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만년(滿年), 다시 사랑하기까지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언젠가를 꿈꾸며
글 입력 2019.03.0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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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그대도, 알고 있었군요.

그래도 고마워요.

이렇게라도 만나줘서.

 

- 박정현, 『꿈에』 中 -


 

첫사랑은 박정현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이 노래를 손에 꼽았다. 오래 지나버린 일이라 왜 그런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마음이 힐링된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 사람과 멀어진 이후로 꽤 많이 『꿈에』를 들었다. 첫사랑이 대체로 그렇듯, 둘의 사이는 좋지 못한 방향으로 끝이 났다. 여러 가지 오해와 충돌이 있었다. 두 사람은 예민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데 서툴렀다. 그리고 관계를 회복하려는 마음도 달랐다.

 

받는 사랑보다는 주는 사랑을 주로 했다. 사랑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걸 내어주려고 했다. 어찌 보면, 일방적인 ‘헌신’에 가까웠다. 진심이 닿기만 한다면 모든 건 괜찮다고만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은 행복하기만을 바란다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그런 씀씀이는 대체로 원치 않는 부담으로 건네졌다. 때로는 집착으로도 변질되었다. 그러한 사실들을 제대로 어른이 되어서 알았다. 되돌리기는 늦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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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는 그런 기억들을 조곤조곤 읊어준다. 가사의 주인공은 헤어지고도 연인을 잊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의 앞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꿈이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더는 헤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도 이게 꿈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둘은 마지막으로 웃으며 작별인사를 한다. 앞으로는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담담히 말한다. 그런 사랑이 하고 싶었다.


어쩌면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드라마가 아니다. 흔히 아는 로맨스물의 주인공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 사람 마음도 비슷했다. 마지막으로 한 연애는 그걸 많이 느끼게 했다. 그 사람은 호감과 좋아하는 감정을 두고 헷갈려했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최대한 마음을 내어주며 상대방을 다독였다. 그리고 마침내 위로를 다 받았을 때, 실은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떠나간 사람이었다.

 

마음의 상처나 트라우마를 감내하면서까지 사랑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제대로 사랑이 잘 이루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오히려 트라우마로 자리 남아 고통스럽게 만드는 기억이 대부분이었다. 그럴 바에는 나를 가꾸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능력이나 성격이 보다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더는 좋아하는 사람만을 위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내 인생을 보란 듯이 꾸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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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꾸는 일은 내 감정만 잘 추스르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속을 다 알 수 없는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기보다 쉬웠다. 마음에 상처를 받을 일도 당연히 줄었다. 자존감도 높아졌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게 전보다 편해졌다. 그래서 여러 일을 다양하게 많이 했다. 지칠 때까지 삶을 알차게 보내려고 했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행복했다.


다시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은지 요즘은 의문이 든다. 그러면서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지 않은 기억은 마음가짐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사소할지도 모르는 마음가짐의 변화가 나를 많이 바꾸었다. 적지 않게 위로도 받았다. 어쩌면 실은 자신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그때 어울린 사람들과 그런 이야기를 하면, 티를 내지는 않지만 당황스러워한다. 두렵다. 감정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스스로 모습을 가급적 보고 싶지 않다.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를 보면, 전심전력을 다하는 사랑은 경계의 대상이다. 오히려 지향되는 사랑의 모습은 선뜻 낯설게 보일 수 있다. "헤어지더라도, 배신을 당하더라도, 어느 한쪽이 불시에 사라지더라도 이윽고 괜찮아, 라고 할 수 있는 정도". 그 말이 이제는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적당한 거리는 필요하다. 역설적일 수 있지만, 그만큼 아끼므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사랑을 한다면 이러고 싶다. 더는 모두를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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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또 다른 허황된 로맨스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년(滿年)이 언제 다시 다가올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온다면, 우울이나 슬픔이라는 감정을 사랑에는 두지 않도록 하겠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더러워 버리는 것도 나타샤를 사랑해서 눈은 푹푹 나린다. 하지만 결국 나는 나타샤와 마가리로 들어가지 않았나. 나타샤가 아니라 자야를 사랑하고 싶다. 흰 당나귀도 그런 밤이 좋아 응앙응앙 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박정현, 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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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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