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난해하면서도, 은은한 '보이첵'

<보이첵(woyzeck)>을 보고 난 후
글 입력 2019.02.0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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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우면서도 애절한
피아졸라의 음악과,
의자를 이용한 독창적인 발상,
팽팽하게 잘 짜인 동작의 진행은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 Londonist -


보이첵을 보기에 앞서 기대 반 걱정 반이 앞섰다. 희곡 내용 자체는 흥미로운 내용인 것 같았고, 어떠한 방식으로 내용을 풀어낼지 궁금했다. 하지만 조금은 난해하고 그로테스크한 연출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내가 생각한 예상대로 공연이 흘러갔다고 본다.



'보이첵', 사회로 인한 폭력으로 물들어가는 약자



보이첵은 게오르크 비휘너가 완결짓지 못한 비극적 색채가 짙은 희곡이다. 가난한 병사인 그는 사회적으로 약자에 속하고, 수많은 이들에 의해 인생이 지배당한다.


대표적으로 박사는 자신의 명예와 업적을 위해 보이첵을 임상 실험하면서 강낭콩만 먹게 한다. 그의 상관인 장교는 보이첵을 시시콜콜 참견하며 명령과 핍박을 즐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에게 그는 인간만도 못한 쓸모없는 존재로 사회로부터 멸시를 당한다.


그가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서서히 미쳐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아내인 '마리'를 통해 모든 것을 어찌어찌 버텨나간다. 그러나 자신의 유일한 위안처인 마리마저도 장교의 유혹으로 인해 흔들리게 되자, 그는 자신의 모든 것들을 내려놓는다. 그러한 비극의 결정은 바로 자신의 아내를 단검으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데에 있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공연한 <woyzeck(보이첵)>은 이러한 기본 스토리에서 큰 틀을 벗어나지 않은 채, 표현에서 새로운 시도를 더했다.



의자의 향연, 심오한 표현



11개의 의자만으로 줄거리를 현실감 있고 매끄럽게 이용한 연출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것도 간단한 조명과 11명의 배우를 곁들여서 말이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평범한 나무의자로 다양한 것들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놀라웠고, 의자가 조립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거치며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점은 꽤 신선했다.


하지만 연출이 담아내는 전체적인 맥락을 하나씩 이해하는 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작년 하반기에 보았던 <인형의 집>이 유사한 느낌을 연출했다고 생각했다. 인형의 집은 표현 방식이 조금 기괴해 이야기가 많았다고 한다면, 이번 <보이첵>은 연출에 비해 스토리를 설명하고 풀어내는 방식이 그다지 와 닿지가 않았다.

스토리를 기본적으로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전체적인 흐름만을 이해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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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첵', 알고 가고 깊게 보자

우리가 흔히 아는 방식의 공연이라고 말하기에는 솔직히 어렵다. 참신한 만큼, 공연을 이해하는 데에도 부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온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특히나 공연이 담고 있는 스토리의 주제 자체도 무거우므로 더욱 그렇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 것도 모르고 들어가서는, 어렴풋이 알듯말듯 맥락만을 집고 나올 수도 있을 법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 '보이첵'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고 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보이첵이 어떠한 방식으로 흘러가는지 스토리를 안다면, 그 내용과 등장인물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한 연출 방식이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를 토대로 사다리움직임연구소에서 표현한 의자들의 움직임을 살펴본다면, 보이첵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각자 나름의 의미로 다가올 거라고 본다.

공연을 더욱 깊이 있게 보고 싶다면 '보이첵'을 알고 가자. 책을 읽기 버겁더라면, 간단하게 포털 사이트 검색으로 대강의 스토리 라인을 익히고 간다면 그나마 괜찮을 것이다. 그러한 준비를 한 뒤, '보이첵'을 표현하는 과정들을 차분히 집중하며 즐긴다면 유익한 공연이 되리라 감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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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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