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에 나올법한 이전 세대들의 자기혐오와는 또 다른 양상인듯하다. 마이클 폴란 버클리대 대학원 교수의 말처럼 끊임없는 저항과 정복의 혼돈 속에 자리한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자기혐오를 반복한다.


그래도 비교를 하던, 포기해버리던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결점은 그나마 희망적이다. 더 큰 문제는,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타고난 결점이다. 이 타고난 것들이란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인데, 타고난 것들을 품지 못하면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 채 영원히 스스로를 갉아먹는 치부로 남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 타고난 것들은 수많은 타인의 결 속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일 때가 많다. 타고난 것은 바꿀 수 없다는 심리적 박탈감 속에서 유랑자들은 나아질 방법을 몰라서 더욱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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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할 뿐



그래서 지금을 사는 이들의 자기혐오를 다룬 음악들을 공유하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 나조차도 아직 꾸준히 찾아오는 자기혐오를 온전히 끝낼 방법을 모르니까, 책임질 수 없는 긍정의 말로 결론 내리고 싶지는 않다. 단지 이런 모습들이 동시대 세대들의 단면이 아닐까 하고, 타인의 자조적 이야기에 공감할 뿐이다



*

1. 프라이머리(Feat. Essence) - 독


 

이센스의 곡이기도 한 이 노래는 이센스 본인이 밝히길, 심적으로 많이 망가져 있고 스스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을 때의 노래라고 한다. 극복하려는 의지와 자기혐오가 뒤섞여 얼룩진 그의 자조가 담겨있어 더욱 공감이 간다.


용기 내는 것만큼
두려운 게 남들 눈이라서
그 꼴들이 지겨워서 그냥 꺼지라 했지
내 믿음이 이끄는 곳 그 곳이 바로
내 집이며 내가 완성되는 곳


어떤 누구보다 내가 싫어하던 그 짓들

그게 내 일이 된 후엔 죽어가는 느낌 뿐

다른 건 제대로 느끼지 못해

뒤틀려 버린 내 모습 봤지만

난 나를 죽이지 못해



급히 따라가다 보면
어떤게 나인지 잊어가 점점
멈춰야겠으면 지금 멈춰
우린 중요한 것들을 너무많이 놓쳐



*

2. Billie Eilish - idontwannabeyouanymore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는 빌리 아일리시의 이 노래는 냉소적이고도 침잠하는 자기혐오의 이야기를 나지막이 읊조린다. 어둡고도 날 것의 감정이 몽환적이고도 느린 비트의 멜로디와 어우러져, 한없이 나약해지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남아 한동안 떠나지 않는다.



손, 차가워지고
감각을 잃어간다는 건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는 망가진 틀로 만든걸까?
상처, 털어버릴수 없어 우리는 매번 실수를 하고
너만이 내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알지

 

나는 네가 되고 싶지 않아




*

3. Lorde - Liability


 


3년 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로드의 17년 신곡인 이 곡은 많은 이들이 단순히 연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이의 내면을 표출한 노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로드 자신도 밝혔듯 많은 포지션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며 복잡한 감정 속에서 자신을 탓하는 노래다. 이 곡에서 은유적으로 드러난 자기혐오의 정서는 불안함과 혼란함을 쏟아내기보다, 오히려 가슴 속에 하나씩 쌓아두는 느낌이다.



사랑에 빠진 척,

우리는 천천히 춤을 춰요

다른이가 보기엔

그냥 방에 우두커니 앉아

혼자 심란해하며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소녀일 뿐이겠지만


 

그래요, 난 짐덩어리에요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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