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버나움>이 마음을 두드리는 방법 [영화]

혹시 불편해서 피하고 있나요?
글 입력 2019.02.15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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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다양성 영화가 누적 관객 수 1만 명을 기록하면 소위 ‘대박이 났다’고 한다. 다양성 영화는 한 작품당 1일 상영 횟수가 많아봤자 200번을 넘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9일 기준 <극한직업>의 1일 상영 횟수는 9,527번이다) 이처럼 다양성 영화의 흥행 성공은 쉽지 않다. 그런데 조용히 등장해 개봉 4주 차 현재 누적 관객 수 1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둔, 말 그대로 ‘대박 난’ 영화가 있다. 바로 영화 <가버나움>이다.




영화 <가버나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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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나움>이 관객을 끌어당기는 원동력이 무엇일까. 제91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이라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니까? 시상식 후보 또는 수상 여부가 영화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버나움>의 성공은 그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 덕분이다.


<가버나움>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레바논에서 불법 체류하고 있는 12살 소년 자인은 그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무력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결국 자기를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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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이 실제 불법 체류자 및 난민이라는 사실이다. 자인 역의 자인 알 라피아는 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던 시리아 난민 소년, 사하르 역의 하이타 아이잠은 거리에서 껌을 팔던 소녀였다. 라힐 역의 요르다노스 시프로우는 영화 속 불법체류자로 체포되는 장면을 찍은 다음 날 실제 체포되었고, 요나스 역의 보루와티프 트레저 반콜은 촬영 도중 친부모가 체포되었다.


배우들의 삶은 영화보다 더욱 열악했다.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때조차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저 그들의 삶을 카메라에 있는 그대로 담아내도 충분히 드라마틱하게 레바논 난민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굳이 소년이 부모를 고소한다는 ‘극적 요소’를 첨가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난민들에게 ‘연기’를 시키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날 것의 다큐멘터리가 아닌, 짜임 있는 플롯 구조를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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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나움>은 '난민 다큐'가 아니다



만일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 형식을 택해 ‘레바논 난민의 삶은 이렇게 힘듭니다.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라는 호소에 그쳤다면,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조명을 받을 수 있었을까? 글쎄다. ‘레바논 난민 다큐멘터리 영화’는 각종 미디어에 흔한 캠페인 영상처럼 무관심 속에 스쳐 지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미 이런 종류(불행한 삶)의 소재에 면역되어 더는 큰 감정의 동요를 느끼지 못한다. 한시적으로 동정심과 연민을 느끼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내 삶’ 앞에 그마저 잊힌다. 그런 자신에게 드는 죄책감이 불편해서, 결국 아예 ‘내 삶과 거리가 있는 불행한 삶’을 마주하는 상황 자체를 피하려고 애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전 세계에 불법 체류자 및 난민에 대한 반감과 혐오주의가 팽배하다. 비단 유럽만의 이슈일까? 제주도에서 예멘 난민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던 때를 떠올려보라. 마치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지 않았던가. 알다시피 난민의 이미지는 썩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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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입을 돕는 캐릭터 설정



<가버나움>은 12살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자인 주변 인물은 대부분 어리거나 여자다. 자인은 물건을 갈취하고, 마약을 제조 및 거래하며, 칼로 사람을 찌르기까지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소년을 미워할 수 없다. 이 ‘캐릭터’들에겐 죄가 없다. 이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잠재적 범죄자로 추측’되는 난민과는 다르다.


어리고 연약한 캐릭터 설정은 그들의 무력함을 더욱 선명히 보여준다. 이는 기존에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허물고 난민에 대한 반감을 줄인다. 그리고 극도로 감정이입을 돕는다. 나는 심지어 자인에게 모성애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더불어 배우들이 알고 보니 실제 난민이라는 ‘영화 밖 또 하나의 이야기’는 이 같은 플롯 구조에 진정성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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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을 덜어주는 해피엔딩



드디어 생존 증명에 사용될 사진을 찍는 자인의 미소를 비추며 영화는 끝난다. 모호한 지점이 분명 있지만, 어쨌거나 자인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한 발판을 결국 그 스스로 만들어냈다. 따라서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추가로 한국 개봉 버전은 배우들의 밝은 미래를 암시하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엔딩 크레딧에 삽입했다. 자인 역의 자인과 가족들은 칸영화제 초청 후 유엔난민기구의 도움을 받아 노르웨이에 정착했고, 요나스 역의 트레저와 가족들은 불법 체류 중이던 레바논을 떠나 케냐로 돌아가 안전한 삶을 누릴 것이다. 제작진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 및 가족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줄 ‘가버나움’ 재단을 설립했다.


안팎으로 펼쳐지는 ‘해피엔딩’은 앞서 말했던 ‘내 삶’을 ‘불행한 이들의 삶’보다 우선시할 때 느끼는 죄책감을 덜어준다. 이와 함께 영화에 감동하고 주변에 알리는 행위만으로도 무언가 성취감이 들기도 한다. 만일 그들의 삶이 불쌍하고 비참하게 끝났다면 영화를 보고 난 뒤 죄책감이 마음속 크게 자리 잡아 한없이 불편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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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앞서 언급한 이유로 이 영화를 ‘피하고’ 있다면, 그럴 필요 없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이 영화를 보고,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가버나움>은 우리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영화니까. 이제 걱정은 내려놓고, 극장으로 가서 이들의 삶을 기꺼이 마주하고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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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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