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전 세대에게 선물 같은 공연 [공연]

글 입력 2018.11.2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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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은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주옥같은 명곡들을 많이 남겼다. 포털사이트에 ‘김광석’을 검색하면 그의 인기곡들이 순차적으로 나온다. ‘서른 즈음에’,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랑했지만’ 등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곡들이다.


하지만 김광석을 소재로 한 최초의 뮤지컬의 제목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다. 물론 ‘바람이 불어오는 곳’ 역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지만 앞에 언급된 곡들에 비해서 김광석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은 아니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제목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인 이유는 뮤지컬의 스토리가 ‘바람의 불어오는 곳’의 가사의 내용과 맥락이 같기 때문이다. ‘바람의 불어오는 곳’의 가사는 불안한 청춘이 꿈을 위해 앞으로 나아감을 노래하고 있다. 뮤지컬 <바람의 불어오는 곳>의 내용 또한 비슷하다. 90년대 대학가요제 대상을 탄 밴드동아리 ‘바람’의 멤버들이 겪는 꿈과 희망, 사랑 그리고 현실에 대한 고뇌가 뮤지컬의 주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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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 스물다섯을 한 달 앞둔 나에게 공감되는 문구이다. 현재 나에겐 아직 펼쳐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설렘이 있다. 동시에 실패할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그래서 불안하고, 또 행복하다. 나는 이풍세처럼 지금 가진 꿈을 십 년 뒤, 이십 년 뒤에도 간직하고 그 꿈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미래의 나는 이풍세처럼 친구들에게 과거 꿈을 상기시켜주는 존재가 될까, 아니면 다른 멤버들처럼 현실 속에 부딪혀 과거 꿈을 잊고 살아갈까.


대학로에는 2030세대들이 많다. 주로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이다. 하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펼쳐진 유니플렉스 2관에는 중장년층이 확연히 많았다. 나는 김광석이 죽기 바로 직전 해에 태어났기에 90년대의 기억이 잘 없으며 김광석에 대해 잘 모른다. 따라서 이 뮤지컬을 보면서 그리운 추억보다는 청춘의 고민이라는 주제에 집중하며 봤다. 하지만 중장년층 관객들은 90년대를 추억하고, 김광석을 그리워하며 이 뮤지컬을 즐겼다.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는 열심히 따라 부르고 90년대 추억의 아이템이 등장할 때는 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공연 막바지에는 다들 한 마음으로 앙코르를 외쳐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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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수년간 사랑받은 데에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청년층에게는 꿈과 사랑에 대한 고민으로, 중장년층에게는 젊은 시절에 대한 추억으로 공감을 일으킨다. 또한, 적절한 유머와 알차게 채워진 음악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관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와 소극장 공연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분위기까지,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그야말로 전 세대에게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다년간 연기를 한 베테랑 배우들의 호흡도 돋보인다. 특히, 멀티맨 역을 맡은 박신후 배우는 2013년부터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멀티맨 역을 맡고 있는데, 확실히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느껴졌다. 경비아저씨, 사회자, 술집 사장님, 기획사 대표 등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며 맛깔나게 연기하면서도 코미디 요소를 잘 살려 공연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잘 해냈다. 이풍세 역을 맡은 박형규 배우는 김광석과 비슷한 창법으로 노래를 불렀다. 공연에 등장하는 노래 대부분을 풍세 역이 소화하는데, 그 창법과 가창력 덕분에 김광석 특유의 정서가 더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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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반이라는 긴 공연에도 지치지 않는지 관객들이 외친 앙코르에 배우들은 두 번이나 화답했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소극장이 주는 소박한 분위기, 배우들의 열정, 관객들의 관람 매너, 김광석 노래가 주는 뭉클한 감동이 어우러진 선물 같은 공연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공연은 또래 친구와 함께 봤는데, 다음에는 부모님과 한 번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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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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