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경제적 피폐함은 정신적 피폐함으로 이어지는가

<보이첵>, 게오르크 뷔히너의 피지컬 씨어터
글 입력 2019.01.2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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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류의 바람이 불어나감과 동시에, ‘역한류’의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즉 외국에서 흥행한 한국의 작품이, 다시 본고장의 국가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그것의 순기능은 뭐니뭐니해도, 많은 것들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던 작품을 다시 살펴볼 수 있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역한류의 바람에, 눈을 다시 두어도 좋을 작품들이 연극계에도 생겨난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도 그중 하나다.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공연된 적이 더 많다는 이 작품은 총 20개국에서 그 모습을 보였고, 2007년에는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2개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의 의미가 더 깊은 것은 올해가 바로, <보이첵>의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창단 2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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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첵>은 11개의 의자와 11개의 신체로 감정과 이야기, 억압과 파멸을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무대에서 목재의자들은 비워졌다 채워지고, 또 움직이며 흥미로운 주인공 ‘보이첵’의 이야기를 특이한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거기에 신체의 움직임과 솔직함이 더해지며 게오르크 뷔히너의 1879년 미완성 희곡 '보이첵 이야기'는 더 생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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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실제 인물로 알려져 있는 ‘보이첵’은, 1821년 독일 사회를 한 사건으로 떠들썩하게 만들었었던 이발사다. 자신과 동거하던 여인을 칼로 찔러 죽이는 일을 저질렀었기 때문인데, 정신상태가 매우 불안정하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정신과 의사에게 살해 당시 제정신이었던 것으로 인정되어 공개처형으로 생을 마쳤다.


이 연극은 이 충격적인 사건을 신문으로 접한, 뷔히너에 의해 창작된 것이다. 또한 그 창작물인 이 <보이첵>은 여러 장르로 재탄생되고 만들어질만큼, 보이첵의 비극을 필두로 하여, 인간과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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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당시 의학 전문가는 '하위계층의 삶에서 비롯된 사회적 박탈감이 도덕성 부재의 인간형을 만들어냈다'고 한 남자의 비극을 진단했다고 한다. 정말 그의 말대로,  ‘경제적 피폐’는 ‘정신적 피폐’로 이어지는 것일까? 혹은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그럴 기회나 확률이 더 높아지게 되는 것일까? 희곡의 사례를 보면 또 다시 '도덕성'을 지킬 기회를 침해당하고 있는 인물형이 나오고 있다. 바로 보이첵의 여인 '마리'다. 그녀는 돈과 권력때문에, 보이첵의 악대장과 놀아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돈이 없으면, 도덕성도 없어야하는 사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의 내적 욕구와 경제력의 부재가 불러오는 도덕성의 상실, 그리고 정신착란을 느끼며 자신과 사랑하는 여인을 파멸로 이끄는 ‘보이첵’의 모습을, 11개의 의자와 11명의 배우들, 그리고 그들의 신체와 빛과 소리로 이끌어 가는 모습을, 이번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창단 20주년의 공연에서 확인한다면 좋을 것 같다.



이번 공연은 그동안 퍼블릭 시어터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극장들에서 올려졌던

네델란드, 영국, 아일랜드, 그리고 미국이 만든 수십편의 <보이첵> 공연들 보다 더 훌륭한 작품이다.

2009. 1.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 스티븐 맥컬로이


부드러우면서도 애절한 피아졸라의 음악과, 의자를 이용한 독창적인 발상,

팽팽하게 잘 짜여진 동작의 진행은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2008 . 1. 런더니스트(Londonist)


오전 차 마시는 시간도 되기 전에 외국어 공연이라? 확실히 미친 짓이다.

하지만, 그 공연을 놓치는 것은 더 미친 짓이다.

2007. 8. 해럴드(The Herald) 메리 브래넌 ★★★★★


11명의 젊은 배우들은 때로는 악마처럼,

때로는 천사처럼, 춤추고 연기한다.

2007. 8. 스코츠맨(The Scotsman)  조이스 맥밀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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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한류의 바람을 타고 온, 외국에서 먼저 확인하고 알려주는 뛰어난 작품을 살펴보며, 벌써 <보이첵>의 피지컬 씨어터가 받고 있는 박수에 소리를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신체와 의자를 통한 창조적인 무대, 그리고 1800년대 독일에서부터 이어져온 인간과 사회 그리고 그로 인한 비극에 대한 깊은 통찰과 철학을 향유할 수 있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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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1. 30 - 02. 10

평일 오후 8시
토, 일, 휴일 오후 5시

02 . 04 / 05 쉼

CKL 스테이지

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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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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