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순간의 지속, AP사진전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시각예술]

AP사진전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글 입력 2019.02.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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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그런 기사를 봤다. 누구나 사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사진가는 없어질 거라고. 이번 AP사진전을 보고 그 기사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AP사진전은 동시대에 일어난 다양한 상황을 한눈에 보면서 그 시대를 상징하는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 대학교 때 광고기획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광고 인쇄물 하나에도 의미 없는 물건은 없다고 했다. 침대 위에 책과 와인이 있는 이유, 와인도 화이트가 아닌 레드와인이 있는 이유 같은. AP사진전도 마찬가지이다. 기자가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를 잘 담아낸 사진으로 인해 안타깝고 즐겁고 때론 무서웠다. 사진 속 상징과 분위기를 보면서 다양한 감정이 오갔다.



AP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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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1848년 뉴욕의 6개 신문사가 입항하는 선박의 항구 조합으로 유럽의 뉴스를 공동 취재하기 위하여 설립되었고 동시대와 함께 호흡해왔고 세계사를 담고 있다. 이번 AP사진전에는 동시대의 가장 뜨거운 순간들을 불러들인다. 인간과 진실이라는 두 차원을 담아내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볐던 카메라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의 현장은 강렬하게 뜨겁고, 눈부시도록 황홀하다. AP사진전은 역사, 정치, 이념을 뛰어넘어 인간의 감정 곁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려 한다. - AP사진전 설명 중에서



빛이 남긴 감정 -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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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빛의 기억력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사진을 본다는 경험은 빛이 남긴 감정을 보는 것과 다름 아니다. 사진 속 빛이 남긴 감정을 따라가면 인간의 삶과 닿아있는 무수한 파동에 닿는다. 사진을 찍는 일은 순간이지만, 사진을 바라보는 일이란 '순간의 지속'이라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AP사진전 <빛이 남긴 감정 -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은 보도사진이라는 건조한 사실의 영역을 물리치고 카메라의 시선으로 빛이 남긴 감정을 따라간다. 사진의 진실성은 감정의 순간에서 태어난다고 믿는 이들 <사진가>이 여기 있다.

뛰어난 사진가는 빛과 대화하는 방식을 아는 사람인 반면, 좋은 사진가는 여행을 통해 빛이 대상을 향해 말을 걸어오는 방식을 이해하는 자이다. 그는 빛을 발에 새기며 걷는다. 사진가는 그것을 자신의 기록이라 부르지 않으며, 빛이 느낀 감정들의 기록들이라고 부르는 자이다. 풍경에 빛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훌륭한 사진가는 당황하지 않고 어둠 속에서 자신의 두 눈을 예열하며 천천히 날이 밝아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안다. 이때 사진은 건조한 사실만을 담는 풍경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 빛의 감정들에 다가가는 태도이다. 풍경은 빛으로 움직이는 자연의 태도가 되어간다. - AP사진전 설명 중에서

가난으로 인해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만 보면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아이가 모기에 물릴까 모기장을 덮어주는 어머니의 손길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이마에 손을 올릴 때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하면.



너의 하루로 흘러가

시간을 견뎌주는 사진이 있다. 어떤 사진 속의 하루는 때로 가파르고 목마르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누군가 잠시 다녀간듯한, 조용한 시간이 일어섰다가 사라지는 그런 하루도 있다. 어떤 하루는 오로지 빛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신만의 시간 여행을 다녀오곤 한다. - AP사진전 설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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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 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아빠와 아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역광으로 뒤에 있는 구름과 어울려 자유롭고 따뜻한 사진이 나왔다. 생선으로 장난스러움을 표현하고. 아래 사진은 전쟁 중에 다친 사람인데 뒤에 있는 해를 통해 안타까움과 먹먹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사진이다.



내게 남긴 온도

사진은 온도를 간직한다. 감정이 남아 흐르는 사진엔 온도가 있다. 온도가 남아 있는 사진은 우리의 내면으로 들어와 다른 진실이 된다. 당신의 온도로 한 장의 사진을 바라본다면 그 사진은 하나의 감정이 된다. 당신의 감정이 되어 당신에게 돌아갈 온도가 된다. - AP사진전 설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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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모든 걸 담지 않아도 상상으로 채워지는 이미지가 있다. 아이들의 손 속에 있는 검은 때를 보거나 손 모아 소원을 빌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환경을 생각하게 한다. 색감으로도 그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사진에서 보이는 온도를 뜻하는 것 같다. 특히 수영하는 사진이 좋았다. 주변이 온통 하얀색이고 물속에서 수영하는 사람만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수영장에서 들리는 소음이 아닌 물속에서 들리는 조용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게 되는 여백.

가운데 사진 중에서 차위에서 불을 구경하는 아이의 모습이 있다. 제목을 읽기 전엔 불꽃놀이인지, 노을을 보면서 기댄 두 아이의 모습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사진 제목을 보니 [산불을 바라보는 어린 왕과 공주]라고 적혀 있었다. 이 사진을 보고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생각났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안전된 주거를 확보하지 못해 갈 곳 없는 홈리스를 위한 미국 플로리다의 국가 지원 정책이다. 이 영화에서 젠시 생일에 공터에 앉아 디즈니 불꽃놀이를 본다. 디즈니월드 안에서 즐기기보다 밖에서 보지만 아이들은 싫은 내색 없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어린아이지만 마음은 어른은 아닐까 싶다. 참는 것에 익숙해버린. 이 사진도 마찬가지다. 불은 위험하지만 차 위에서 서로에게 기댄 채 불을 구경하는 모습은 아이들이 보지 못한 광경이면서도 살고 있는 동네가 사라져도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 사진처럼 제목을 본 뒤 다시 사진을 보게 되는 사진이 많다. 이상적인 모습을 상상하고 보지만 그들에겐 현실이라는 게 먹먹하다.



네가 들려준 소리들

카메라는 숨을 쉬며 자신의 눈앞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국의 낡은 주택에서 들려오는 리코더 소리, 마을버스에서 아기를 재우는 엄마의 자장가 소리, 오래된 성당에서 들려오는 해질녘의 종소리, 대서양이 해변에 물을 뱉어내는 소리, 북극곰이 얼음 위의 햇볕을 핥는 소리. 카메라는 숨을 쉬며 소리를 듣는다. 사진에 담긴 소리들은 빛의 이름이 되어 이곳으로 떠내려온 것이다. - AP사진전 설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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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전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재즈는 자유로운 곡이며 곡과 다르게 다르게 표현된다면 그건 바로 틀린 음이 그곳에 있어서라고 말했다. 그만큼 재즈는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기도 한다. 오른쪽 사진도 집으로 가던 중 잠시 멈춰 연주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복장을 보면. 연주하고 싶으면 그 자리에서 자유롭게 연주하는 재즈. 가운데 사진은 무지개가 뜬 곳에 삶의 생사를 오가는 구조대원 헬기가 보인다. 누군가는 다급하고 힘겨워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무지개를 보며 예쁘다고 하지 않았을까. 같은 시간이지만 모두 다른 시간을 보낸다. 첫 번 째 사진은 물속에서 찍힌 아이였던 것 같다. 물의 시간을 카메라가 잡았고 우린 덕분에 시간이 멈춘 아름다운 현장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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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그 당시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에 거짓이 없다. 때문에 얼음이 녹아 갈 곳을 잃은 북극곰이나 시멘트 건물 문 앞에서 자신을 숨기는 듯한 코끼리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더 위협감을 느끼게 된다.



키워드로 보는 AP

사진은 풍경의 속도를 잡아당긴다. 가령, 지금 사막에 눈이 내린다고 하자. 사진가는 사막에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셔터는 반복될 것이다. 방금 그는 사막에 내리고 있는 눈의 속도를 여러 컷 찍은 것이다. 어떤 사진에도 사진과 공간이 흘러가는 속도는 담겨있다. 그것은 한 장의 사진 안에서 풍경이란 이름으로 불리면서 빛이 내리고 있는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빛은 한 장의 사진 안에서 우리가 해석할 수 없는 미지의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 AP사진전 설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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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하이킹하는 외국인과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곳곳에 빨간색이 보이고 입술에 빨간 립스틱을 발라주는 모습에서 빨간 색깔의 의미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



특별전 <북한전> -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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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북한 분위기를 볼 수 있다. 시간이 멈춰있는 듯하다. 영상으로 보면 놓쳤을 순간도 볼 수 있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 같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우리네 삶과 다를 바 없어 보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일상이.

가장 마음이 아픈 사진이 모여있는 건 마지막 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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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사람들이 살 곳을 잃어버리고 살기 위해 떠나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 상황을 담은 사진가 마음으로 이입하게 됐다. 눈으로 보기 힘든 상황이었을 텐데 카메라로 담으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역사와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기록하여 우리가 이 생생한 역사를 기억할 수 있지 않나 싶다. 특히 경찰에서 손을 내미는 어린이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 전쟁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등 많은 사람들이 힘들지만 아이의 손을 잡는 순간 모든 것이 평온해질 것만 같다. 갑자기 존레논 imagine이 생각났다. 국가가 존재하지 않고 소유물이 없는 삶을 상상하면서.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Imagine no possessions 
I wonder if you can
No need for greed or hunger 
a brotherhood of man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존레논 imagine 중에서


사진을 보면 평소에 생각하기 어려운 시각을 볼 때가 있는데 이번 AP사진전이 그랬다. 역사를 잘 알지 못하지만 사진을 통해 본 역사의 순간을 보니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안타깝고 즐겁고 간절하고 무섭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모든 상황에 안타까움과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야겠다.

친구들과 필름 카메라를 찍으며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잘 찍은 사진을 보고 싶고 현재의 감정을 어떻게 기록할지 궁금할 때도 많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보며 늘 생각한다. 매 순간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누가 찍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 나라서 보이는 순간들을 기록하면서 내 시간을 잘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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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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