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와 아트인사이트 [기타]

그 겨울에서 지금 여기
글 입력 2019.01.3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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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일, 첫 시작



4년 전이었다. 1년간의 휴학이 끝나가던 때였다. 남들 다하는 대외활동 나도 하겠다고 여러 커뮤니티를 돌아다녔다. 여성 인권영화제에서 리뷰어로 활동으로 이유 모를 자신감이 붙어있던 때라 문화와 관련된 단체들을 알아봤다. 그러다 아트인사이트를 알게 되었는데 그때 마침 온라인 서포터즈 3기를 모집하고 있었다. 이거다 싶어서 지원했고, 서포터즈 활동이 끝난 후부터는 리뷰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대학 시절 중 잘한 선택 중 하나였다. 큰 이유도, 별 목적도 없이 시작한 맘에 드는 대외활동이었는데 어느새 일상에 스며들었다.


아트인사이트 서포터즈로서 첫 문화 초대는 아프리카 미술이었다. 그때도 추운 1월이었는데 종로에 위치한 아트센터를 찾으러 가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익숙한 곳이 아니라 편한 길 놔두고 이 골목 저 골목 헤매다 겨우 도착했던 코끝 시리던 날. 며칠 전에는 익숙하고 또 익숙한 예술의전당에 ‘피카소와 큐비즘’ 전을 보러 다녀왔고, 리뷰를 쓰기 위해 어젯밤에도 ‘고아 이야기’를 읽었다. 4년 전 나는 20대 후반에도 여전히 문화 초대를 신청하며 낯선 것들을 경험할 줄 알았을까. 열심히 전시 보러 다니다가 요리책, 동화책, 디자인 잡지까지 읽게 될 줄은 몰랐겠지. 날들이 쌓여 변화를 만들어낸 것도.


누군가 코끝까지 기회를 들이밀지 않았더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것들을 지난 4년간 경험했다.

 



아트인사이트가 아니었다면



누가 원래 문화생활을 즐겼냐고 물어본다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는 되었다. 애호가는 아니더라도 문화를 소비하고는 살았다. 어떻게 보면 청소년기의 반골 기질이었을 수도 있고 어린 마음에 깃든 허영이었을 수도 있는데 멀티플렉스 보다 미술관이 좋았다. 원래 영화를 잘 안 보니 남들 영화관 드나드는 만큼 미술관을 드나든 건 아니지만, 또래보다는 친숙했다.


어릴 적 책을 편식하던 나에게 엄마가 그런 얘기를 해주셨다. 엄마는 좋아하지 않는 어려운 책을 한 번씩 읽는다고. 읽고 나면 머리가 새롭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애석하게도 나는 책을 편식하던 성격을 버리지 못하고 취향이 확고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두루두루 관심을 쏟는 게 안 된다.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시야가 좁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극복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말만 쉬웠다.


예술의전당에는 전시를 보러 갔고, 사진은 어려워서 사진전에는 관심이 없었다. 소설과 사회과학 계열이 아닌 책은 거의 펼쳐보지 않았다. 잡지는 시간을 죽이기 위한 패션잡지만 봤다.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음악회를 위해 예술의전당에 갔다. 얼마 전에는 AP 사진전에도 갔고, 철학 잡지를 읽고 리뷰도 남겼다. 책에 집중했던 작년에는 요리, 자기계발, 인문, 글쓰기 등 여러 장르의 책을 읽었다. 혼자서는 선택할 수 없는 다채로운 분야였다. 내가 선택했다지만 모든 것들이 흥미롭지는 못했고 때때로 읽기 지루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리뷰단으로 기고하는 글은 대부분 문화 소식이다. 첫 시작은 기억이 안 나는데 대부분의 문화생활에 서울에 몰려있어서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의 문화 소식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문화생활을 좋아하고 활동한다고 해서 많은 소식을 접하는 건 아니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달진 닷컴의 메일진을 통해 매주 전시 소식을 확인하고 대형 갤러리 홈페이지를 훑어본다. 여러 개의 전시를 추린 다음 소개 글을 쓸 수 있는 만큼의 정보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하나를 선택한다.


문화생활을 좋아하니까 어디서 뭘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대부분 소개만 하고 가지 않더라도 말이다. 의외로 이 행위는 생각보다 나에게 효과가 있었다. 갤러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아트 페어를 알게 되고, 유수의 갤러리들의 이름이 익숙해지면서 막연히 언젠가 뉴욕에 가면, 런던에 가면, 홍콩에 가면… 하고 기억해두기도 했다. 그러다 이젠 내년에 아트 바젤 홍콩에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From now on...



그동안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성실히, 활발히 활동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모자란 점만 보여서 시간 내서 활동을 되돌아볼 생각도 않았다. 이번에 갱신 메일을 받고, 마침 1월이고, 4년 전이 생각나서 되돌아보니 지나온 흔적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작은 습관 하나 제대로 고치지 못해서 스트레스받고 있었는데, 오늘 돌아본 4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근사했다. 삶에 스며든다는 것, 일상이 된다는 것.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작은 자극이, 영향력이 하나하나 변화의 기틀을 쌓아 올린다.


갱신을 하고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면 나는 올해의 활동을 어떻게 꾸려 나갈까. 전부터 쓰고 싶은 글이 있으니 올해는 소재를 찾아 글을 쓰는 빈도가 늘지 않을까. 갱신을 하게 되지 못한다면 어떨까.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여러 가지를 접하며 지내왔으니, 아무래도 아트인사이트 활동 이전처럼 좋아하는 것들만 보며 살던 때로 돌아가진 못하겠지.

 

어느덧 16기 에디터 모집이 시작되었다. 활동가들의 명칭이 서포터즈에서 에디터로 바뀌었고, 문화 초대의 폭이 넓어졌고, 포털 사이트와 콘텐츠 MOU를 맺고 있고, 구글에도 게시글이 노출되는 언론이 되었다. 그 겨울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무작정 지원하고 여기까지 왔듯, 올해의 누군가도 겨울의 끝에서 아트인사이트와 연을 맺고 봄을 틔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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