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과 놀이의 경계이자 밸런스 : 도서 '뉴필로소퍼: 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

글 입력 2019.01.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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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라이프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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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 라이프 밸런스. 일명 워라밸은 2018 트렌드 단어로 뽑힐 정도로 한창 유행을 이끌었다. 일부 기업에서 모집 공고에 ‘워라밸 보장’이라고 기입할 정도면 현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보장하는 것에 꽤나 큰 중요성을 두기 시작했음을 깨닫을 수 있다. 끔찍한 취업난이라고 불리는 지금 이 세대에 태어난 것은 가끔 나에게 탄식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점차 내 삶을 존중해주는 기업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점은 지금 세대에 태어난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위안을 가져다 준다.


맘먹고 노는 것이 더 어렵다고 느끼던 참이었다. 어떻게 하면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 ‘잘 논다’라는 기준은 사실 매우 주관적인 바라 누구에게 평가받기 어렵지만 누구나 꼭 이루고 싶은 것 아닌가. 게다가 어떠한 일을 하지 않은 채 일주일을 못 넘기는 나에게 잘 노는 것은 더욱 더 어렵게 다가오던 때였다. 그리고 이제 사학년이라는 무게를 얹게 되었기에 한없이 마음 편하게 놀 수는 없던 노릇이었다.




일상을 철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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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일상을 철학하다’ 를 주제로 한 이 잡지를 접한 것은 어쩌면 이런 상태의 나에게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운좋게 ‘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 주제를 만난 것도 말이다. 유흥적으로 노는 이야기보다는 스포츠와 놀이의 본질적인 것을 건들고자 하는 이 책은 제목 답게 철학을 담아냈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스포츠와 놀이에 관한 것들이라 그런걸까. 이상하게 이들이 예시로 말하는 것들에 공감하고 웃음을 지었다. 특히나 초반 파트에 나열되는 스포츠 선수들이 저지른, 터무니없는 규칙 위반 행위들을 보며 국제 대회에서도 이런 치사한 방법을 정말 실현하다니 탄식하며 실소를 지은 횟수가 잦았다. 사람은 다 똑같은 존재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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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게임, 스포츠는 사소함과 심각함이라는 모순된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드넓은 직사각형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그물 안으로 공을 차 넣는 행위 자체에는 별다른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 주에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직접 공을 차거나 남이 공을 차는 모습을 보기 위해 경기장으로 몰려든다.

... 캐나다의 철학자 버너드 슈츠는 게임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이러한 사소함과 심각함 사이의 모순을 발견했다. 그는 게임이 "반드시 극복할 필요 없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도전하는 행위"라는 간단명료한 해석을 내놓았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게임을 할 때 굳이 성취를 어렵게 만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 에밀리 라이알 '놀이, 심각한 동시에 사소한'


스포츠의 본질을 생각해본 적은 없어 꽤나 많은 생각들을 하며 공감해야 했다. 스포츠는 사소함과 심각함이라는 모순된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한다. 놀이를 한다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주로 스포츠의 한 경기에 집착하곤 한다. 굳이 힘들게 행하지 않아도 될 일들에 괜한 규칙을 만들어 스포츠를 탄생시켰을 정도로 스포츠는 우리에게 가벼운 놀이지만, 경쟁으로 넘어갔을 때 광기에 어린다는 것은 공감의 끝을 달렸다. 평소 스포츠의 모순된 점을 즐기며 살아왔지만 그걸 깨닫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월드컵 기간이면 신기하게 느껴질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구에 집착한다. 그 기간만 되면 오로지 ‘축구’라는 종목 하나로, 그리고 한 판으로 온국민이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가끔은 와해되기도 한다. 7살에 겪었던 2002년의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히 머리속에 남아있는 것과 2002년 월드컵이 아직까지 회자되며 일명 국뽕을 일으키는 기재로 활용되는 것을 보면 그 때의 위력은 만만치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상함을 느껴본 적은 없었는데, 마치 무엇에 단체로 홀린 듯한 모양새로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정치적인 감정이 개입된 ‘한일전’은 더욱이나 심하다. 승리와 패배가 결정되는 한 판으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나라 전체를 떠들썩 하게 만들고 외국이나 국내 모두 정치적으로도 활용된 전적이 있던 것 보면 스포츠는 사람의 욕망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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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서 역할의 반전을 확인할 수 있다. 어른들을 위한 놀이는 세상의 온갖 규칙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는 데 반해, 아이들은 점점 놀 때조차 정해진 방식과 목표를 추구하며 지나치게 빠른 성장을 강요받고 있다.

- 티파니 젠킨스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자'


책을 읽으면서 한 쪽으로는 씁쓸함도 함께 느껴졌다. 나는 90년대생인 덕에 모래로 덮여 있는 놀이터에서 상처를 입어가며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대부분인데, 요즘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스카이캐슬>만 봐도 요즘 교육열을 대충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은 학원을 몇 개씩이나 다니며 또래 친구들과 뛰어 노는 시간 같은 것은 내어주지 않는다. 나름의 추억이 있는 건데. “아이처럼 놀라”고 말하는 이 책의 한 부분처럼 어린이, 아이들만이 가진 특유의 순수함은 존재하지만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그 때의 그 순수함을 누리지 못하는 듯 했다. 어른들의 욕심인 것 같아 자꾸만 씁쓸해졌다. 어른들에게 선뜻 이 책을 주고 싶었다.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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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뻔한 말들로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을지 모른다. 노는 것과 일에 구분을 두지 않는 것.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앞서는 사람이기에 구분두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를 것 없는 주말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의무감에 모든 일들을 처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만들어본 기회였다.


이제는 추억이 된 <무한도전>의 클립들을 모아 놓은 영상을 우연히 보았다. 노홍철이 기생의 차림을 하고 과거에서 온 컨셉이었는데, 지나가던 한 사람에게 묻는다.


“직업이 뭐요?”

“회사원입니다”

“계급으로 따지면 뭐요? 천민인지 양반인지..”

“노비에요”

 

예전 같았으면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지나갔을 영상이었겠지만, 이번 책을 보고 나서 접하니 꽤 마음에 걸리는 멘트였다. 노비라고 자신을 명명하며 일을 하는 사람은 아마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겠지. 이 분 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모습이자 그의 말은 현대 사회를 비춘 거라고 생각된다. 언제쯤 ‘잘 노는 것’이 일상화될까. 먼저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나에 대한 뒤돌아봄과 의구심, 다짐이자 의지는 아직까지도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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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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