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채식은 어렵지만, 채소 습관 [도서]

평범한 일상에 '약간의 채소를 더하는 일'을 한 거에요
글 입력 2019.03.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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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먹고 싶은 걸
먹고 싶은 만큼 다 먹어요.
필요할 땐 외식도 하고 술도 마셔요.
하지만 뭔가 먹을 때마다 채소도 많이 먹습니다.

(P. 9)


혼자 살다 보면 편의점 도시락과 친구가 된다. 간편하게 한 끼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고맙지만, 전자렌지에 돌려져 흐물흐물한 반찬들을 먹고 있으면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채소들이 그리워진다.


원룸촌 근처의 큰 마트들은 그 고객층이 대부분 자취생들이기 때문에, 이미 조리된 냉동식품을 파는 경우가 많다. 냉동 된장찌개와 냉동 김치찌개는 맛이 비슷하고, 냉동 미역국 속 쇠고기는 질기다. 물론 조리 과정이 쉽기 때문에, 한 끼 식사를 빨리 해치우기에는 딱 좋다. 하지만 어디서 왔는지도 잘 모르는 질기고 흐물흐물한 식감을 벗어나서 좀 더 신선한 식감을 찾는 것은 자취생에게는 어려운 일일까?

식습관은 '습관'이기 때문에, 바꾸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만들어진 습관을 유지하는 것으로 잡는다. 평소 채식주의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어려움을 겪고 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짧게 모든 것을 실천하다가 지치는 것보다 느리더라도 고기보다 채소를 입맛에 길들이고, 그렇게 천천히 육류 소비를 지양해나가는, 어떻게 보면 조금 대중적인 방법이 채식주의의 측면에서도 결국에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글쓴이는 '느슨한 채식 라이프'라고 부른다. 즉 이 책을 읽으면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로 채소식습관을 어떻게 가져야 할 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라이프 스타일은 분명 정치적인 입장이라는 단어보다 좀 더 약해보인다. 라이프스타일은 좀 더 개인적인 측면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선망되는 방식으로 여러 환상들을 전시하기 위함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미 많은 라이프 스타일들이 책과 SNS,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 멋지게 우리 앞에 전시되고 그 '멋' 자체로 강요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전시물들은 어떤 진실을 말해주지 못하며, 결국에는 '내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아야 해'라는 '내 탓'을 하곤 했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내 마음의 문제', 혹은 어떤 특정한 방식의 '자기반성'을 어떤 방식으로든 아름답게 정제해서 SNS에 나를 표출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멋이 되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재생산하여 타인에게 권유한다.

하지만 SNS는 아주 순간의 무언가를 포착하고 있는 경향이 강한 매체이고, 그 게시물들이 진정으로 반성을 내포해서 그 반성이 내 삶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우리의 삶을 전부 SNS에 전시하기는 어려우며, 우리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결국 우리의 일상을 채우는 것은 습관이다. 학창시절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셨듯, 습관을 바로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어른이 되어서 듣지 못하는 잔소리 같은 것들은 생각보다 중요했다. 이처럼 일상이었으나, 이제는 어디서 잃어버리게 된 소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물론 마음의 습관도 있겠지만 좀 더 실용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식습관의 측면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린 시절 무와 양파, 홍고추, 못생긴 멸치, 생강, 파뿌리 등등을 넣어서 고아내던 육수는 조그만 자취방의 에어프라이기나 인덕션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것들이니 잃어버렸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느슨한 채식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그 잃어버린 일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소비에 대해 반성할 수 있다. 내가 어떤 것을 먹고, 어떤 것에 돈을 쓰는지, 그리고 냉동식품이 가득한 마트에서, 채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소비를 하고 있는지 말이다. (84p. '마트: 자주 가는 곳, 마트 습관을 살짝 바꿔보자' 장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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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본인 또한 이 책에 나와 있는 레시피대로, 혹은 그것을 응용하면서 채소들과 친해졌다.

위 사진은 맨 처음 만든 채소 미네랄 워터인데, 집에 있는 채소를 그냥 넣어서 만들었다. 케일과 오이의 조합이었고, 정말 비렸다. 왜 이렇게 비린지 고민해보았고, 과일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책의 레시피를 찾아보니 미네랄 워터를 만들 때에는 상큼한 과일이 하나씩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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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는 귤을 넣어서 비트와 표고버섯 미네랄 워터를 만들었다. 전보다 비린 맛이 덜했지만 귤이 들어가 있다 보니 빨리 썩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조금씩 틀려가면서 야채를 어떻게 다뤄야 할 지 알 수 있었다.

그 다음 도전했던 것은 야채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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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일어나 언제 야채를 갈아 마셔,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아침을 아예 안먹거나, 바쁠 때 차려 먹는 것보다는 나았다. 자기 전이나 시간이 있을 때 갈아 먹을 야채를 소분해놓고, 아침에는 그냥 갈아서 먹는 방법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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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용해서 본가에서 음료수로 내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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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았던 건 국 끓이기였다. 책에서는 좀 더 간편한 요리들, 즉 순두부 부추 덮밥 같은 것들을 레시피로 추천해두고 있지만 주말에 육수를 끓여두고 조금씩 사용하면서 끓여먹고 싶은 국을 끓여먹는 것도 생각보다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취향대로 양파나 버섯을 가득가득 넣어 먹는 게 좋았다. 자취하면 야채를 아무리 많이 써도 줄어들지 않는데, 그래서 더 많이 넣어 먹을 수 있었다.


단지 그렇게 한 것 뿐인데 무기력함과 피곤함이 사라졌고, 입맛이 저절로 건강하게 바뀌었어요.

(믿기 힘들겠지만 딱 일주일만 해보세요. 제 말에 공감하게 되실 거에요.) (P.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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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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