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말이니까, 버킷리스트 [기타]

반오십의 소망
글 입력 2018.12.19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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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오십' 어감부터 낯설게 느껴지는 이 나이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멋있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며 버킷리스트를 적고 있는 요즘이다. 이미 반오십을 먼저 겪었던 선배들의 경험담을 듣고 나니 25살이라는 나이는 뭔가 특별한 나이처럼 느껴져서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그럴까, 작년까지만 해도 온갖 희망사항을 다 적곤 했던 나의 버킷리스트는 소원 하나를 적는 데에도 그 무게감이 느껴진다.


올해 다이어리를 펼치고 2018년의 버킷리스트를 확인했지만 그중 절반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 목록에는 '왜'라는 질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왜 그게 하고 싶어?'라는 물음에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 행동을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을리 만무했다. 말에만 책임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글에도 책임감이 존재한다. 그래서 고심 끝에 내가 정말 간절히 이루고 싶은 것들로 버킷리스트를 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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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잘 타기

: 시원한 바람을 오롯이 느껴보고 싶어서



부끄럽지만 나는 균형감각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평소 새로운 도전에 크게 거부감을 느끼는 성격이 아님에도 균형과 관련된 일이라면 지레 겁을 먹고 두려워했다. 초등학교 때는 평균대에 올라서서 단 한 발자국도 못 떼고 울먹이기 일쑤였고, 중학교 때는 현장학습으로 스케이트장을 간다는 말에 밤잠을 설치다 하룻밤을 꼬박 새운 적도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는 동안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스탠드에 앉아 있었음은 당연지사였다. 그런 내게 두발 자전거 타기는 일생일대의 도전이었다.


어릴 적 우여곡절 끝에 학교 운동장과 같은 평지에서는 그래도 페달을 밟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지만 그마저도 세월이 흐르니 소용이 없어졌다. 3년 전 나는 이미 비장한 마음으로 '2016 버킷리스트'에 '자전거 잘 타기'를 적었다. 하지만 한강에서 친구를 붙잡고 연습하던 중 제대로 넘어져서 이주일 가까이 안 없어지는 멍과 찢어진 상처들을 마주하자 그게 트라우마가 돼서 오히려 전보다도 자전거를 타는 것이 두려워졌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가 타고 싶은 이유는 2인용 자전거를 탈 때의 그 쾌감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페달을 밟으면서 만끽하는 시원한 바람. 단지 그 바람을 좀 더 오롯이 느껴보고 싶어서 자전거를 잘 타고 싶다.




오사카에서 한국어 없이 일주일 여행하기

: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이



사실 나는 영어를 전공하면서도 언어를 배우는 즐거움을 몰랐다. 이론 위주의 수업을 들으며 가끔씩 공부의 효용성을 의심했고, 시간과 돈을 들여서 회화 공부를 하면서도 왜 배워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올해 오사카 여행을 다녀온 후 생각이 바뀌었다. 오가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 관광객인, 어지간한 식당에는 한국어 메뉴판이 제공되며, 한국인 직원을 찾기도 쉬운 오사카. 그곳에서 나는 내가 '외국'을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일본어를 뱉기 시작했다. 핸드폰 번역 어플에 의존한 일본어였지만 그렇게라도 현지의 언어로 소통하면서 내가 지금 일본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싶었다.


그렇게 한 마디, 한 마디 서툴게 내뱉다보니 오가며 마주한 일본인들이 내 발음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물론 형식적인 인사였겠지만 '이 맛에 외국어 공부를 하나보다.'라고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 외국을 여행할 땐 현지어를 써보기. 나는 다시 오사카를 방문할 그날을 위해서 일본어 공부를 결심했다. 번역기 없이, 영어와 섞을 필요 없이 내가 뱉고 싶은 말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그때, 나는 다시 한 번 오사카를 찾을 것이다.




부모님께 매달 생활비 드리기

: 갚아야 할 마음이 너무나도 많아서



매월 다이어리에 굵직한 지출내역을 정리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모님의 지갑에서 탄생한 모든 지출들 말이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라며 지원해주신 라식 수술 비용, 일본 여행 갈 때 최대한 모든 것을 누리고 오라며 챙겨주신 비상금, 추위에 약한 딸이 겨울에 더욱 잘 챙겨먹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쥐어주신 용돈 등등. 미처 다 셀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지원을 어찌할까 고민하다 모두 기록으로 옮겼다. 되도록 영수증까지 보관해두는 습관이 생겼다. 앞서 반오십을 살았던 선배들이 그토록 25살에 대한 무용담을 들려줬던 이유 중에는 사회초년생이 된다는 이유가 가장 컸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로 사회의 첫걸음을 내딛기.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부모님의 지출, 그 안에 담긴 마음을 하나씩 갚아나가기. 가장 당연한 것이라서 가장 큰 목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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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다 보니 적기 전의 두려운 마음과는 달리 내 소원에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 세계일주라던지, 세계명작 전집 섭렵하기와 같은 웅장한 소원 하나 없다. 하지만 소망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저 나의 간절한 마음,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2019년, 내 나이 반오십에는 이 세가지를 포함한 나의 버킷리스트들을 모두 이루는 보다 성장한 어른이 되기를 바라본다.



[유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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