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쓰는 사람의 읽고 쓰는 이야기. [도서]

글 입력 2019.02.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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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과 나는 거리가 멀다. ‘위화’ 작가를 들어만 봤지 그의 작품을 접해본 적도 없다. 그런 내가 이 책을, 그것도 작가의 에세이나 다름없는 책을 읽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든 글과 가까운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꾸준히 글을 써오면서, 글이 잘 써지지 않고 내가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시기를 겪고 있었다. 나 또한 ‘글쓰기의 감옥’에 갇혀버린 것이다. ‘위화 현상’을 일으키기까지 한 위화 작가가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소설가의 장애물



1장 <읽고 쓰기>를 읽으면서, 작가가 책을 읽고 또 책을 쓰면서 고민하는 부분들을 들여다보게 됐다. 작가도 한 명의 독자라는 점에서 나와 비슷한 점도 많았지만, 소설을 쓰는 소설가의 입장에서 내가 전혀 해보지 못한 고민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 고민 중 하나는 대화문을 다루는 방법이다. 대화문을 읽기만 하는 입장에서, 내가 직접 인물들의 대화를 써야 하는 작가의 입장이 되어보니 나 역시 막막해지는 기분이었다. 위화는 장편소설을 쓰면서 이를 극복했다고 한다. 자연스레 소설을 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물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게 됐고, 각 인물이 가진 자기만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 대화문의 시작이자 전부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얘기하겠습니다. 소설가에게는 장애물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위대한 작가들은 언제든 장애물을 피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스스로 장애물을 만들기도 하지요.


- p. 76



사실 위화가 작가로서 겪게 된 고민에 명확한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는 그저 이러한 장애물들이 소설가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화문을 잘 다루고 인물의 심리 묘사를 잘 해내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지만, 나는 독자로서 이 장애물을 함께 겪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작가가 어떻게 대화문을 처리하고 어떻게 인물의 심리를 묘사했는지 파악하면서 소설을 읽는 것은, 분명 독자로서 소설을 보는 새로운 힘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위화의 문학,

그리고 문학의 개방성



문학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총체적으로 담겨 있다. 소설가와 비평가의 관계, 문학 번역에 관한 이야기, 소설 속 상징들에 관한 이야기 등 현직 작가로서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와 출판사, 혹은 편집자들과의 관계도 재밌었고, 작가로서 비평가와 어떤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그의 모든 이야기는 문학의 개방성으로 함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전에 내가 느낀 문학의 개방성이라는 것은 많은 독자가 한 작품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느낌을 받고, 같은 독자라 해도 작품을 읽은 시기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문학은 모든 이에게 다르게 열려 있다는 것 정도였다.



헤밍웨이는 이처럼 판에 박힌 듯한 평론에 대해 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노인은 아무것도 상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바다도 뭔가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요. 상어만 상징하는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상어는 다름 아니라 비평가들을 상징한다고 했지요.


- p.215



위화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문학의 개방성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 묘사의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작품들에 너무 많은 상징의 잣대를 들이댈 경우 작가의 묘사가 제한될 수 있다고 꼬집는다. 번역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한다. 원래의 언어를 얼마나 정확하고 오류 없이 옮겼냐는 불가능한 작업을 기준으로 좋은 번역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번역된 문학이 가질 수 있는 차별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경험, 문화, 시대에 의해 여러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 문학인 만큼, 번역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가치가 곧 문학의 개방성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_표1.jpg
 


작가의 에세이로 둔갑한 글, 문학, 그리고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글을 읽고 쓰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 생각보다 여러 번 이 책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덮친다.





[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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