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돈$ : 세상을 지배하는 숫자 [영화]

당신은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가
글 입력 2019.03.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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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 세상을 지배하는 숫자

당신은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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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감독 박누리



숫자 뒤에 0이 열 개면 얼마인지 아는가?


100억이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일현(류준열)은 평일 오전 9시부터 3시까지 세상 바쁘게 흘러가는 업계 1위 증권사의 신입 브로커다. 그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이렇게 정신없는 일상 속에 기어이 자리를 잡은 이유는 단 하나, 부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에게 정확히 얼마를 모아서 어떤 걸 사야지 하는 목표는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부자가 되고 싶었다.


증권가 브로커는 주식시장이 열리는 9시부터 마감하는 3시까지 약 6시간 동안 수십수백 명의 고객을 상대하고 그에 맞는 수수료를 챙겨간다. 한 명의 고객이 곧 한 건의 수수료가 되는 세상, 고객의 말씀이 곧 돈이 되는 곳이 일현이 속한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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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면접 때 주식 종목 코드를 모조리 외웠다는 천재적인 면모는 온데간데없이 어리바리한 신입 브로커만이 일현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얼빠진 채로 하루하루를 살던 초보 브로커에게 엄청난 고객이 접근한다. 그 고객의 이름은 "번호표", 일명 부티크라 불리는 증권계 판 설계자다.


어떤 이들은 번호표처럼 인위적으로 판을 짜서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불법 혹은 비도덕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현은 상관없었다. 그저 부자가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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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표"의 손을 잡고 판 위의 말노릇을 몇 번 해보니 하면 할수록 금액도 커지고 정신적 불안도 커져만 간다. 하지만 돈의 힘은 강력했다. 보잘것없던 복분자 농장 아들이 서울에 으리으리한 집을 사고 명품 시계를 차고 맞춤 정장을 사 입는다. 일현은 달콤한 돈다발의 향에 취해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사냥개를 무시하기로 한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어리바리 초보 브로커였던 일현의 양손에 쥐어진 돈다발과 번호표, 일현은 금감원의 사냥개, 한지철의 추적을 피해 손에 쥔 것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영화의 주인공은 조일현도, 번호표도,

금감원 검사 한지철도 아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세상의 주인공은 바로 '돈'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일현에게 또 지철에게 공감하기 바빴다. 보통 한 인물의 감정선만 따라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영화는 달랐다. 그건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 일현처럼 일확천금을 벌고 싶은 마음과 지철처럼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을 괘씸하게 여기는 마음이 공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돈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존재한다. 돈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우리는 일현과 같은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 이 분명하다. '가난해서 불행한 것보다 부자라서 불행한 것이 더 행복하다'라는 역설적인 말은 돈이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사상 속에서 가능한 말이다.


영화 속에서 온 세상 돈을 싹 다 쓸어 모으려는 사람처럼 보이는 번호표는 그렇게 돈 벌어서 어디다 쓰냐는 질문을 세 번이나 받는다. 일현에게 두 번, 지철에게서 한 번. 두 사람의 질문 의도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일현의 질문은 스스로에게 묻는 말이나 다름없다.


거금을 손에 넣은 뒤 그동안 못해봤던 것을 다 해본 그는 다시 한번 제안을 건네오는 번호표를 보며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고 17억을 벌었다. 지금 나는 부자인가? 누가 봐도 부자인 저 인간은 왜 계속 돈을 벌지?' 이 물음은 다시 일현에게로 돌아와 꽂힌다. 나는 왜 계속 돈을 버는가. 누군가의 인생에서 돈이 그 목적으로 존재할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딜레마를 일현 역시 겪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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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철의 세상은 돈으로 굴러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돈 때문에 부정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을 법정에 세움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극 중 지철은 태블릿 PC와 태권도 학원, 둘 다 원하는 딸에게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며 달랜다.


가진 것보다 원하는 것이 많을 때 우리는 그것을 욕심이라고 말한다. 마음속에 욕심이 생길 때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것이 지철이 사는 세상이다. 그래서 지철이 번호표에게 던진 질문은 세상 모든 부정한 재력가들에게 던지는 도발이다.



당신은 어느 세계에 살고 싶은가?



돈이 주인공인 세상에서 산다고 해도 말리진 않겠다.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든 돈을 모을 수 있을 테다. 아, 두 세계는 물론 공존한다. 따라서 돈이 주인공인 세상 속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함으로써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았듯 일현에게 닥친 공포가 언제든 다른 형태로 당신의 삶을 엄습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반대로, 세상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고 돈은 조연으로써 존재하는 세상에 산다면 그 또한 말리지 않겠다. 당신은 여전히 딸과 실랑이할 테고 수많은 선택지 앞에 놓이겠지만 그것이 당신을 본연의 모습 그대로 지켜줄 테니까.



숫자 뒤에 0이 몇 개 붙는지가

뭐가 중요한가,

단지 숫자일 뿐인데


<돈,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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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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