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입체파의 흐름을 살피다

'피카소와 큐비즘' 프리뷰
글 입력 2019.01.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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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와큐비즘_포스터.jpg
 

'피카소와 큐비즘'이라는 전시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큐비즘'보다 '피카소'라는 이름에 더 눈길이 갔다. 큐비즘(입체파)은 몰라도 피카소는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 아닌가. 솔직히 말하자면 그 명성 탓에 나는 입체파와 피카소를 거의 동의어로 생각해 왔다. 피카소에 대한 흥미보다 입체파에 대한 흥미가 훨씬 낮았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그러나 피카소라는 이름을 모른 채 그의 그림을 본다면 나는 그 그림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입체파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그의 작품은 그저 괴상한 그림으로 보일 것이다. 즉 입체파가 어떤 배경 하에 탄생했고, 미술사 전체에서 어떤 맥락을 지니는지 알지 못한다면 피카소의 작품을 그저 그의 명성에 기대어 겉핥기 식으로만 감상하는 셈이다. 피카소 못지 않게 입체파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02_파블로 피카소_르 비유 마르크 술병.jpg
Pablo Picasso, Le Vieux Marc, c.1914
© 2018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피카소와 큐비즘'은 피카소를 앞세우기는 하지만 큐비즘에도 방점이 찍힐만한 전시다. 입체주의의 기원이라 보는 세잔부터 입체주의를 본격적으로 발명했다고 평가되는 피카소와 브라크, 입체주의을 더욱 발전시킨 그리스, 들로네, 레제 등 여러 입체파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기 때문이다. 전시는 입체파 미술의 탄생과 발전에 족적을 남긴 20여 작가, 90여 점의 명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5개의 섹션으로 나눠진다.


1. 입체주의의 기원, 세잔과 원시미술
:파리시립미술관 소장 아프리카 원시조각작품을 통해 입체파의 기원을 살피고, 앞서 야수주의 작가들이 드러낸 미술의 변화에 대한 욕구가 입체파 탄생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볼 수 있다.

2. 입체주의의 발명, 피카소와 브라크
: 피카소와 브라크를 입체주의의 발명가로 동등하게 보는 전제 하에 1907년부터 1918년 사이 활발히 창작된 두 사람의 초기입체주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3. 섹세옹도르(황금분할)과 들로네이의 오르피즘
: 마르셸 뒤샹을 중심으로 한 후기입체파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은 예술에 수학공식을 접목시키며 엄격한 화면 구성을 지향했다.

4. 1,2차 세계대전 사이의 입체주의
:전후 많은 작가들이 고전주의로 회귀하는 가운데 들로네, 레제 등은 새로운 예술적 활로를 모색해 나갔다. 이들은 본래 입체파가 추구하던 생략, 단순화 원칙은 버렸지만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입체파의 정신을 간직하고 있었다. 

5. 대형장식화 1937-1938
: 입체파 회화의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되는 레제와 들로네는 황금분할법을 응용해 화면을 구성했고 야수주의적인 강렬한 원색을 사용했다. 5미터가 넘는 초대형 작품을 이 섹션에서 볼 수 있다.


07_로베르 들로네_리듬 no1 튈르리 살롱전 장식화.jpg
Robert Delaunay, Rythme n°1
décoration pour le Salon des Tuileries, 1938
©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미술사에서 중요하지 않은 시대는 없겠지만 입체파가 생겨나고 발전한 20세기 초는 특히 중요하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회화의 형태나 개념도 큰 전환점을 맞았고, 오늘날 현대미술에도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사진과 영상기술이 발달하자 사람들은 회화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오히려 이를 계기로 회화에서는 이전까지는 없던 시도가 이루어졌다. 비례와 구도를 비롯해 사물의 본질과 같이 카메라로 포착하기 힘든 것들을 캔버스에 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미술은 점점 현실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추상적인 형태와 거기에 담긴 메시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입체파를 이해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일과 같다. 전통적인 회화와 오늘날 난해하다고 여겨지는 현대미술은 서로 완전히 이질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둘 사이에는 입체파가 있다. 미술사의 큰 흐름 속 입체파의 흥망성쇄는 기술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 한 예술의 발전이 다른 예술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11_후안 그리스_책.jpg
Juan Gris, Le livre, 1913
©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이렇게 복잡다단하고 영향력도 큰 입체파를 피카소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알고 있다 여기는 것은 너무나 빈곤한 생각이다. 예술 사조는 개인이 단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물결을 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예술 사조는 그 전후맥락을 알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사라는 큰 흐름 속에 위치한 입체파를 여러 작가의 작품을 통해 만나보는 이번 전시는 입체파를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를 다 본 후 다시 바라보는 제목, '피카소와 큐비즘'은 피카소에만 눈길이 가던 처음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피카소와 큐비즘
-파리시립미술관 소장 걸작선-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기간: 2018.12.28(금)~2019.3.31(일)

관람시간: 2월까지-11:00~19:00, 3월부터-11:00~20:00

작품대여미술관: 프랑스 파리 시립미술관, 국립 이스라엘 

전시작품 수: 진품유화 90여점(20여 작가)

미술관주최: 서울센터뮤지엄, 뉴스웍스

미디어 후원: 네이버





김소원.jpg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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