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존 레논은 과연 음악보다 아름다운 사람일까? <이매진 존 레논>

글 입력 2019.01.01 17:0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음악보다 아름다운 사람’



위 문구는 존 레논의 일대기를 다룬 이번 전시 ‘이매진 존레논’의 부제다. 존 레논.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음악보다 아름다운 사람. 전시를 보기 전 존 레논에 대한 나의 사전지식은 비틀즈의 멤버, 오노 요코와의 불륜 관계, 그리고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는 정도였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로 대우받는, 그리고 음악보다 아름답다는 온갖 수식어는 대체 존 레논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전시를 감상한 후, 존 레논은 위대한 음악가임은 분명하나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이 리뷰는 전시를 소개하지 않는다. 전시를 보고난 후 존 레논이라는 인물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담고 있으니 전시가 궁금하다면 다른 리뷰를 읽기를 권한다.



JLYO_Faces_Smiling.jpg
 


아무리 비틀즈와 존 레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어도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이름과 이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 역시 큰 관심은 없지만,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불륜 관계였고 이들이 세기의 커플로 불린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 불륜 커플이 이렇게까지 칭송받는 건지 늘 궁금했었다. 따라서 존 레논의 일대기를 다룬 전시에서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본 것은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관계에 대한 파트였다.


비록 존 레논에 대해 다루는 전시지만, 전시 측에서도 둘의 관계를 그저 아름답기만 한 관계로 그리는 뉘앙스는 아니였다. 오히려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는 쪽에 가까웠다, ‘잃어버린 주말-오노 요코가 둘 사이의 아들 션을 임신한 사실을 알기 전까지 둘은 결별 상태였다-’을 언급하면서 그 당시에 존 레논이 그의 비서 메이 팽과 불륜 관계였다는 언급이 생략된 걸 보면(본인이 놓친 걸 수도 있다). 이 사실은 개인적으로 검색해보고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게 존 레논은, 예술적 업적과 음악적 재능만 놓고 봤을 때 모두가 칭송하듯이 위대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의 개인사를 두고 봤을 때 도무지 좋은 평가를 내릴 수가 없는 사람이다.



JL1280_1980_5_Gruen.jpg
 


이런 판단에는 오노 요코를 아직까지도 동양의 마녀, 비틀즈 해체의 주범이라 칭하며 그를 증오하는 사람들이 한몫했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관계를 찾아보면 오노 요코의 기행은 굉장히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고 존 레논에 대한 평은 딱 한 줄 정도로 끝난다. 끼리끼리 만났다, 정도. 인터넷에서 오노 요코에 대한 막말을 가져와봤다. ‘그렇게 유명한 비틀즈의 미망인이면 좀 조신하게 살 것이지....’ ‘마녀도 과분함. 그냥 월드 X년임.’ ‘진짜 못되쳐먹었네요. 폴하고 줄리안, 존 전처가 너무 불쌍합니다. 하기사 이렇게 욕 듣고 알아들을 정도 여자였으면 저런 짓도 안했겠지...’ 끼리끼리라고 표현하지만 결국 오노 요코에게 그들의 분노는 쏠려있다.


헌신적이었던 신시아 레논을 배신한 것도 존 레논, 어렸을 때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게 평생 상처가 되었다면서 아들 줄리안 레논을 보살피지 않은 것도 존 레논 본인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오노 요코를 원흉으로 볼까. 대중적으로 오노 요코는 ‘나쁜 여자’로 낙인 찍혀있지만, 사람들이 그만큼 존 레논의 불륜 전적과 오노를 만나기 전까지 폭력에 익숙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R-393_JohnLennon_NYC_Profile_1974_Gruen.jpg
 


'스타의 연인'으로서 비난에 시달리는 인물은 오노 요코 외에도 많다. 국내에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이 불면서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증하며 그의 아내 메리를 헐뜯는 말이 늘어났다. 개인적으로 메리와 결혼했으면서 뒤늦게 양성애자라고 밝힌 프레디 머큐리를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런데 영화 개봉 당시 메리를 프레디와 그의 게이 연인 짐 허튼 사이의 눈엣가시라고 평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프레디는 생전에 메리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이를 공공연하게 드러냈지만 프레디에 대한 언급을 피해온 메리를 모욕하고 프레디 사후에 신나게 그의 에피소드를 떠들고 다닌 짐 허튼은 게이 연인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코트니 러브는 또 어떠한가. 너바나의 보컬 커트 코베인의 아내 코트니 러브는 한마디로 '남편 잡아먹은 년'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봤을 때 결국 이 또한 여성혐오와 직결된다고 본다. 여성은 쉽게 낙인찍히고, 공공의 적이 되고, 혐오당한다.



JLYO_Dakota_Horizontal.jpg
 


나는 오노 요코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비해 존 레논의 인간성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유하다고 느낀다. 그는 가정폭력범이었고, 가부장적이며 가족에게 권위적이었으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지 못하고 아내와 자식에게 상처를 줬다. 그리고 오노 요코를 만나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평화주의자이자 액티비스트로 알려질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오노 요코를 만난 후 발언한 '페미니스트 선언'은 가부장적이었던 과거의 면죄부 역할을 하고 있다.


분명 존 레논은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음악가다. 하지만 존 레논이 얼마나 위대한 음악가였는지 말하기 전에 그의 개인사를 돌아보면 그가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대중들이 이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도 그를 ‘음악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수식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이 전시를 통해 존 레논을 접하고 직접 평가하기를 권한다.



2018-11-27 20;15;37.jpg





이매진 존 레논展
- Imagine_John Lennon -


일자 : 2018.12.06 ~ 2019.03.10

시간
11:00~19:00 (18:00 입장마감)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3, 4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주최
㈜문화방송MBC
㈜한솔비비케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오유미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