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잔잔한 위로가 되어줄 한 권의 영화 에세이 [도서]

조곤조곤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
글 입력 2019.02.2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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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사랑과 인생 이야기를 다정하게 풀어내는 한 권의 책이 여기에 있다. <영화의 심장소리 2>는 김은경 저자가 현대모비스 사보에 연재했던 '힐링 시네마'의 글을 한데 모아 묶어낸 책이다. 심리상담사이자 시인이기도 한 김은경 저자는 영화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고 영화 칼럼을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책은 다양한 영화에 관한 글로 가득하다. <비긴 어게인>, <라라랜드>, <싱 스트리트>, <사운드 오브 뮤직>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음악 영화부터 <500일의 썸머>, <티파니에서 아침을>, <화양연화>와 같은 로맨스 영화, 또는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자전거 탄 소년>, <나, 다니엘 블레이크>, <보이후드>, <토니 에드만> 등등. 소개되는 55편의 영화 중에선 이미 보았던 영화도 있었고, 보고 싶었던 영화도 있었다.




조곤조곤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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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아주 쉽고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마치 친한 친구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조곤조곤 얘기를 해 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저자는 영화에 자신의 감상과 생각을 고스란히 녹여내면서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놓치지 않고 짚어낸다. 저자가 심리 상담사이기에 그런 걸까.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딘가 더 섬세하고 따뜻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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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을 통해 평범했던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했고, 저자와 내 생각을 비교해보며 영화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었다. <500일의 썸머>는 기대에 비해 그저 그랬던 영화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는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강렬하지만 힘겨웠던 여름을 보내고 나서야 우리는 다음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 우리는 보다 현명해지고 성숙해진다는 사실을. 어쩌면 몇 년이 흐른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내 감상은 완전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발견한 삶의 조각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 즉 자연스럽다는 것은 가장 큰 미덕이고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다. 비록 실수투성이라 해도,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지 않고 인정하는 순간, 그 모습은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된다. 바로 이 점이 브리짓 존스라는 캐릭터가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이런 생각을 해본다. 냉기 가득한 도서관에서 살던 피오나가 파리의 거리에서 진짜 삶을 찾은 게 아닐까 하고.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책 속에, 관념 속에 갇혀있지 말고 진짜 '살아있는 삶'을 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로스트 인 파리


그 씩씩한 남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인생은 때론 견디는 거라고. 할 수 있는 게 달리 없을 때도 똑같은 하루하루를 살다 문득 뒤돌아보면, 인생은 어느덧 많이 달라져있을 거라고.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건 길버트처럼 '좋은 사람 되기'를 꿈꾸는 것이라고. -길버트 그레이프



저자는 영화 속에 담긴 삶의 진리를 포착하여 가지런히 담아낸다. 영화의 대사를 읊조리거나, 유명인들의 말을 인용하며 영화는 결국 우리네 삶과 다름없다는 사실도 건네면서.


누가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자신만의 길을 가는 <코러스>의 마티유 선생님처럼. 또는 품 안의 아이들이 떠나고, 남편도 제자도 하나 둘 떠나 밤에는 울면서 슬퍼하지만 다음날이면 늘 그랬듯이 하루를 살아가는 <다가오는 것들>의 선생님 나탈리처럼.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않으니, 유머를 잃지 말라 말하는 <토니 에드만>의 토니와'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는다'라는 헤밍웨이의 소설처럼 말이다.


그들의 삶은 우리와 아주 닮아 있다. 행복하고, 즐겁고, 때론 슬프고, 우울하고, 절망하더라도 다시 밝아온 내일을 살아가는 우리들. 우리 모두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우리는 영화 속 인물에 공감하고 이입하면서 그들에게 삶을 배운다.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들로부터 인생을 배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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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 편안한 책이다.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도 있고, 내 감상과 비교해볼 수도 있었다. 몰랐던 좋은 영화를 소개받기도 했다. 나의 경우 영화 리뷰를 쓸 때면 장황한 줄거리와 감상으로 글이 복잡해져 버리곤 했는데. 저자의 글은 깔끔하고 담백했다. 그러면서도 진솔하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냈다.

평소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면, 혹은 영화에 담긴 다채로운 이야기와 감상이 궁금하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저자가 들여주는 영화 이야기를 통해 영화를 푹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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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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