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고
글 입력 2019.01.01 01: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시스템이야.
시스템에 집중을 해야 해.

- 스포트라이트 中 -


저널리즘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에 의하면 '활자나 전파를 매체로 하는 보도나 그 밖의 전달 활동'을 뜻하는 이 단어는 공정성, 객관성, 사실성, 진실성 등과 같은 가치를 포함한 언론의 사명감을 나타낼 때 적지 않게 사용된다. 하지만 저널리즘이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게 옳다는 걸 알면서도,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한 모습을 우리는 이따금 마주한다. 그래도 정의로운 저널리즘은 추구되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언론은 '이익 창출'과 '정의 추구'를 동시에 해내야하는 점을 미루어 보면, 현실과 이상은 종이 한 짝 차이라는 사실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크기변환]Spotlight-2015-cover-dark.jpg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Spotlight)』는 미국 영화의 느낌을 살려 실화를 바탕으로 언론인의 바람직한 모습에 관해 묻는다. 미국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은 지역에서 암암리에 성행했던 추기경들의 성추행 파문을 확인하고, 여러 증인과 자료를 수집한다. 그들은 문제를 원인을 개인에게 찾는 것을 넘어, 그러한 행태가 만연했던 교회 전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보도 과정에서 그들은 생각 이상의 교회 사람들이 성추행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관련된 보도나 증인들의 제보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존재했던 점에 다시 한번 놀란다.

사실 '스포트라이트' 팀이 취재하기로 기획한 안건 자체는 이미 여러 사람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던 문제였다. 하지만 이를 파악한 사람들은 거의 보스턴 현지인이 아니라 외지인이었고, 이들은 진실을 감추고 싶어 하는 세력들에 의한 강한 압력을 받았다. 오히려 보스턴 사람들은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려 들지 않았다. 혹시 알더라도, 이들은 나름의 이유라는 그럴싸한 변명으로 문제를 외면했다. 정작 '스포트라이트'의 팀장을 맡았던 윌터 로빈슨마저도, 신입 시절에는 파문을 간략하게 다뤘던 수많은 보스턴 기자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크기변환]MV5BMTc2ODAxMzQzOV5BMl5BanBnXkFtZTgwNjA4NjkyNzE@._V1_.jpg
 

영화는 주로 부당한 정의 속에서 해야 할 언론의 태도에 대한 의문을 주로 이끌어가지만, 과연 어떻게 그러한 의문이 기폭제처럼 시작될 수 있었는지 또한 중요하다. 보스턴 사람들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제외하면 성추행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고, 오히려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 한 사회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옥에 티처럼 묵인하고 있었던 관례를 지적한 사람이 새롭게 국장으로 임명된 '마티 배런'이라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지역 연고도 전혀 없는 유대인이 새롭게 부임되면서, 교회의 아동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지시가 떨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스포트라이트'팀의 단상에 올랐다.

확고한 의지를 가진 타지인이 아니었다면 취재는 엄두에도 못 냈을 법하다. 실제로 그들을 둘러싼 수많은 인사까지도 초기에는 취재에 대해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이기도 했고, 간접적인 경고와 압력들도 적지 않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말처럼, 보스턴이라는 사회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이 입을 열기는 쉽지는 않을 테였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후반부에 '스포트라이트'팀의 노력을 두고 말한 배런의 조언은 꽤  곱씹어볼만 하다.


우린 어둠 속에서 넘어지며 살아가요.
갑자기 불을 켜면 탓할 것들이
너무 많이 보이죠.

- 스포트라이트 中 -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는 그의 저서 '군주론'을 통해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지도자의 통치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쉽게 살펴보면 지도자가 강력한 역량과 능력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맥락을 담은 책이다. 그만큼 소수의 지도자가 재능을 바탕으로 올바른 신념과 믿음을 가질 때 사회는 변화한다. 단지 수단의 차이가 존재할 뿐, 마키아벨리의 시선으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이면에도 소수의 지도자가 다수의 대중을 변화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스포트라이트' 팀의 정의로운 언론 탐사는 결국 새 국장이라는 소수 권력에 의한 지시에 의해 시작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크기변환]다운로드 (2).jpg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기를 사람들은 꺼린다. 보스턴 사람들은 모두, 마치 어둠 속을 헤매며 애써 불을 키려하지 않고 살아간 것일지도 모른다. 이를 시도하기 위해선 주저하지 않고 신념을 가진 힘 있는 자가 필요했고, 마침 새롭게 부임한 배런은 적격인 인물인 셈이었다. 설사 교회 아동 성추행 사태에 강한 취재욕과 열망이 있었다고 한들, 국장이라는 자리처럼 파급력과 영향력을 갖춘 인물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만한 파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지는 선뜻 의문스럽다. 실제로 이전부터 그러한 관행을 답습해오지 않았던가.


1889116502_WYQidBl8_5BED81ACEAB8B0EBB380ED99985Dspotlight.jpg
 


영화 예고편





원종환.jpg
 

[원종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