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에게 '종이'란? - <Paper, Present : 너를 위한 선물> [시각예술]

글 입력 2019.02.0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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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 중 하나인 '페이퍼 커팅'과 많은 관련이 있는 전시회이자, 문학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와의 콜라보가 있었던 전시였다. 나에게 종이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위한 재료라기보다는 내가 애정하는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같은 존재다.


종이로 만든 작품들이 많다 보니 작품감상에 대한 접근성이 보다 높아서인지 예상 외로 아이들과 함께 오신 분들도 많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시회의 협소한 장소가 많은 관람객을 넉넉하게 품어주지 못해 감상하기가 어려웠다. 특히나 각 세션 별로 빔으로 시를 바닥에 쏘아 구성되어 있었지만 사실상 유동인구가 많아 가려져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다. 여느때처럼 오디오 가이드를 들었지만 생각보다 소음, 잡음이 많았고 가이드 자체도 타 전시회보다 짧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 정말 보고싶은 전시회여서 바쁜 와중에 처음으로 혼자 즐겨본 전시회라 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YOUTH 전시회는 가볍게 갔다가 정말 만족스럽게 돌아왔는데 이 전시회는 반대였다. 인스타 감성사진 성지처럼 모두가 카메라를 쉬지않고 들고 있어 오히려 내가 민폐인 것마냥 피해다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퍼 아트, 핸드 커팅 계의 디자이너,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이미 끝난 전시라 직접 찍은 사진을 조금 더 많이 활용해 글을 써보았다. 함께 보고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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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에 숨은 놀라움 中 _ 토드 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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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에 숨은 놀라움 中 _ 토드 분체


위의 두 작품 모두 페이터 커팅으로 만들어낸 페이퍼 아트다. 심지어 뒤에 있는 접히는 흰 칸막이와, 아래에 모형마저 종이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 작품도 언뜻보면 다른 재질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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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에 숨은 놀라움 中 _ 스튜디오 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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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에 숨은 놀라움 中 _ 스튜디오 욥


자세히 보면 종이를 덧댄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게 이 전시회의 묘미 중 하나였을 것이다.


*


이 전시회에서 작가들은 작품뿐만 아니라 빛을 굉장히 강조했었다. 빛에 따라 작품이 계속 다르게 보이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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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에 숨은 놀라움 中 _ 토라푸 아키텍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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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손길이 만든 햇살 中_타히티 퍼슨


같은 작품이지만 각도에 다라 그림자가 달라지며 작품자체의 느낌도 살짝 차이가 있다.

이렇게 작가들이 강조한 빛을 따라 작품을 감상하다보니 그 섬세함에 계속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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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한 새벽의 별 빛_리차드 스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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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한 새벽의 별 빛_리차드 스위니


이 무거운 종이작품을 얇디 얇은 실가닥과 만나게 하여 공중에서 살아있는 느낌을 주었다. 작가들이 얼마나 작품에 공들였을지 이런 디테일들을 볼 때마다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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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에 스며든 설렘_완다 바르셀로나

(출처:네이버 미술캐스트 전시소개)



작품 중에서 완다 바르셀로나 작가의 '꽃잎에 스며든 설렘' 세션이 가장 좋았다.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통 수작업의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 생각은 하나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저 관람자들에게 '당신도 아름답고 따뜻한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라고만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관람내내 그 생각은 조금씩 달라져갔다. 그 구역 작품전체가 나에게 '당신의 삶은 이미 동화와 같아요, 그러니 주변을 천천히 돌아봐요. 아주 자세히 보면 모든 것들이 당신으로부터 이루어져 있을 거에요, 멀리서 보면 미치도록 아름답죠. 바로 당신 자신이에요.'라고 말해왔다.


당시 면접도 망치고 여러모로 바쁜 와중에 큰 위로가 되었고 사람의 위로와는 또 달랐다. 각자의 일상 속에 지쳐버린 서로가 하는 영혼 없는 위로가 아닌 작품이 주는 위로는 처음이었다. 겉보기에는 혼자였지만 내내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까.



[강채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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