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어, 그리고 언어 [여행]

이방인들의 도시, 밴쿠버에서 느낀 것
글 입력 2019.04.01 14:4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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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한 건지 모르겠다. 분명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이다. 읽기와 문법은 수능을 공부하며 많이 늘었지만, 정작 실전에서 필요한 말하기와 듣기 실력은 오래전부터 제자리였다. 유명하다는 공부법들을 아무리 따라 해도 큰 효과가 없었다. 미드 대사를 전부 외울 정도로 따라 해 봐도, 원어민 앞에만 서면 작아지기 일쑤였다.


영어 실력은 기본으로 깔고 간다는 세상인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소심 쫄보인 나로서는 꽤 큰 결심을 했다. 바로 밴쿠버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 자취 경험도 없고, 영어권 나라에는 여행조차 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영어를 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에 던져지면 어떻게든 늘겠지, 하는 조금은 무책임한 생각과 함께 나의 밴쿠버 생활이 시작되었다.




언어의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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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9시간을 날아 도착한 밴쿠버는 예쁜 도시였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깨끗한 거리와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를 지나다 보면 저 멀리 뾰족한 설산이 보였다. 처음에는 밴쿠버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마냥 설레었지만, 점점 불안함이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나는 철저한 이방인이었다. 커피 하나 주문하는데도 뭐 이렇게 물어보는 게 많은지. 커피숍에 가는 것, 식당에서 주문하는 것, 홈스테이 맘과 대화하는 것 등 한국에서는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이었던 것들이 모두 하나의 도전이 되었다. 12년을 공부한 영어였지만, 고객의 처지에서 무언가를 주문하는 것조차 어려웠을 만큼 언어는 생각보다 큰 장벽이었다.


못하는 영어임에도, 3개월 안에는 잡을 구해야 했기에 나는 미친 듯이 영어 공부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공부법이 있었다. 무슨 공부법을 택해야 단기간에 영어를 확 늘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공부법에 답이 있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정확한 답을 알고 싶었다.




이방인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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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알고 싶다. 어쩌면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밴쿠버는 시민의 절반이 영미권 이외의 나라 출신인 이방인들의 도시다. 다운타운만 나가도 여기저기서 다양한 언어가 들려오고,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스타벅스의 직원들도 저마다의 다양한 악센트로 영어를 구사한다. 우리가 정석이라고 생각했던 미국식 발음도 이곳에서는 여러 가지 발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답이 있을 리 없다.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이 섞이는 이곳 밴쿠버에서 영어는 평가나 비교가 아닌 소통의 도구이다. 누구도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악센트로 발음하는 영어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지 않는다. 그저 상대방의 말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조금 더 몸을 숙이고 귀를 기울일 뿐이다.


내 영어 공부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 같다. 영어가 시험 과목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영어를 ‘잘’ 하고 싶다가 아닌, ‘영어로 소통하고 싶다’를 최종 목표로 삼는 것. 그동안의 영어 회화 공부가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망신당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영어를 끊임없이 검열하고 남의 영어에 알게 모르게 점수를 매기던 못된 습관 덕에, 밑천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영어 말하기를 아예 기피해온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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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양성의 도시, 밴쿠버에 살게 된 만큼 이제는 생각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겠다. 영어 실력은 도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가다.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면 다시 물어보면 되고, 상대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다시 말해주면 된다. 영어는 언어다. 그동안 나는 이 단순한 명제에 나의 존재감, 자존심, 역량, 가치 등 너무 거창하고 많은 의미를 부여해 왔던 것 같다.


앞으로 이곳 밴쿠버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긴 여행이 끝날 때쯤엔 영어가 맞든 틀리든 스스럼없이 내 생각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지금보다 조금은 더 뻔뻔해진 내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전보다는 조금 더 영어 공부가 즐거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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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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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주상
    • 어디에 있든 누구와 대화를 하든 소통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가치있는 언어는 없다고 봐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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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상
    •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기위해 영어를 배우고 있다는 것은 한발 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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