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낯선 영화 이야기, FILO

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 FILO
글 입력 2019.02.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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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책, FILO



내가 모르는 문화가 한둘이겠냐마는 이 책은 정말 신기하다 못해 낯설었다.


나는 이 책을 받아보기 전까진 대중적인 영화,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영화를 아주 멋진 말로 평론해 놓은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첫 장 분위기부터 싸했다. 이건 내가 만만하게 볼 책이 아니구나. 이건 영화 덕후들의 이야기다.


내가 아는 영화는 영화관에서 순위권에 있는 영화, 흥행에 실패한 영화, 흥행에 성공한 영화, 배우가 예쁜/잘생긴 영화, 감독이 어쩌고 저쩌고여서 이슈가 되었던 영화. 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영 알 못'(영화를 알지 못한다)이다.


사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리뷰를 작성할 자격이 있나 싶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중무장된 책을, 단순 호기심으로 향유했다는 생각에 좀 안절부절해졌다.


그래도 나 같은 영화에 무지한 사람도 꿋꿋이 읽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면서 아주 서툴고 어색한 리뷰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짧은 줄글로 메모한 것을 바탕으로 리뷰를 작성해서 정제되지 않은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 또한 FILO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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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한 달 전쯤 문화 초대를 통해서 영화 영주를 볼 때만 해도,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데 있어 '독립영화'라는 장르도 같이 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그런 말을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책에 언급된 수많은 영화 중에서 내가 아는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 한 개였다. 여기서 언급돼있는 수많은 영화 중에(베스트 명단은 물론이고 그냥 지나가듯이 말하는 영화도 포함) 단 한 개.


이 책을 읽으면서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묵묵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밖에 없었다. 나중 가서는 이런 내가 왕따가 된 기분이어서 소개된 영화들을 핸드폰으로 많이 검색해봤다. 아예 다운로드조차할 수 없는 영화부터 2만 명이 넘는 관객 수를 찍은 영화까지. 세상에, 내가 모르는 영화가 이렇게나 많았다니.


여기에 나오는 영화, 그리고 제작자들은 흥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림으로 따지면 그림이 팔리지 않아도 꿋꿋이 자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이 책은 여러모로 특이하다. 혹평을 가감 없이 실은 것. 외국인 평론가의 경우 원어와 한국어가 동시에 번역되어있는 점. (이 점은 왜 이렇게 구성했는지 이해가 가진 않는다.) 각지의 덕후들이 숨어있다가 슬금슬금 나와 영화로 대동단결했다는 느낌이 든다.


책이 술술 읽혔다면 거짓말일 테다. 버거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뭔가 어색하면서도 따뜻하고 편안한, 이상한 느낌.


문장 하나하나에 햇볕이 비춰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천천히, 한 문장, 한 단어, 한 글자 씩 수수하면서도 화려해서 천천히 읽었다. 영화도, 영화 평론도 하나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 좀 같이 합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여기서 아는 영화가 거의 없어서 읽는 내내 외로웠다. 자기들끼리 신나게 떠드는 무리 사이에서 아싸가 된 기분이랄까.


근데 한 편으로는 부러웠다. 그들은 그렇게 영화라는 하나의 분야에, 더 나아가 하나의 문화에 푹 빠져 모든 것을 잊고 자신들만의 세상을 꾸려나갈 수 있다니. 어떤 것을 그토록 사랑할 수 있다니.


나에게도 그런 어떤 사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재밌어 보이는 영화의 목록을 메모에 적었다. 영화를 언제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뒤늦게 그들의 대화에 '나도 잘 듣고 있어요'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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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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