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3월까지 에바 알머슨의 최대 규모 전시가 열린다. 유화, 판화, 드로잉 등의 평면적인 작품 외에도 대형 오브제 등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150여점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에바 알머슨은 특유의 분위기와 개성으로 한 번만 보아도 확실하게 머릿속에 각인되는 작품 성향을 가졌다.
그녀의 그림을 몇 개만 보더라도 에바 알머슨이 그렸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그림을 처음 보는 순간 느껴지는 것은 잔잔한 편안함과 부드러움이다. ‘행복을 그리는 화가’라는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리는 그림들은 보는 사람에게 정말로 행복했던 순간을 당장 떠올리게 해줄 것만 같다. 작년의 문화적 화두였었던 과도한 노력 없이도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하는 ‘소확행’의 흐름에 걸맞는 전시이다.

모니터를 통해서 그림을 봤을 뿐인데도 예민하고 지친 마음에 쿠션이 놓이는 것 같다. 그만큼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묘사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둥글둥글한 신체와 하나같이 은은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 채도가 높지 않은 색감 등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 전체적인 안정감을 완성시킨다.
그녀가 그린 인물들을 살펴보다보면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다. 인물들의 모습이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에 가깝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림을 봤을 때 한국 동화책의 삽화라고 해도 이질감이 없을 것 같은 인물 표현이 특징적이다. 한국인이 보기에도 친숙하면서 이해하기 쉽고 별도로 많은 에너지를 요하지 않는 편안한 감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작가는 한국에 애정을 갖고 10년 전부터 꾸준한 인연을 맺고 있다.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최대 규모라는 점도 있지만 이번 한국에서의 전시를 기념해 '서울'을 주제로 한 2018년도 최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에 가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끔 하는 큰 이유는 이번 전시가 아티스트 자체가 주제가 아닌 새로운 주제를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HOME'이라는 주제로 전시 공간이 8개의 방으로 구성되는 공간연출을 했다고 한다. 각각의 방에는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냈다.
이번 에바 알머슨 전시회는 공식 교육프로그램으로 '키즈 아틀리에'를 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이 전시 감상뿐만 아니라 표현활동과 아트스토리텔링을 배워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녀의 사랑스럽고 순수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화풍은 '어린이'라는 단어와도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추운 바깥에서 막 문을 열고 들어온 집처럼, 크고 거창하지 않아도 언제나 그곳에서 웃어줄 것만 같은 에바 알머슨이 전하는 행복을 만나고 싶다면 꼭 전시장을 찾길 바란다.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여러분의 몸과 마음을 단숨에 녹여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