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맘대로 2018 연극/뮤지컬 어워즈 [공연예술]

대상은 과연 누굴까?
글 입력 2018.12.2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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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12월의 막바지다. 2018년이 시작된 지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막이 내려오고 있다. TV에서는 연예대상, 연기대상, 가요대전이 한창이고 일 년을 마무리하는 송년회며 내년을 맞이하는 신년회가 한창 이곳저곳을 달구는 12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조촐하게나마, 그리고 아주 주관적인 기준으로 일 년 관극을 정산해보고자 한다. 후보는 내가 본 작품들, 기준은 나의 취향, 부상은 나의 뿌듯함 정도가 되겠다.



1. 최고의 연출상 : 연극 ‘벙커 트릴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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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2017년 초연을 거쳐 현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재연 중이다. 이 작품의 모태는 영국 제스로 컴튼의 연극이지만, 국내 김태형 연출가와 지이선 작가가 각색해 현재의 ‘벙커 트릴로지’가 완성되었다. 연극 마니아들 사이에서 ‘지탱’이라고 불릴 만큼 유명한 콤비인 그들은 연극 ‘모범생들’, ‘카포네 트릴로지’ 등 다양한 작품에서 실력을 과시했다. 3부작으로 이루어진 본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 아서왕 전설을 기반에 둔 ‘모르가나’, 아이스킬로스의 희랍극 ‘아가멤논’을 각각 세계 1차 대전을 배경으로 재해석한 극이다. 줄거리만 봐도 어렵고 지루할 것 같지만 고전과 근현대를 묘하게 섞어 현대적인 메시지를 창출하는 연출의 감각 덕에 러닝타임 70분이 마치 7분처럼 느껴진다.

좁디좁은 벙커 안에서
100명 남짓한 관객들과
4명의 배우가 만들어내는
벙커라는 마법, 믿어요?



2. 최고의 조명상 :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조명상을 두고 치열한 접점을 벌인 ‘뱀파이어 아더’를 제치고,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가 상을 거머쥐었다. 마치 숲속을 연상케하는 화려하고도 차분한 조명 효과부터 무채색이던 엠마의 세계가 점점 색을 찾아가는 조명 연출까지,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의 조명은 그야말로 극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시절의 엠마와 그의 남편이 춤을 출 때 무대를 장식하는 무지갯빛 조명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벅찬 감정 때문에 눈물마저 어린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너무도 부족하다.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를 완성시키는 무언가, 라고 호명하는 게 나을 듯하다.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만이 가진
특별함이 있거든.



3. 최고의 극본상 : 뮤지컬 ‘최후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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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뮤지컬 ‘최후진술’이다. 설정부터가 특이하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당신이 알고 있는 그 갈릴레오가 맞다)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당신이 아는 그 셰익스피어가 맞다), 그리고 저승을 관장하는 신 프레디(당신 머릿속을 스치는 그 인물이 모티브다). 갈릴레오와 셰익스피어는 둘 다 1564년에 태어났다. 서로를 ‘64년생 월드스타’라고 부르며 급속도로 친해지는 두 위인을 보고 있자면 이 극이 대체 무슨 극인가, 혼미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두 인물이 주는 따뜻한 위로와 아름다운 하모니에 미소가 절로 배어난다. 이런 특이한 설정으로 이렇게나 아름다운 각본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한 극이었다.

무대에 조명 빛이 하나 둘씩 켜지면
나의 주인공은 밤하늘 별이 돼.



4. 최고의 넘버상 :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2010년 초연, 2013년 재연을 거쳐 무려 5년 만에 관객들 앞에 나타난 작품이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인우와 그의 첫사랑 태희, 그리고 태희의 환생이자 인우의 제자인 현빈이 주축을 이룬다. 영화가 2001년에 개봉된 작품인 만큼 줄거리나 각본에서 느껴지는 올드(old)함은 피할 수가 없다.

아무리 첫사랑의 환생이라고 하더라도 현빈은 고등학생이고, 인우는 성인, 심지어 선생님이다. 미성년자 학생과 성인 선생님의 사랑을 과연 불편함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고, 동성 간 사랑이 결국 자살로 마무리된다는 결말 또한 조금은 맥이 빠지는 감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커버하는 게 바로 이 작품의 넘버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작곡가•작사가로 유명한 윌 애런슨과 박천휴가 작곡 및 작사를 맡았다. 너무나 감미롭고 애절한 넘버들 때문에 이 작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너를 사랑해. 난 널 사랑해.
내 목소리가 아닌 내 가슴이 하는 말.
난 널 위해 숨을 쉬고 널 위해서 사는 걸.
그게 나의 전부란 걸.



5. 인기상(최다관람극) : 연극 ‘비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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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많이 볼 예정은 없었다. 이렇게나 사랑할 예정도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사랑은 불현 듯 눈에 안대를 씌운 채 피부로 와 닿는 법이다. ‘비클래스’가 그랬다. 2017년 초연 당시 1회밖에 관람하지 못해 너무 아쉬운 나머지 올해 재연에서는 11회를 관람해버렸다. 연극 ‘비클래스’는 사립 봉선 예술학원 B클래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안고 졸업 공연을 준비해가는 네 명의 아이들이 겪는 고난, 우정, 그리고 성장이 두드러진다. 여성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비클래스’가 곧 관객들 앞에 선보인다는 소식에 대학로 한 복판에서 방방 뛰었던 기억도 있다.

봄입니다. 잘 지내시죠?





이상으로 2018 연극 뮤지컬 어워즈를 마칩니다. 대상 수상자는, 바로 바로, 1년 동안 통장과 체력을 갈아 넣어 열심히 관극을 다닌 관객들입니다. 영하 20도의 추위도, 미세먼지 ‘최악’도, 40도를 넘나드는 폭염도, 가로수도 날려버린 태풍도 우리의 관극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1년 동안 대학로와 기타 여러 대극장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던 우리 모두에게 “수고했다, 내년에는 조금만 줄여보자”, 라고 다독여주는 걸 부상으로 삼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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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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