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신은 안녕하십니까? <사바하> [영화]

유신론자의 회의, 신은 정말 존재할까.
글 입력 2019.03.0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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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필자는 기독교임을 고백한다. 신앙심은 크지 않지만, 뿌리 깊은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왔기에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식전 기도가 없는 식사는 상상할 수 없었고 사도행전과 주기도문을 비롯해 성경 구절을 외우면서 자라왔기에 내 삶에서 종교는 시나브로 스며들어왔다. 하지만 자라면서 타의에 의한 종교 생활에 점점 지쳐갔다. 어느 순간부터 교회에 참석하는 일조차 부담으로 다가왔고, 이제는 필요할 때만 신을 찾는 무늬만 띈 신앙자로 전락했다. 신앙생활을 이어나가면서 항상 고민해 왔다. 정말 하나님은 존재할까, 하는 의심과 동반하는 죄책감으로 지금까지 신앙을 유지하고 있다.

 

유신론에 대한 회의는 종교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한 번쯤 다가오는 시련이다. 신이 존재한다고 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어지러운 일이 많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것을 바로잡지 아니하고 오히려 방관하시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신에 믿음을 가진 사람들마저도 불합리한 사건에 대해서 ‘모두 신의 뜻이니라.’ 정도로 끝을 맺으니 결국 해답은 미궁 속으로 빠진다. 끝내 경험하지 않으면 설명과 이해가 불가능한 영역이 결국 영적 세계이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도 끝내 사람들은 신을 믿는다. 이는 인간의 나약함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정말 신을 경험한 사람들의 말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신에 귀의하는 사람은 늘어간다. 그리고 이 유신론자들에게도 끊임없이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이다.

 

이러한 유신론에 대한 혼란에서 출발한 영화가 있다. 절대자는 정말 사람을 위하는 것일까 질문을 던진다. 그 존재를 간절하게 믿기에 더욱 확인하고 싶어하는 감독의 시선을 보여주는 영화. 바로 사바하이다.


 






날계란 세례를 맞으며 영화에 등장하는 박 목사는 신흥종교단체의 비리를 취재하는 연구소 소장이다. 영화 초반까지 그의 행동으로 유추할 수 있는 그의 신앙은 단지 생계수단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이야기는 점차 극의 분위기를 아우른다. 그가 삼은 이번 표적은 불교와 밀교를 뿌리로 한 새로운 종교단체인 ‘사슴동산’이다. 평소 촉이 참 좋은 그이지만 이상할 만큼 걸려들어 오는 비리가 없는 청렴한 종교 단체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그러나 이 종교, 파면 팔수록 수상하다. 그들이 모시는 신은 평범한 장군이 아닌 부처를 지키던 악귀를 잡는 사천왕 중 한 명이었고 게다가 영월 터널에서 발견된 소녀의 시신 또한 이 단체와 관련 있는 걸 보면, 이 종교 분명 보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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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목사役 :이정재>


그렇게 박 목사는 솔선수범 사슴 동산의 비밀을 파헤치지만, 그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다. 턱없이 부족한 정보와 인력에 허덕이며 번번이 범인을 놓치기 일쑤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나한’과 마주하며 목숨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박 목사는 끝내 경찰에게 협조를 구하지만 명확한 팩트가 아닌 종교적인 예측으로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코앞에 놓인 살인사건에 혼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이런 박 목사의 모습을 보면서 종종 의문이 들었다. 명예와 신앙보다 돈을 우선으로 삼던 그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이 사건에 목숨을 거는 걸까, 그것도 기독교의 이단도 아닌 신흥 불교단체에 말이다.


 




“크리스마스가 즐거운 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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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되면 거리는 온통 네온사인으로 반짝인다.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 꼬마의 손을 잡고 외식을 나가는 가족들과 왠지 모르게 들뜬 기분으로 걸어 다니는 커플들로 도로가 북적인다. 이들의 공통점은 세상 한없이 행복하다는 점이다. 기독교도에게는 그들의 신인 예수의 탄생을 기리기에 행복하며 비기독교인도 이날이 주는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로 행복함을 얻는다. 그렇게 행복이 넘치는 성탄절을 보며 박 목사는 위와 같은 대사를 외친다. “크리스마스가 즐거운 날이냐?”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날에 그것도 목사라는 사람이 크리스마스를 비관한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성경 헤롯왕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 내막을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떠난 후에 주의 사자가 요셉에게 현몽하여 이르되 헤롯이 아기를 찾아 죽이려 하니 일어나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애굽으로 피하여 내가 네게 이르기까지 거기 있으라 하시니

 

헤롯은 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알고 몹시 화가 났다. 그래서 그는 베들레헴과 그 부근에 사람들을 보내 박사들에게 알아본 때를 기준으로 하여 두 살 아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마태복음 2장 13절, 1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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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박사의 예언으로 예수가 태어날 즈음 헤롯 대왕은 자신의 왕권에 위협을 느끼자 동방박사를 꾀어내 예수를 제거하려 한다. 하지만 이 계획이 틀어지고 헤롯왕은 베들레헴의 2살 이하 남자아이들을 학살하라고 지시한다. 이를 예측하신 하나님은 요셉과 마리아 부부를 애굽으로 피신하도록 지시했고 아기 예수는 이 세상에 탄생할 수 있었다. 마태복음 2장의 말씀은 예수 탄생의 고난을 보여준다.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헤롯왕이란 단순 악과 절대 선 예수의 탄생 비화를 그려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시선을 조금만 더 비틀면 성탄절은 굉장히 비극의 날이라고 볼 수 있다. 성탄절은 아기 예수 탄생의 축복 이전에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간이 상처받은 날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신의 탄생 근저에는 죄 없는 아이들의 희생이 있었고, 신 또한 이 비극을 막지 못했다. 이를 예로 들어 박 목사는 ‘크리스마스’에 대해 반문한다. 인간은 이토록 나약하고 세상은 이렇게 어지러운데 하늘에 계신 하나님은 무얼 하시냐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신이 듣길 바라는 듯 대사를 외친다.

 

박 목사는 신의 존재를 간절히 믿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더욱 간절히 그 존재에 대한 확실한 확인과 진리를 좇으려 부단히 노력한다. 비록 그 신이 그가 모시는 하나님이 아니더라도 정말 신이라 불리는 실존의 인물을 두 눈으로 똑똑히 마주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박 목사의 시선과 행동을 통해 유신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한다. 당신은 신에게 평안을 갈구하고 기도하지만 신은 당신의 기도를 외면하지 않는지, 세상에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 이토록 벌어지는데 왜 하늘에 계신 신은 세상을 방관하는지, 그 비극이 내 삶 중심으로 개입될 때에는 과연 나는 신에게 안녕을 기원할 수 있는지 말이다. 영화는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신은 존재합니까?”



[정일송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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