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지중해의 영감 [도서]

지중해에 매료되었던 그 시절, 그 공간에서 장 그르니에의 사상과 미학의 본질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산문들이 탄생했다.
글 입력 2018.11.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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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영감
- INSPIRATIONS MÉDITERRANÉENNES -

지은이 : 장 그르니에
옮긴이 : 김화영
출판사 : 이른비
분야 : 에세이
쪽 수 : 240쪽
발행일 : 2018년 6월 30일
정가 : 15,000원



공간 그리고 풍경


언뜻 유명 화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던 게 생각난다. 공기 좋은, 울창한 숲에 둘러 쌓인 그의 작업실에서 큰 창을 열면 그 풍경이야말로 그림이던 곳. "이 공간이야말로 제가 스스로의 작업에 가장 몰두할 수 있는 곳이죠."라고 말하던 곳.

가끔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숫자로 정확하게 분할된 시간은 일정하게 흐르고 있다는데 내가 느끼는 시간은 항상 모호하게 다가오고,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지점 역시 좌표(수)로 콕 집을 수 있다는데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이 느낌을 가장 강렬하게 받았던 때가 바로 3년 전 친구와 함께 유럽을 여행할 때였다. 몽생미셸이 보이는 어느 한 곳에 한참을 앉아서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것이 정말로 실재하는 것일까?',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나?' 라는 생각을 하염없이 했다. 그 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갈까봐, 그 공간이 잊힐까봐 조바심을 내며 수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처음이었다. 내게 '황홀함에 가까운 기쁨'을 맛볼 수 있게 했던 공간이, 풍경이, 거기에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위해 미리 정해진 어떤 장소들이, 단순한 삶의 즐거움을 넘어 황홀함에 가까운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어떤 풍경들이 존재한다.





장 그르니에와 지중해



프랑스의 에세이스트이자 철학자인 장 그르니에에게는 '지중해'가 바로 그런 의미였나보다.


교편을 잡은 장 그르니에가 머물던 곳은 아비뇽, 나폴리, 알제 등 지중해와 맞닿은 곳이었다. 지중해가 발하는 '수평선 뚜렷한 빛'은 글쓰기에 대한 그르니에의 열정을 고무하게 하고, 삶을 즐기도록 부추겼다. 지중해에 매료되었던 그 시절, 그 공간에서 장 그르니에의 사상과 미학의 본질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산문들이 탄생했다.



눈부신 빛이 헐벗은 바위들 위에서 노닐며 온통 영적인 한 편의 시를 이끌어내니….



작업실의 풍경을 중시하는 유명화가처럼 혹은 몽생미셸을 넋놓고 봤던 나, 그리고 지중해의 빛을 동경했던 장 그르니에처럼 어떤 공간이나 풍경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열정, 동력(動力)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풍경이 "인간의 감각과 정신을 영원과 무한으로 열리게 하고, 우리는 그 풍경으로부터 어떠한 자양을 얻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이다.




지중해의 영감



<지중해의 영감>은 장 그르니에의 대표 산문집으로 그가 지중해에서 느낀 빛의 취기와 명상의 정신을 펼쳐, 특유의 감성과 사유가 탁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그르니에가 젊은 시절 머물거나 여행한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프로방스, 그리스,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의 여러 지역들의 인상을 담아낸다. 그가 목격했던, 찬란한 풍경들을 예지(叡智)적 언어로 찬미하고 깊은 시적 감수성으로 통찰한다.

장 그르니에의 제자 알베르 카뮈 역시 <지중해의 영감>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카뮈의 작품 속 표현들과 느낌 등 많은 부분에서 이 책과의 유사성이 발견되는데, 장 그르니에가 지중해를 통해 얻은 영감으로 만들어진 이 책이 알베르 카뮈에게 또 다른 '영감'이 된 셈이다.

장 그르니에가 푹 빠졌던 그 아름다운 지중해 풍경을 그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지중해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까? 장 그르니에가 느꼈을 그 감동과 황홀함을 나도 겪어볼 수 있을까? 기대된다.



지중해의 찬란한 모습은 시기심에 찢긴 이 세계 밖으로, 플라톤이 말하는 저 신의 자리까지 우리를 들어 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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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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