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싱 스트리트(Sing Street) : 음악, 그리고 나와 너의 이야기 [영화]

글 입력 2019.03.1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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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아주 사소하고 우연적인 사건이 우리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위험한 눈을 가진”, “빠진 퍼즐을 쥐고 있는 것 같은” 라피나를 본 순간이, ‘싱 스트리트’의 시작이었다.

 

싱 스트리트의 영어 제목은 발음 그대로 ‘Sing Street’ 이다. 번역하자면 ‘음악의 거리’ 혹은 ‘거리를 노래하다’ 정도 되려나. 영화는 아일랜드의 경기가 매우 침체되었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주인공 ‘코너’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서 학비를 절약하기 위해 전학을 가게 된다. 근데 이 학교 심상치 않다. 수업시간에 집중은 고사하고, 몰래 담배까지 피우는 아이들. 게다가 코너는 전학 첫 날부터 소위 학교 ‘짱’ 에게 찍혀버렸으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모님의 불화는 심해져만 간다.


그 때였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깜깜하던 코너의 인생에 한 줄기 ‘빛’ 같은 그녀가 나타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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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 Street, Synge Street.



‘Synge Street’는 영화에서 코너의 학교가 위치해 있는 곳이자, 코너와 라피나가 처음 만난 장소다. 영화의 제목 <싱 스트리트>는 바로 여기서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코너가 라피나를 만남으로써 자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장소인 ‘Synge Street’와 코너가 밴드를 결성하며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한다는 의미의 ‘Sing Street’를 동시에 가리킨다. 제목이 직관적으로 보여주듯이, <싱 스트리트>는 음악 영화다. 적재 적소에 등장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악은 두말 할 필요 없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코너가 라피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밴드를 하고 있다고, 뮤직 비디오에 출연해 달라고 거짓말을 하며 이야기는 물꼬를 튼다. 함께 밴드를 결성할 친구들을 찾아다니고,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음악을 직접 만들면서, 그렇게 코너는 라피나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그녀를 떠올리며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입히고, 라피나와 함께 만들 뮤직비디오를 구상하면서 코너는 점점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내러티브의 시작은 거짓말이었다. 밴드를 하고, 음악을 한다는 거짓말. 무심코 뱉은 이 말이 코너의 인생을 서서히 바꾸기 시작한다. 얼핏 보면 유치하고, 그저 그런 첫사랑 이야기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영화는 그 이상의 것들을 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제시한다.


이야기를 추동하는 중심점은 라피나에 대한 코너의 사랑이다. 그러나 존 카니 감독은 이 ‘사랑’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는 ‘코너’와 ‘라피나’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음악’이 이들의 인생을 어떤 방향으로, 또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키는지를 친절하게 보여 준다. 또한 영화는 어둡고 무거운 상황들을 담담하게 풀어내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게 풀어낸다. 영화의 초반만 봐도 그렇다. 1985년 아일랜드의 경기 침체로 수많은 청년들이 런던으로 향한다는 뉴스 보도로 영화는 첫 포문을 연다. 이어지는 시퀀스에서는 코너의 부모님이 금전적인 문제로 다투는 소리와 함께, 코너가 기타를 치며 부모님의 말들을 노래처럼 되풀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매우 직접적인 방식으로 코너가 현재 처한, 막막하고 ‘희망’ 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을 보여 주지만 이는 음악과 오버랩 되며 무거운 분위기를 중화시킨다.


영화의 막바지에 나오는 디스코 파티 공연 장면도 코너의 변화를 잘 보여 주는 시퀀스 중 하나다. ‘싱 스트리트’는 디스코 파티 무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폭력을 일삼던, 학교의 ‘백스터’수사를 비판하는 곡을 위험을 감수하며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공연한다.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폭력과 규칙이라는 ‘어두운’ 요소를 유쾌한 연출과 음악을 통해 승화시키고, 이에 정면으로 맞서는 ‘싱 스트리트’를 보여줌으로써, 밴드 멤버 개개인의 성장과 변화를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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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리고 우리의 성장.



앞서 언급했던 배경 속에서 코너는 밴드를 결성하고, 음악을 하면서 미래를 꿈꾼다. 음악이 코너의 인생에 준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형인 ‘브렌든’과 코너의 상호작용에 주목하며 영화를 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며 눈길이 가장 많이 갔던 지점이기도 하다. 브렌든은 대학교를 다니다 자퇴한, 부모님께 반항하고 별 걱정 없이 사는. 어쩌면 ‘철 없어 보이는 형’ 으로 등장한다. 그저 주인공의 주변 인물 정도로 파악될 수도 있지만, 영화는 조금씩 브렌든이 생각 없이 집에만 있는 한심한 인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동생에게 “사랑 없는 부부 사이에 난 항상 혼자였어. 넌 내가 닦아놓은 길을 편하게 걸어왔어. 나도 열정이라는게 있었다고.” 라는 대사를 통해 그를 그저 주변인이 아닌, 고유한 이야기를 가진 하나의 ‘주체’로 제시한다.


부모님 간의 갈등이 생길 때 마다 브렌든은 동생과 한 방에서 음악을 틀고 이를 들으며 잠시나마 위로를 받고, 현실을 견뎌 내 나간다. 브렌든은 영화 내에서 그 어떤 캐릭터보다 코너를 지탱해주고, 코너가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 갈 수 있도록 지지하는 역할을 자처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자신의 주체성을 드러내기도 하는 인물이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이러한 캐릭터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코너와 라피나가 함께 배를 타고 런던으로 떠날 때, 브렌든은 자신이 쓴 가사를 건네며 “여기에 곡을 붙여 봐”라고 말한다. 죽어 있던 ‘열정’을 다시 되찾았음을 암시하면서, 이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그렇지!” 라고 환호한다. 이를 통해 브렌든이 코너의 인생을 응원하고, 그를 믿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것이 바로 <싱 스트리트>의 매력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와 사정이 있으며, 한 개인에게도 다양한 측면이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싱 스트리트>가 우리에게 전하는 또 다른 메시지이기도 하다.

*


배를 타고 런던으로 향하는 코너와 라피나는 거친 파도와 비바람을 만난다. 그럼에도 그들은 밝게 웃으며 서로를 살피고, 지나가는 커다란 크루즈에 탄 사람들과 인사까지 한다. 코너와 라피나의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전형적인 클리셰일지 모르겠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친다고 한들 어떠한가. 코너와 라피나의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일 테니 말이다.





[김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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