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모두를 위한 예술, 키스해링전 [전시]

글 입력 2019.01.07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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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리뷰는 키스해링전이다. ‘키스해링’이란 아티스트의 이름은 언제부터 알게 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익숙한 이름이다. 이 단어를 들으면 나한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굵직한 선과 발랄한 색감으로 그려진 하트와 단조로운 형태의 사람이다. 사실 그 그림은 나에게 별다른 울림을 주지 않았다. 여러 상품들과 콜라보가 자주되는, 단지 ‘이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아 ‘유명한 이쁜 그림’.

 

누가 찍었든 결국 현실이 담겨있는 사진과 달리 그림은 작가에 따라 담는 것이 다르다. 어떤 그림은 이해하기 쉽게 열심히 ‘설명해주는’ 그림이 있는 가하면, 따로 찾아보지 않으면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겠는 그림이 있다. 사실 의미와 그림의 미적인 요소를 분리하여 시각적인 부분만을 강조한 그림들도 많다. 의도를 가지지 않고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 그림들. 앤디 워홀의 작품들처럼.


나에게 키스 해링은 후자에 가까웠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찾아보고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아마 나에게만 놀라웠을지도) 그의 작품들에는 주제와 의미가 담겨있었던 것이다.

 


Untitled.jpg

Tseng Kwong Chi / Untitled / 1987(재인쇄 2006)

Digital C-print / 62 x 51.5 cm


 

키스해링은 그의 그림을 통해 세계 평화, 인종 차별 철폐 등과 같은 무거운 주제들을 표현하고자했다. 그리고 가장 단순한 형태로 표현해냈다. 굵직한 선들과 단조로운 형태들로 말이다. 아마 그는 사람들과 그림으로 소통하는 순간을 정말 행복해했던 예술가였을 것이다. 그런 그의 표현법이 단조로운 형태로 이뤄진 건 어쩌면 가장 그 다운 표현인 것 같기도 하다. 다가가기 쉽고 간단한 그림체. 키스해링에 관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 인상깊은 문장을 발견했다.

 


“앤디 워홀은 가벼운 주제를

무겁고 심각하게 표현한 반면,

키스 해링은 정반대로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밝게 그려낸다.”


- 요코 오노(Yoko Ono, 1933~)



그는 실제로 앤디워홀과 만났고 그의 그림들은 묘하게 앤디워홀의 작품들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바로 ‘대중성’이다. 그의 확실한 예술 철학은 그의 삶에 일관되게 나타난다.

 


미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면서, 만화 등 당시의 대중문화를 흡수했던 키스 해링은 1980년대 팝문화와 비트세대의 예술로 등장한 그래피티 아트씬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예술계의 악동으로 급부상한 해링은 항상 예술의 폐쇄성에 의문을 가졌다. '그들만의 예술', 이를 부수는 첫 걸음이 바로 지하철 역의 광고판에 분필로 그린 <지하철 드로잉> 시리즈였다. 경찰과 역무원의 눈을 피해 단순한 선으로 그린 ‘빛나는 아기’는 자신이 세상 사람들에게 선언하는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의 시작이었다.



Radiant Baby.jpg

Keith Haring / Radiant Baby(빛나는 아기) / 1990

Silkscreen on paper with embossing / 53.5 x 63.5 cm

 


예술가가 기억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의 그림이 사실 오늘날까지 크게 사랑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쁘기’ 때문일 것이다. 간결하고 선명한 그림체는 어느 상품의 디자인에 이용되어도 거부감이 없다. 심지어 최근 디자인 트랜드에도 맞는다. 키스해링을 네이버에 쳤을 때 뜨는 이미지는 키스해링 작품보다도 그의 작품과 콜라보한 여러 상품들과 그의 작품을 타투로 새긴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다양한 가치와 주제를 그림에 담았으나, 그의 작품을 기억하게 하는 큰 요소가 ‘의미’가 아니라 ‘상품미학’ 그 자체라는 것이 인상 깊다. 어쩌면 이런 현상이 그가 의도했던 것 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확실한 건 그의 작품에는 정해진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뉴욕의 지하철 역 낙서화로부터 시작된 그의 그림은 어느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어찌됐던 단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만들어진 그의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기억되고 있다.



Dog.jpg
Keith Haring / Icons / Silkscreen on paper with embossing
1990 / 53.5 x 63.5 cm



DDP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 175점을 총 8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우리에게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원하던 그가 그림에 담았던 의미와 주제를 이해하게 도와줄 설명들이 기대된다.


아마 내가 극단적이게 그의 그림들에서 의미를 찾을 생각조차 안했다는 걸 떠올린다면 그의 그림이 얼마나 익숙하든 아니든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이다.



“팝 숍을 열면서 나는 지하철 드로잉과 같이 내 작품을 매개로 사람들과 계속해서 소통하길 원했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에게 내 생각들이 어필하길 원했고, 그래서 이 공간이 소수의 컬렉터들이 와서 작품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 심지어 어린이들도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랐다. … 이러한 실험적 프로젝트를 통해서 상업예술, 순수미술과 같이 규정지어진 벽들을 허물고 싶다. 지하철 드로잉도 같은 생각의 발로였다. 진짜 내 진정한 바람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언젠가는 거리의 아이들도 예술이라는 것에 익숙해져서 이들이 미술관에 갔을 때 어색하지 않고 친숙한 느낌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 『키스 해링, 존 그루언이 쓴 공인된 전기』, 148페이지






키스해링
-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


일자 : 2018.11.24 ~ 2019.03.17

시간
10:00~20:00 (19:00 입장마감)

장소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주최
키스 해링 재단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
서울디자인재단,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아트인사이트에디터태그_이민희.jpg
 

[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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