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엇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인가 [영화]

글 입력 2019.04.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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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매력을 느끼다



다양한 역사를 담은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듣기만 했던 사건을 눈으로 직접 보고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글들을 읽으며 영화가 주는 메시지나 숨은 뜻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역사를 담은 영화들을 보는 것을 새로운 취미로 가지게 되었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보니 앤 클라이드>, <증오> 등 여러 가지 이야기, 역사를 담은 영화를 보면서 큰 재미와 감동을 느끼고 있다. 이런 영화의 매력을 느끼게 된 것도 사실 오래되지 않았다.


나는 영화보다 배우들이 역사적 사건의 중심 인물이 되어 직접 관객에게 전달해주는 연극과 뮤지컬 같은 공연예술을 더 좋아한다. 직사각형 화면에서 전달되는 이야기에서 큰 생동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서양의 문학, 건축, 인물 등 그들의 역사를 영화를 통해 많이 배우게 되었는데 글자를 통해 전해지는 서양의 이야기보다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영화의 잔상이 더 기억에 많이 남아 더 자주 찾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영화를 보면서 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게 외국 영화든, 서양의 역사를 다룬 영화든 말이다. 한국 사회에 던지고 있는 메시지가 굉장히 뜻깊고 강한 외국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3편으로 나누어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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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일랜드의 700년간의 식민지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우리와는 차이가 큰 지배 기간이라 그들의 문화와 역사까지도 영국화된 부분이 많다고 들었지만 어떻게 해서 그들이 대영제국에 대항해 싸웠는지도 궁금하고 그들 사이에서도 내분이 일어났다는 것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더 찾아보고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영국의 지배 하에 있던 아일랜드의 이야기이다. 영화의 절반은 영국의 식민지에 속해있던 아일랜드의 무장독립단체 이야기를 다루고, 그 절반은 영국의 자치령 선언 이후, 그들 안에서의 내분을 그렸다. 1169년 리차드 드 클래어가 아일랜드를 침공해 700년 간 통치를 하였는데 근대에 오면서부터 아일랜드인들이 계속해서 해방을 원하는 움직임들을 보였다.


데미안이라는 주인공은 의사로, 아일랜드인이지만 영국 런던에서 의사 활동을 하기로 해 몇 주 후에 떠날 계획이었다. 아일랜드는 힘이 없다고 판단해 독립운동에는 소극적으로 임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아일랜드를 포기하고 지배국인 영국에 가서 돈을 버냐는 비꼬임을 받는다. 하지만 몇몇의 사건을 겪으면서 마음을 바꾸는 인물이다. 그리고 데미안의 친형인 테디가 등장하는데 그는 아일랜드의 무장독립단체인 IRA의 지도자를 맡을 정도로 독립운동에 적극적이다. IRA는 Irish Republican Army로 아일랜드 공화국군이다. 영국령 아일랜드의 독립을 요구하며 반영 테러활동을 하였다.


1921년 12월 6일, 영국 - 아일랜드 조약을 통해 아일랜드 자유국으로 독립했는데 이는 영국의 자치령으로서 실질적인 독립을 의미하지 않아 아일랜드 자유국 및 영국을 상대로 투쟁을 시작한 조약 반대파와 이를 찬성한 아일랜드 자유국군으로 나누어졌다. 테디는 영국의 자치령 선언 이후, 이 자유국을 통해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새 자유국 정부군의 장교가 되어 IRA의 자유국 반대파와 갈등을 겪는다. 데미안의 마음이 바뀌어 IRA의 단원으로 들어오면서 그들이 이뤄내는 활동과 영국의 자치령 선언 이후, 형제간에 일어나는 갈등과 그로 인한 죽음이 이 영화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영화의 시작; 일반인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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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게 헐링을 하는 모습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들판에서 스틱을 든 청년들은 공을 치며 재밌게 스포츠게임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무장을 한 영국 군인들이 들판으로 뛰어 들어와 그들을 제압한다. 아일랜드인들끼리의 공공집회를 금지했는데 이를 어겼다며 그들의 신분을 알고자 한다. 순수한 그들의 운동경기조차 공공집회라고 여기면서 이를 제재하는 것은 마치 그들의 문화조차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모습으로 보였다. 총으로 그들을 위협하면서 신분을 물으며 사투리를 쓰지 말고 영어만을 구사하라는 장면에서도 일상생활에 면밀히 파고든 지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건 미하일 오셜리반의 죽음이었다. 영국군은 헐링을 한 청년들을 벽에 일렬로 세워두어 이름을 물었는데, 미하일 오셜리반이라는 17살 청년은 묻는 말에 잘 대답도 하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로 임했다. 그러자 영국군들은 그를 뒷간에 끌고 가서 처참히 때려죽인다. 타당한 이유도 없이 17살 소년을 죽인 것이다. 아일랜드인들의 여가활동을 막고, 가당치도 않은 이유로 아일랜드인 소년이 죽는 장면을 이 영화의 도입으로 사용하면서 영국에게 지배당하는 식민지의 모습을 잘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폭력적으로 고문을 하고 수탈하는 자극적인 장면이 아니라 우리의 옆에서 평범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당하는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관객도 공터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있다가 친구가 죽은 상황임을 상상하게끔 만들어, 영국의 지배가 일상생활까지 침투했다는 것을 직접 느끼게 해주는 좋은 장면이라 생각한다. 데미안은 아는 동생의 죽음을 옆에서 목격하지만, 이때까지도 당연히 자신의 일자리를 찾아 영국으로 떠나려고 한다. 그의 장례식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영국에게 대항할 힘도 없는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맞서겠냐며 현실에 굉장히 비관적으로, 어떻게 보면 현실을 직시하며 독립운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의사를 하기 위해 영국에 가는 것을 아니꼽게 보면서 아일랜드에는 고칠 환자가 없어서 영국으로 떠나는 것이냐며 데미안을 비꼰다. 그런 말까지 들으면서도 독립운동에 확신을 할 수 없어 고민하던 그는 영국으로 가기 위한 열차 플랫폼에서 그의 마음을 정한다. 영국으로 가려는 열차를 타려는 도중, 기관사와 부기관사들도 무장한 영국 군인들은 열차에 탑승하지 말라는 규칙을 따르고 있다면서 우리 마을의 한 명 한 명 모두가 영국에 대항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들은 영국군들에게 구타를 당하면서도 끝까지 영국군을 태우지 않고 열차를 운행한다. 데미안은 구타당한 기관사를 치료해주면서 자신만 이렇게 항영국운동에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이때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형이 지휘하고 있는 IRA에 가입하고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임한다.


이러한 변화를 영화의 초반에 보여주면서 독립운동의 과정과 당위성을 잘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무장을 하고 자신들을 위협하는 군인들, 영국사람들을 보면서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데미안처럼 일자리를 얻은 상태고 자신의 커리어와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면,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힘들 것이다. 그 당시에 이런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그들이 어떻게 독립운동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영화를 통해 잘 알게 되었다. 무작정 독립운동단체의 활동을 보여주기보다 이렇게 열차기관사 같은 일반인들도 독립운동에 일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독립운동에 비관적이던 사람도 독립을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일상에서 느끼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일반인의 변화를 잘 나타냈다. 독립운동이 그만큼 소중한 것이고 변화를 이끈 위대한 것임을 느꼈다.



 

적극적인 독립투쟁; 무엇을 위해 이토록 싸우는가?



IRA는 영국 군인들을 매복해 사살하는 계획을 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이렇게 매우 적극적인 독립운동을 전개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독립을 향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밀고자 때문에 그들은 잡혀 매복공격에 대한 벌을 받게 된다. 영국 군인들은 독립운동단체의 지도자인 테디를 고문해 다른 단원들의 주거지와 그들의 중요 기밀들을 빼내려고 노력하지만, 테디는 끝까지 버틴다. 극적으로 그들을 감시하고 있던 군인이 아일랜드계 사람이라 그의 도움을 받아 야밤에 탈출에 성공한다.


그 이후, 소중한 친구였지만 밀고자였던 크리스를 원칙에 따라 죽이게 된다. 나는 데미안이 울면서 힘들어 하면서도 결국은 동료를 죽이는 모습이 결말까지 이어지며,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나는 ‘독립이 뭐길래, 완전한 자유가 무엇이길래 정말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를 죽일까?’라며 회의를 품었다. 나는 감독이 관객들이 뒤돌아보게끔 만드는 질문이 이 결말까지 이어지는 죽음에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위해 같은 친구, 가족끼리 갈등하는 것인가, 과연 그 목표의 가치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스스로 죽일 만큼 큰가?’ 같은 질문들이다.


사실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를 보면 지배국가의 군인이 독립운동가를 죽이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여기서는 서로를 잘 알지도 못하고 국적, 문화, 교육 등 살아왔던 모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연민, 두려움과 같은 큰 감정 소모 없이도 쉽게 총을 쏠 수 있고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큰 결심과 자신의 목표를 향한 확고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죽음의 순간들이 등장한다. 친한 친구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고, 심지어 결말에서는 피를 나눈 자신의 형제를 죽이기 때문이다. 이는 큰 결심이 없다면 하지 못할 결정들이다. 이러한 장면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관객들도 무엇을 위해 이토록 싸우는가에 대해, 그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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