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18 독자들의 선택은 '힐링' 이었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12.3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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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각 타종행사를 라이브로 지켜보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새해 복 왕창 받으라고 새해 인사를 건넨 것이 벌써 1년 전 일이다. 이제 정말로 올해가 다 가버렸다.

2018년 1월에 작성했던 ‘2018 투두리스트(to do list)’ 열 두 가지 항목 중 서너 가지 항목을 빼고는 2019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왠지 2017년 말에도 똑같은 소리를 했던 것 같긴 한데, 연말연시라는 것이 원래 사람을 계획 세우기 및 미루기의 달인으로 만드는 특성이 있으니 너그럽게 넘어가는 걸로 하자.

2018년 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다 이루지는 못했지만, 필자는 올 한 해를 무사히 버텨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가 박수 받아 마땅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2018년은 ‘정말로 팍팍한 한 해’였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 수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2018년 11월 기준 7.9%로 2017년 11월에 비해 1.3% 하락했으나, 전체 실업률은 2018년 11월이 3.2%로 작년 11월 기준 3.1%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또한 소득 양극화 현상도 더욱 심해졌는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작년 대비 7% 줄어든 131만 7600원인 반면,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작년 대비 8.8% 증가한 973만 5700원이었다.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증가하는데, 근로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작업장에서 사고를 당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소식이 이어지기도 했다. UN의 2018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은 157개국 가운데 57위, OECD국으로 비교 대상을 한정한다면 34개국 중 32위를 기록한 바 있다.

2018년은 이런 해였다. 필자가 초등학생이던 시절부터 한국의 행복지수는 하위권이었고, 자살률은 최상위권, 실업률은 최악이었지만 2018년에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이 정도 기록이라면 2018년을 ‘살았다’는 표현보다는 ‘살아냈다’는 표현이, ‘살아냈다’는 표현보다는 ‘버텨냈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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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의 베스트셀러를 보면 한 해의 흐름이 어땠는지 파악할 수 있다. 모든 독자들은 사회 구조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사회의 영향을 받는 이들이기에 이들의 책 선택에는 사회 흐름의 모습과 그러한 사회에 대해 개인이 원하는 바가 녹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2018 연간 베스트셀러 top10 가운데 상당수의 책들이 ‘힐링’, ‘위로’ 및 ‘공감’ 키워드를 공유한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위를 차지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와 결을 같이 하는 <모든 순간이 너였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82년생 김지영>,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언어의 온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와 같은 책들이 top10에 이름을 올렸다. 교보문고의 ‘2018 연간 베스트셀러 동향 분석’에 따르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의 경우 40, 50대 남성들을 포함한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사랑받았다고 한다.

필자는 2018 연간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며, 한국의 많은 독자층들이 책을 통해 위로받으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 연령층, 전 성별에서 ‘힐링’, ‘위로’, ‘공감’ 키워드가 두드러지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팍팍하다는 걸 드러낸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들은 ‘어떻게든 좀 버텨서, 앞으로 나아가야 된다’ 라는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힘들고 지쳐 있더라도 괜찮아, 그게 너니까’ 라는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흔한 자기계발서들과는 다른 특징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독자들이 직장에서, 인간관계에서, 인생 전체에서 맞닥뜨리는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책 속에서 어떤 명쾌한 해답이나 빈껍데기 위로보다는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위로 그 자체를 찾으려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독자들은 ‘나’라는 존재에 다시금 주목하기도 했다. 돌고 돌아 다시 ‘나’라는 존재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1인 가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책을 통해 ‘나’라는 존재의 삶을 설계하고자 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 필자가 매우 흥미롭다고 느낀 것은 독자들이 ‘경제적, 사회적 성공’ 보다는 ‘행복’ 위주로 삶을 설계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의 책을 통해 ‘나’의 감정 자체에 주목하며,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찾으려는 독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처럼, 독자들이 삶의 중심을 ‘나’의 바깥, 즉 살아가기 어려워지는 사회에 두기보다는 ‘나’ 자신에 두며 내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독자들이 책 속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 딱딱한 자기계발서가 던지는 성공의 메시지가 아니라 힐링 및 위로의 메시지라는 것을 드러낸다.

내년이 오기까지 이틀도 채 남지 않았다. 통계 지수에서, 그리고 많은 독자들의 책 선택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2018년은 모두가 행복한 사회는 아니었다. 다가오는 2019년은 2018년보다 행복한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김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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