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각자의 여정 : 맨 땅에 헤딩하기

글 입력 2018.11.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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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수저, 금수저부터 흙수저까지. 부모에게 물려받은 부가 사회의 계급을 결정한다는 ‘수저론’을 보고 있자면, 우리의 인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정해져있는 듯 보인다. 아등바등 노력해도 쉽게 변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기도 하고, 계속 되는 고난과 실패 앞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많은 것을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삶은 정답이 없는 각자의 여정, <맨 땅에 헤딩하기>



고금란 산문집-표지(rgb 300).jpg


‘수저론’이 우리의 평생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수많은 갈림길에 선 우리는 계속해서 선택을 하게 되고, 이는 곧 매 순간을, 곧 우리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 ‘맨 땅의 헤딩’의 저자 소설가 고금란은 우리의 삶에 대해 ‘삶은 정답이 없는 각자의 여정이다. 어차피 태어나는 자체가 맨땅에 헤딩이고, 보장된 것이 하나도 없는 길을 가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소설가 고금란은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지은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이 층 집은 토지주택공사에 수용되었고, 남편의 성화에 시작한 시골 살이는 생각처럼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시골 살이에 적응하지 못한 남편은 책임감 없이 부산으로 훌쩍 떠나버렸고, 홀로 남은 그녀는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와의 생활을 하게 된다. 이내 그녀는 인도로 도피 아닌 도피를 하게 되지만 그곳에서 깨달음을 얻은 그녀는 고된 시골 살이를 선사한 고등골로 돌아오게 된다.


줄곧 도시에서만 자라온 20대의 나는 시골 살이에 대해 무지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법은 물론이고, 장을 담그고, 민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고,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책을 읽는 내내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아직 책임 질 것이 많이 없고, 시골 생활은 전혀 다른 세계 이야기처럼 여겨진다. 이러한 나에게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저 들려줄 뿐이었다. 어떠한 메시지나 해답을 억지로 전하려 하지 않은 채. 편안하고 따뜻한 어투 속에 묻은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도공이 아궁이를 막았던 벽돌들을 떼어내고 비좁은 가마 안에 들어갔습니다. 그토록 나무를 많이 땠는데도 불구하고 재는 채 한 삽도 되지 않았습니다. 사랑이나 미움이나 모든 욕망의 감정들도 그렇게 여한 없이 태우고 나면 미련이라는 재가 남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175



며칠 전 의미 없이 틀어놓은 TV 화면 속에서 실패의 반대말은 ‘후회 없음’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만덕동을 지키기 위해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집어드는, 수많은 순간에 후회 없이 자신의 신념을 다하는 그녀처럼, 우리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살아가고 있나보다.

 

맨 땅에 헤딩하기. 저마다의 수저를 잡고 태어난 우리지만, 운명은 시시때때로 변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 순간 후회 없는 선택을 하려 노력하고 있을 테다. 아마 여생의 절반도 살지 못한 나는 소설가 고금란이 살아온 삶의 무게를 아쉽게도 온전히 느끼진 못한 것 같다. 인생에 대한 내공이 쌓인 그녀가 삶에 대한 어떠한 해답을,  맨 땅에 헤딩하는 법을 알려줄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가 낳은 결과인 것 같다. 그러나 ‘맨 땅에 헤딩하기’는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후회 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생각한다.

 





<출판사 서평>


삶은 정답 없는 각자의 여정,
굳은살 박인 이마를 쓰다듬고
낡아가는 몸을 안아주며 다시 일어서기


저자는 된장을 담그고 민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고 닭을 키우면서 풀숲에 낳아놓은 달걀을 찾아다니는 여유를 누린다. 그리고 햅쌀밥 한 그릇이 주는 행복을 만끽하면서 자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봄이면 지인들과 어울려 화전놀이를 하고 겨울이면 가마솥에 끓인 동지팥죽을 나누며 자신에게 주어진 호사를 주변과 나눈다. 무엇보다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에 따라 살기 위하여 늘 깨어 있으려고 노력한다.


삶은 정답이 없는 각자의 여정이다.
어차피 태어나는 자체가 맨땅에 헤딩이고
보장된 것이 하나도 없는 길을 가는 일이다.
나는 고민이 짧고 일부터 저지르고 드는 기질이라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 많았던 것 같다.
좋게 해석하면 가슴의 소리에 따랐다는 말이고
계산 없이 즉흥적으로 살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용케 여기까지 왔다.
오늘은 굳은살 박인 이마를 쓰다듬고
낡아가는 몸도 한번 안아주자.

- <책을 내면서> 中



[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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